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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외과 신한솔 Mar 14. 2022

아이 걸음이 늦어요 / 걸음걸이가 이상해요

소아정형외과 이야기

    지난 글에도 언급을 한번 하였지만 나는 아이 둘 다 조리원에 가지 앉았다. 조리원에 가지 않는 건 셀 수 없이 많은 단점이 있지만, 그래도 몇몇의 장점이 있는데 그중 하나가 비교 대상이 없다는 거다. 친구들보다 살짝 어린 나이에 임신한 데다 조리원 동기까지 없었던 탓으로 다행히 나의 속도대로 아이를 키울 수 있었다. 


    나중에 아이들이 크고 나서 알게 된 주변 지인들과 이야기하던 중 가장 빨리 걸었던 아이는 7개월부터 걸었다고 하는데, 들으면서도 깜짝 놀랐다. 내가 그동안 봐온 7개월 아기들을 생각하면, 정말로 저만한 나이에 애들이 걸을 수 있구나, 역시 사람의 한계는 없고 인간의 발달은 신비롭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내 아이는 돌이 지나서도 못 걷는 데, 돌이면 뛰어다니는 친구들을 옆에서 보고 있을 때 타는 엄마의 마음은 십분 이해가 간다. 


    다른 발달이 다 정상이면 18개월까지는 아이가 독립 보행하는 것을 기다려 줄 수 있다.


    어른도 성격 급한 (나 같은) 사람이 있는 거고 세상 느긋한 (남편 같은) 사람도 있는 거다. 


    보통 12-13개월이 넘어가면서 대부분의 아이들이 걷기 시작하기 때문에 돌 까지 안 걸으면 사설 센터 등에서 보행 연습을 받거나 재활 치료를 받는 경우가 있다. 우리 아이들은 큰아이는 14개월, 둘째는 15개월에서야 걸었는데 주변에서 병원 한번 가보라고 (의사라는 걸 오픈하지 않았던 그룹이다.) 할 때마다 갔다 왔는데 괜찮데요라며 웃어넘겼다. 아이가 16-18개월쯤에 꽉 채워 걸었다고 해서 나중에 운동 능력이 떨어지거나 발달이 늦는 건 절대 아니니, 다른 이상이 없다면 조금 아이의 속도에 맞춰 주어도 된다.  


    외래에서 항상 드리는 말씀이 빨리 가는 건 멀리 가는 게 아니라는 거다. 비단 대기만성이라는 말이 아니더라도, 무언가를 빨리 하는 것과 많이 하는 것은 별개이다. 에베레스트 산을 올라가는 것과 동네 뒷산을 올라가는 것을 예로 들자. 먼저 출발했다고 해서, 지금 당장 내가 한 시간에 걸을 수 있는 거리가 많다고 해서, 내가 올라갈 수 있는 높이가 높다는 것을 의미하는 게 아니다. 빨리 걷는 아이들이 운동 신경이 좋거나, 추후 전반적인 모든 발달이 빠를 거라고 생각하는데, 아이가 걸어갈 산의 높이와 걸어가는 속도는 별개이다. (물론 에베레스트 산을 날 듯이 오르는 아이들도 있다.) 특히 동네 할머니들의 걱정을 위시한 본인 손자 손녀 자랑은 첫아이를 혼자 키우는 엄마의 마음을 불안하게 하는데, (아휴, 우리 손녀는 10개월 때 걸었는데 어떻게 그 집 아이는 아직도 못 걸어 등) 한 귀로 듣고 한 귀로 흘리시면 된다. 


    이렇게 16개월을 다 채워서 걷기 시작하였어도, 아이가 뒤뚱뒤뚱 걷고 자주 넘어지면 다시금 병원에 가봐야 하나는 고민이 든다. 아이가 성인 수준의 정상 보행을 하는 건 7살이고, 그래도 걷는 게 꽤 안정적이다 말할 정도가 되려면, 보통은 5세 정도가 되어야 한다. 스승님께서 진료 중에 자주 하시던 말이 있다. 아이 인생에서 이제 걸은 지 2-3달 밖에 안됐는데, 잘 걸으면 그게 이상한 거 아니냐고. 


    일찍 튼 싹이, 꼭 알이 실한 열매를 맺는 건 아니다. 본인의 때에 맞는 꽃을 피우기 위하여 아이들이 준비하고 또 준비하는 중이니 기다려 주시면 된다. (소아정형외과를 찾는데 시간이 한참 걸림, 간혹 예약 대기가 너무 김 등의 문제로 16개월 정도까지 아이가 독립 보행을 못하면 슬슬 병원은 찾아보고 예약은 해두시기를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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