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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형외과 신한솔 Jul 11. 2022

정형외과 엄마의 성조숙증 치료기

1. 진단 (1)

    몇 개월 전부터 큰아이의 성 조숙증 치료를 시작하였다. 같은 필드에서 일하는 친구조차도 정말 극 초기에 잡아 냈다며 역시 엄마가 전문가니 다르다는 칭찬 아닌 칭찬을 듣고, 엄마가 의사가 아니어도 우리 아이들이 조기에 진단받고 치료받을 수 있게 이 주제로 글을 한번 써봐야겠다고 생각했다. 


    우선 성조숙증이란 어떤 병인지에 대해서 살펴보자. 소아 내분비학회의 설명을 우선 그대로 옮겨와 본다.

여아의 사춘기는 10세 경 유방이 발달하는 것으로 시작하고, 남아는 12세 경에 고환이 커지면서 시작됩니다. 성조숙증은 여아에서 만 8세 이전, 남아에서 만 9세 이전에 이차성징이 나타나는 것을 말합니다.


    위에 설명을 좀 더 비의학적인 용어로 풀어서 말씀드려보고자 한다. 기저귀만 차고 있는 갓 태어난 신생아를 보고 남자인지 여자인지 구별해 내는 건 불가능하다. 우리가 남자의, 여자의 특징이라고 생각하는 대부분의 것들은 소위 말하는 사춘기, 즉 이차 성징을 거치면서 나타난다. 남자아이들의 경우 고환이 커지며, 털이 나고, 목소리가 굵어지며, 여자 아이들의 경우 가슴이 나오고, 생리를 시작하게 된다. 이러한 변화는 적절한 시기에 와야 한다. 위에서 언급되어 있듯이 여자의 경우 만 10세, 남자의 경우 만 12세경에 이런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하여야 하는데 이러한 변화가 너무 일찍 나타나게 되는 것이다. 이차성징을 평가하는 Tanner Stage는 총 5단계로 나눈다. 아래에서 I이 아직 2차 성징이 오지 않은 아이들이며, II가 이차 성장이 나타난 아이들이다. 여아의 경우 생식기에서 털이 자라는 것보다 가슴이 조금씩 나오기 시작하는 게 가장 처음 나타나는 사춘기/이차성징의 sign이다. 총 5단계까지 있는데, 사실 일반인이 5단계까지 알아야 할 필요도 없고, 상당히 미풍양속을 해치는 듯한 느낌이 들어서 그림의 아래쪽은 편집하였다. 


J Pediatr Endocrinol Me. 2015;28(3-4):367-7


    이러한 성조숙증은 저신장 이외에도, 빠른 생리, 문제행동의 증가 (청소년 흡연, 음주)와 관련이 되어 있다고 보고 되어 있다. 


    이제 실제 사례로 내 이야기를 해보고자 한다. 우리 큰딸은 어렸을 때부터 키가 컸다. 영유아 검진에서 머리 둘레와 신장이 항상 90%가 넘는 아이였다. 남편의 키는 그다지 큰 편은 아니었지만 그래도 평균보다 컸고, 내키는 상위 3% 정도의 키라서 내 아이들이 작을 거라는 생각은 못해봤었다. 당연히 우리 첫째는 이렇게 90% 정도를 유지하며, 167-168은 되겠지라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이후 둘째를 낳고 키우는데, 영유아 검진을 갈 때마다 10-20%를 벗어나지는 못하는 것이었다. 검진 종이에 찍힌 숫자보다도 유치원에서 찍은 사진에서 항상 다른 친구들보다 머리 하나가 작은 둘째를 보면서 아이들의 최종 키가 내 생각만큼 크지 않을 수 있다는 생각이 문득 들었고, 이에 1년에 한 번씩 큰 아이의 뼈 사진을 찍어가면서 뼈 나이를 (Bone age) 체크하였다. (둘째는 아직 만 5살도 안되어서 현재는 지켜보는 중이다.)


팁 1: 대부분의 경우, 아이가 아직 미취학이고, 키에 대해서 걱정될 때는 손 사진으로 뼈 나이를 측정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이렇게 측정된 뼈 나이가 경과 관찰이 가능한 범주라면 추가적인 검사 없이 지켜보아도 좋다. 가끔, 정말 손 사진만 찍어도 되냐고 물어보시는 분들이 있는데, 뼈 나이가 6개월에서 1년 정도 빠르고 느린 정도로는 추가적인 검사를 하지 않아도 괜찮다. 다만 키가 하위 3% 정도일 때, 다른 기저 질환들이 같이 있을 때 에는 추가적인 혈액검사를 진행하는 것이 좋다.


