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여성의 손 통증
집에 의사가 있으면, 의학적으로 도움을 받을 일이 많을 거 같은데, 실상은 애매한 친척들과 지인들이 오히려 덕을 보고 직계가족들은 의료 사각지대에 놓이는 경우가 많다. (앞선 글에서 우리 아이가 아플 때 엄마 의사 맞냐는 소리 들은 일과 비슷한 일이 나만 하는 삽질이 아니란 소리다.) 이 의료 사각지대에서 고생한 게 다름이 아닌 나의 모친이다. 중년 여성에서 흔하게 오는 손의 통증의 원인들에 대해서 글을 나눠 보고, 나 같은 불효녀들을 줄이는데 기여해보고자 한다.
야구 방망이로 맞을래, 젓가락으로 맞을래 하면 당연히 후자를 고른다. 전자로 맞는 게 훨씬 더 아프다. 더 넓은 면적에 더 무거운 충격이 가해지면 당연히 통증이 더 심하다. 관절, 뼈, 근육에서 기인한 통증은 각 구조물의 크기와 부하되는 체중의 영향을 받는다. 따라서 뼈도 크고, 체중을 견뎌야 하는 무릎의 관절염이 크기도 작고 끽해봐야 일반적으로 2-3킬로 내외의 물건만 드는 손의 관절염보다 더 아프게 느껴진다. 상대적으로 통증도 덜하고, 따라서 병원을 덜 찾는 손의 관절염은 정형외과 내에서도 관심을 갖는 사람이 적다.
통증을 참는 것이 미덕이며 엄마의 희생이 당연시되는 우리나라에서 상대적으로 고통이 덜한 중년 여성의 손의 통증은 쉽게 간과되게 마련이다. 참다 참다가 병원을 와도 문제가 없는 경우도 있지만, 병원에 일찍 오지 않아서 고생하는 경우도 많으며, 병원에 오면 정말 금방 통증을 해결해 줄 수 있는 부분인데 몰라서 오래 고생하시다 오는 환자 분들을 보면 안타까운 마음도 든다. 사실 중년 여성의 손에 올 수 있는 질환만 해도 책 한 권인지라, 글 하나에 질환 하나씩 담아볼 예정이다.
손의 관절염은 손마디 마디가 아프면서 주로 손가락 끝마디가 붓거나 변형이 오고 통증이 오는 경우이다. 근본적으로 손을 많이 쓰면 온다. 관절을 자동차라고 생각하면 쉽다. 중고차 가격이 떨어지는 경우를 생각해 보자. 1) 사고가 나거나, 2) 연식이 오래되거나, 3) 주행거리가 길 때 차의 가치가 떨어진다. 관절도 마찬가지이다. 1) 다친 적이 있거나, 2) 나이가 많거나, 3) 손을 많이 썼을 때 관절이 상한다. 대부분 어머님들의 손의 관절염은 1과 3이 원인이다.
손의 관절염은 손가락의 끝마디와, 엄지손가락과 손목이 넘어가는 부근(첫 번째 손가락의 수근-중수 관절)에서 가장 흔하게 발생한다.
집안일은 다른 말로 가사 '노동'이며, 이 노동의 대부분은 손을 통하여 이루어지기 때문에 손의 사용량이 다른 직업에 비해 많은 편이다. 집안일이 아니더라도 중년 여성이 하는 대부분의 많은 직업들은 무거운 짐을 들 때처럼 힘을 쓰고 대관절을 쓰는 것이 아니라, 청소를 한다던가. 식당에서 일한다거나 하는 식으로 관절 자체의 자잘한 많은 움직임을 동반한다. 문제는 무릎관절과는 다르게 손가락 관절은 관절이 손상되었을 때 인공관절이 어렵단 점이다. 타이어 바퀴가 닳면, 바퀴를 간다. 무릎 관절이 닳아서 관절염으로 인한 통증이 발생되고 변형이 오면 기존의 문제가 있는 무릎 관절을 깎아 내고 인공 관절을 넣는다. 문제는 손가락의 경우 뼈가 작고, 움직임이 많아서 인공관절이 효율적으로 유지되지 못한다는 점이다. 따라서 손 끝마디에 오는 관절염은 버티는데 까지 버티다가 관절 유합 수술을 한다. '관절'에 염증이 생겨서 통증이 오는 것이니, 관절을 유합 시켜 통증을 없애는 것이다. 관절이 없어지기 때문에 통증도 없어지지지만, 해당 관절의 움직임도 없어짐으로 최후의 최후로 쓰는 수단이다.
엄지손가락과 손목 사이에 오는 관절염은 치료 법이 다양하다. 환자의 직업에 따라서 관절 유합술을 하기도, 관절을 힘줄을 이용하여 매달기도, 관절염이 심한 뼈만 제거하기도, 절골술을 하기도 한다. 관절염이 진행된 단계에 따라 치료 법이 다양하다. 이에 손을 많이 쓰는 편인데, 위 그림의 아래쪽, 손목 쪽 부근에서 통증이 있는 경우에는 손을 전문적으로 볼 수 있는 의사를 꼭 방문하는 것을 권한다.
