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진단 (1)
몇 개월 전부터 큰아이의 성 조숙증 치료를 시작하였다. 같은 필드에서 일하는 친구조차도 정말 극 초기에 잡아 냈다며 역시 엄마가 전문가니 다르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듣고, 엄마가 의사가 아니어도 우리 아이들이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받을 수 있게 이 주제로 글을 한번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성조숙증이란 어떤 병인지에 대해서 살펴보자. 소아 내분비학회의 설명을 우선 그대로 옮겨와 본다.
여아의 사춘기는 10세 경 유방이 발달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남아는 12세 경에 고환이 커지면서 시작됩니다. 성조숙증은 여아에서 만 8세 이전, 남아에서 만 9세 이전에 이차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위에 설명을 좀 더 비의학적인 용어로 풀어서 말씀드려보고자 한다. 기저귀만 차고 있는 갓 태어난 신생아를 보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해 내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가 남자의, 여자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소위 말하는 사춘기, 즉 이차 성징을 거치면서 나타난다. 남자아이들의 경우 고환이 커지며, 털이 나고, 목소리가 굵어지며, 여자 아이들의 경우 가슴이 나오고, 생리를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적절한 시기에 와야 한다. 위에서 언급되어 있듯이 여자의 경우 만 10세, 남자의 경우 만 12세경에 이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변화가 너무 일찍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차성징을 평가하는 Tanner Stage는 총 5단계로 나눈다. 아래에서 I이 아직 2차 성징이 오지 않은 아이들이며, II가 이차 성장이 나타난 아이들이다. 여아의 경우 생식기에서 털이 자라는 것보다 가슴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는 게 가장 처음 나타나는 사춘기/이차성징의 sign이다. 총 5단계까지 있는데, 사실 일반인이 5단계까지 알아야 할 필요도 없고, 상당히 미풍양속을 해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림의 아래쪽은 편집하였다.
이러한 성조숙증은 저신장 이외에도, 빠른 생리, 문제행동의 증가 (청소년 흡연, 음주)와 관련이 되어 있다고 보고 되어 있다.
이제 실제 사례로 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리 큰딸은 어렸을 때부터 키가 컸다. 영유아 검진에서 머리 둘레와 신장이 항상 90%가 넘는 아이였다. 남편의 키는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평균보다 컸고, 내키는 상위 3% 정도의 키라서 내 아이들이 작을 거라는 생각은 못해봤었다. 당연히 우리 첫째는 이렇게 90% 정도를 유지하며, 167-168은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후 둘째를 낳고 키우는데, 영유아 검진을 갈 때마다 10-20%를 벗어나지는 못하는 것이었다. 검진 종이에 찍힌 숫자보다도 유치원에서 찍은 사진에서 항상 다른 친구들보다 머리 하나가 작은 둘째를 보면서 아이들의 최종 키가 내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이에 1년에 한 번씩 큰 아이의 뼈 사진을 찍어가면서 뼈 나이를 (Bone age) 체크하였다. (둘째는 아직 만 5살도 안되어서 현재는 지켜보는 중이다.)
팁 1: 대부분의 경우, 아이가 아직 미취학이고, 키에 대해서 걱정될 때는 손 사진으로 뼈 나이를 측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렇게 측정된 뼈 나이가 경과 관찰이 가능한 범주라면 추가적인 검사 없이 지켜보아도 좋다. 가끔, 정말 손 사진만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뼈 나이가 6개월에서 1년 정도 빠르고 느린 정도로는 추가적인 검사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키가 하위 3% 정도일 때, 다른 기저 질환들이 같이 있을 때 에는 추가적인 혈액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6세 때 촬영한 뼈 사진은 8-9개월 정도 뼈 나이가 빠른 편이었다. 뼈 나이가 빠르다, 느리다의 개념을 헷갈려서 하시는 보호자 분들이 많으신데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뼈 나이가 느린 게 좋은 것이다. 국가번호 82번의 민족답게 모든 게 다 빠른 게 좋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신장의 측면에서는 뼈 나이가 느린 것이 좋다. 달리기나 자동차 레이스 등에 키 성장을 비교해 보자. 우리의 목표는 최종 키가 크는 것이다. 어릴 때 좀 작고 큰 것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이 게임은 누가 먼저 도착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더 멀리 가는지가 중요한 게임이다. 12년 동안 키가 크는 사람과 17년 동안 키가 크는 사람 중 당연히 더 긴 시간 동안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키가 클 확률이 높다. 여아의 경우 만 15-16세 정도면 대부분의 성장판이 다 닫힌다. 뼈 나이가 느리다, 즉 골연령이 어리다는 말은 만 15-16세가 될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이다. 똑같이 9살인 친구가 있다고 가정하자. A 친구의 뼈 나이는 7살이고 B 친구는 11살인 경우, A친구는 8-9년 동안 키가 더 클 수 있고, B친구는 4-5년 동안 키가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현재는 A 친구의 키가 작게 느껴지더라도 최종 키는 A 친구가 더 클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 자녀의 키에 대해서 고민이 시작되는 경우가 나처럼 친구들에 비해서 키가 작은 내 아이를 보았을 때라고 생각한다. 키가 크다, 작다라는 개념은 매우 상대적인 개념이고 누구와 비교하냐에 따라서 큰 키가 될 수도 적은 키가 될 수 도 있다. 위의 A와 B친구 이야기를 다시 해보면, A 친구는 뼈 나이가 7살이니 같은 뼈 나이를 가지고 있는 7살 친구와 키를 비교하여야 하고, 이런 경우에는 은근히 키가 평균 이상인 경우도 많다. 역으로 B친구의 경우도 현재는 반에서 키가 큰 편이어도, 이런 친구들의 경우 11살짜리 친구들과 키를 비교하여야 하고, 오히려 이렇게 비교하면 키가 평균 이하인 경우도 있다. B 친구와 같은 친구들이 어렸을 때는 키가 컸는데 나중에 키 크는 게 빨리 멈춰서, 키가 작아졌다고 하는 경우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우리 딸의 경우 7세 때 시행한 검사에서 1년에서 1년 3개월 정도 뼈 나이가 앞섰고, 채 8세가 되기 전에 시행한 골연령 검사에서는 1년 6개월 이상 골연령이 빨라서 9년 6개월 이상으로 골연령이 측정되었다. 가슴이 아프거나, 가슴이 튀어나오는 등의 증상은 없었지만 골연령이 또래에 비하여 빠르고, 예상키가 내 키보다 10cm 정도 작아서 (키는 유전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 이 정도로 예상 키가 작은 것은 다른 외부 요인(성조숙증)이 있을 거라 판단되어서 피검사를 시행하였다.
팁 2: 우리나라 성조숙증의 건강 보험은 여아의 경우 초3 생일 전, 남아의 경우 초4 생일 전에 진단을 받아야 보험으로 치료를 유지할 수 있다. 의사에 따라 다르지만 초2 이상의 여아, 초3 이상의 남아가 골 연령이 1년 6개월에서 2년 이상 빠르면 검사를 하는 것을 권한다.
PS: 글이 너무 길면 저도 제 글을 읽기 싫더라고요 ^^ 진단을 한 글로 쓰려고 했는데 나눠서 작성하고자 합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작성하겠습니다. 궁금하신 점은 리플로 남겨 주시거나, 공개적인 리플이 부담스러우시면 블로그 통해서 쪽지 주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