    6세 때 촬영한 뼈 사진은 8-9개월 정도 뼈 나이가 빠른 편이었다. 뼈 나이가 빠르다, 느리다의 개념을 헷갈려서 하시는 보호자 분들이 많으신데 일단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뼈 나이가 느린 게 좋은 것이다. 국가번호 82번의 민족답게 모든 게 다 빠른 게 좋다고 생각하시는데, 사실 신장의 측면에서는 뼈 나이가 느린 것이 좋다. 달리기나 자동차 레이스 등에 키 성장을 비교해 보자. 우리의 목표는 최종 키가 크는 것이다. 어릴 때 좀 작고 큰 것은 사실 중요하지 않다. 따라서 이 게임은 누가 먼저 도착하냐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누가 더 멀리 가는지가 중요한 게임이다. 12년 동안 키가 크는 사람과 17년 동안 키가 크는 사람 중 당연히 더 긴 시간 동안 성장할 수 있는 사람이 키가 클 확률이 높다. 여아의 경우 만 15-16세 정도면 대부분의 성장판이 다 닫힌다. 뼈 나이가 느리다, 즉 골연령이 어리다는 말은 만 15-16세가 될 때까지 시간이 많이 남아 있다는 이야기이다. 똑같이 9살인 친구가 있다고 가정하자. A 친구의 뼈 나이는 7살이고 B 친구는 11살인 경우, A친구는 8-9년 동안 키가 더 클 수 있고, B친구는 4-5년 동안 키가 더 클 수 있다. 따라서 현재는 A 친구의 키가 작게 느껴지더라도 최종 키는 A 친구가 더 클 수 있는 것이다. 


    대부분 자녀의 키에 대해서 고민이 시작되는 경우가 나처럼 친구들에 비해서 키가 작은 내 아이를 보았을 때라고 생각한다. 키가 크다, 작다라는 개념은 매우 상대적인 개념이고 누구와 비교하냐에 따라서 큰 키가 될 수도 적은 키가 될 수 도 있다. 위의 A와 B친구 이야기를 다시 해보면, A 친구는 뼈 나이가 7살이니 같은 뼈 나이를 가지고 있는 7살 친구와 키를 비교하여야 하고, 이런 경우에는 은근히 키가 평균 이상인 경우도 많다. 역으로 B친구의 경우도 현재는 반에서 키가 큰 편이어도, 이런 친구들의 경우 11살짜리 친구들과 키를 비교하여야 하고, 오히려 이렇게 비교하면 키가 평균 이하인 경우도 있다. B 친구와 같은 친구들이 어렸을 때는 키가 컸는데 나중에 키 크는 게 빨리 멈춰서, 키가 작아졌다고 하는 경우의 대표적인 예시이다. 


    우리 딸의 경우 7세 때 시행한 검사에서 1년에서 1년 3개월 정도 뼈 나이가 앞섰고, 채 8세가 되기 전에 시행한 골연령 검사에서는 1년 6개월 이상 골연령이 빨라서 9년 6개월 이상으로 골연령이 측정되었다. 가슴이 아프거나, 가슴이 튀어나오는 등의 증상은 없었지만 골연령이 또래에 비하여 빠르고, 예상키가 내 키보다 10cm 정도 작아서 (키는 유전의 영향을 상당히 많이 받는다.) 이 정도로 예상 키가 작은 것은 다른 외부 요인(성조숙증)이 있을 거라 판단되어서 피검사를 시행하였다. 


팁 2: 우리나라 성조숙증의 건강 보험은 여아의 경우 초3 생일 전, 남아의 경우 초4 생일 전에 진단을 받아야 보험으로 치료를 유지할 수 있다. 의사에 따라 다르지만 초2 이상의 여아, 초3 이상의 남아가 골 연령이 1년 6개월에서 2년 이상 빠르면 검사를 하는 것을 권한다.


PS: 글이 너무 길면 저도 제 글을 읽기 싫더라고요 ^^ 진단을 한 글로 쓰려고 했는데 나눠서 작성하고자 합니다! 일단 오늘은 여기까지 작성하겠습니다. 궁금하신 점은 리플로 남겨 주시거나, 공개적인 리플이 부담스러우시면 블로그 통해서 쪽지 주셔도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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