수술까지 가기 전에 쓸 수 있는 수단으로는 약, 보조기, 주사, 물리치료 등이 있다. 약은 관절염의 진행을 늦추지는 못한다. 관절염으로 통증이 오고, 이로 인하여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오니 이 통증을 조절하기 위함이다. 위에서 언급하였듯이 관절염은 기본적으로 많이 써서 오는 병이다. 간단하게 생각하면 손을 안 쓰면 관절염에 따른 통증도 줄일 수 있고 계속 손을 쓰는 상태에 비해서 진행을 늦출 수 있다. 엄지 손가락 기저부의 관절염 같은 경우, 이에 엄지손가락의 움직임을 줄여주는 보조기를 착용할 수 있다.
개인병원에 가면 가장 많이 권유받게 되는 게 주사 치료 및 물리치료이다. 이 두 가지 치료는 대부분의 경우에 있어서 비급여 치료이다. 정형외과는 비급여 치료가 많은 편인데, 비급여 치료 자체를 의사들이 늘린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죽고 사는 병이 아닌지라 제한된 건보 재정에서 암 환자, 희귀 질환 환자 위주로 보장할 수밖에 없는 것도 현실이다. 비급여 치료에 대해서 무조건 부정적으로 생각하시는 분들도, 어차피 실비가 되니 뭐든지 좋다는 건 다 하겠다고 하시는 분들도 계시는 데, 가장 중요한 건, 주사치료 및 물리치료를 어떤 목적으로 받을 건지다. 기본적으로 주사 치료, 물리치료 모두 통증을 조절하기 위함이다. 약물로 통증을 조절할 수도 있지만, 약의 효과가 더디거나, (이게 대부분의 경우이긴 하다.) 약을 복용하기 어려운 기저 질환이 있는 경우, 소위 말해서 약발이 잘 안 받는 경우에 주사치료 및 물리치료를 하게 된다. 치료를 할 때 가장 중요한 건 치료의 목적이고, 주사 치료 및 물리치료 모두 통증을 약물보다 빨리 줄여주는 게 목적이다. 즉, '이 치료 안 받으면 관절염 더 심해져서 수술받아야 돼요'라고 말하는 의사가 있다면 사기다. 서울에서 부산을 갈 때, 비행기를 타고 갈 수도 있고, KTX를 타고 갈 수도, 극단적으로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갈 수 있다. 어떤 수단을 택하든 목표는 부산에 도착하는 것이다. 돈을 쓰더라도 시간을 절약하겠다고 하면 비행기를 타는 것이고 (체외 충격파나 주사 치료의 시행), 시간은 상관없으니 저렴히 부산에 가고 싶으면 버스 타고 가면 된다. (물리치료 없이 약만 먹어도 된다.)
흔하게 듣는 질문 중의 하나가 영양제나 식품으로 관절에 도움이 되느냐 이다. 기본적으로 관절 내부는 피가 잘 안 간다. 극단적으로 손가락이 관절에서 잘린 경우를 가정하면, 혈관과, 연부조직(살)에서 피가 나지 관절과 뼈에서는 출혈이 거의 없다. 기본적으로 혈류량이 많지 않은 기관이다. 먹어서 효과를 보려면 먹고 -> 소화 과정을 거쳐서 -> 피를 타고 -> 우리가 원하는 target organ (목표가 되는 장기, 여기서는 관절)으로 가야 하는데 기본적으로 혈류량 자체가 극히 적음으로 크게 효과가 없다. 좀 더 이해하기 쉽게 다른 비유를 하나 더 들자면 귀/목의 세균성 감염, 폐렴 등은 다 고름이 생기기 전까지는 항생제로 치료한다. 이런 항생제 치료는 다 의학적인 가이드라인이 있는데, 우리 신체에서 항생제를 가장 길게 복용하는 경우가 뼈의 염증이다. 이유는 혈류량이 적어서, 약이 잘 안 가기 때문에 우리가 원하는 치료 농도와 효과를 얻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모 먹어야 빨리 좋아져요?'에 주로 내가 드리는 답은 너무나 원론적인 이야기지만, '맛있는 고기 한번 사드시고, 운동하세요'다. (애들이 다친 경우에는 어설픈 영양제 먹이지 말고 치킨 한번 먹이라고 말씀드리는데, 그러면 애들이 옆에서 그렇게 좋아한다.)
손가락의 관절염이 이미 심하게 진행되어 변형이 있는 환자분들을 자주 뵌다. 고운 손이 다 상하셨다며, 언제부터 손가락이 이렇게 휘셨어요?라고 물어보면 몇 년 되셨다고, 그동안 치료받은 적 없다고 하시는 분들이 대부분이다. 큰 대로변에서 고개를 돌리면, 웬만해서 정형외과 간판 하나는 보이는 우리나라에서 어쩌다 이렇게 병원에 안 가셨을까 하다가, 어느 날 엄마의 손을 보니 엄마의 손가락이 붓고 휘어 있었다. 애 둘 키우랴, 일하랴 정신없는 딸한테 방해되실까 봐 말 안 하셨다는 말에 울컥한다. 오늘 이 글을 읽으셨다면, 집에 가서 엄마 손 한번 잡아 보시면 어떨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