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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인호 Nov 21. 2018

트럼프는 누구인가?

트럼프의 이름은 이전에도 우리에게 생소하지 않았다. 여의도에 가면 ‘대우 트럼프월드’라는 주상복합아파트가 있다. 고층건물이 숲을 이루는 여의도에서도 눈에 띄는 근사한 빌딩이다. 그런데 그게 트럼프가 지은 거야? 물론 트럼프가 직접 지은 것은 아니고 대우가 그의 이름을 빌린 것인데, 모델하우스 개장 때는 트럼프가 직접 왔다고 한다. 그 트럼프가 그 트럼프? 그렇다. 그가 바로 미국 제45대 대통령 도널드 트럼프 (Donald John Trump)다.



트럼프는 소위 금수저 출신으로 아버지의 부동산개발업을 물려받아 대성하였다. 그러나 어렸을 때는 소문난 말썽꾸러기로, 가정부에게 주먹을 휘둘러 코피를 터뜨리게도 했다. 사사건건 반항적인 그를 두고 고민하던 부모는 혹시나 하는 심정으로 13세의 그를 뉴욕군사학교라는 군대식 기숙학교에 집어넣는다. 그런데 그는 군대식 환경에 잘 적응하여 부모를 놀라게 한다. 포덤대학에 다니다가,유명한 경영대학원, 펜실베니아 와튼스쿨로 적을 바꾼다. 모델과 영화배우 세 사람과 결혼한 적이 있으며, 현재 부인인 멜라니도 동유럽 출신의 유명한 모델이다. 요란한 여성편력과는 달리, 술과 담배를 하지 않는, 절제된 면모도 갖추고 있다.



1977년 그의 아버지는 5 자녀에게 각각 백만 달러의 신탁기금을 만들어주었다. 여기서 나오는 돈이 사업의 종자돈이 되었다고 하는데, 이자까지 꼬박꼬박 갚아야 했다고 트럼프는 자랑스럽게 회고하기도 했다. 물론 그것은 하는 말이고, 형제 중에서 그가 가업을 이어 부동산 개발업을 키운다. 몇 차례 실패도 하였지만, 1982년에는 포춘이 선정한 미국 부자 400명안에 들어가게 되었다. 2015년 대선에 출마하기 위해 선거위원회에 재산 신고를 하였는데, 100억 달러라는 금액을 적었다. 뉴욕 중산층을 대상으로 하는 아파트 건설에서 시작하여, 1978년에는 뉴욕시 번화가 한복판에 58층짜리 트럼프 타워를 지어 홈런을 날린다. 낡고 퇴락한 건물을 사들여, 근사하고 화려한 빌딩으로 재탄생시키는 것이 그의 주특기였다. 1996년 미스 유니버스 사업권을 가지고 와서, 10년간 주최하였으며, 2003년 “Apprentice(도제)‘라는 프로그램의 프로듀서이자 진행자가 되어 미디어에서도 대박을 터뜨린다. 라디오 토크쇼에 자주 출현하였으며, 자신의 라디오 프로그램도 운영하였다. 당시에는 그저 사업을 돕는 부수적 활동으로 여겨졌지만, 지금 생각해보면 정치적 기반을 단단하게 다지기 위해 대중적 인지도를 높이는 작업이었다.  



그는 부자 사업가답게 공화당원으로 출발했지만, 당적을 여러 번 바꾸었다. 정치에 대한 관심은 일찍부터 시작되었는데, 1987년 10만 달러를 써서 미국 3대 일간지에 전면광고를 낸다. “스스로를 지킬 힘이 있는 나라를 지키기 위해서 미국이 돈을 써서는 안 된다”라는 등 요즘 그가 말하고 다니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설마 그가 정치를? 그런데 갤럽조사에 따르면 그는 당시 미국 10대 저명인사에 들어가 있었다. 대통령을 향한 그의 대장정은 그 때 이미 시작된 것이다. 2000년 마침내 개혁당(The Reform Party)이라는 생소한 정당 후보로 대통령에 출마하였으나 낙선하였다. 참고로 개혁당은 1992년 대통령 선거에서 아버지 부시를 낙마시키는데 큰 공을 세운, 석유재벌 로스 패로가 만든 당이다. 무능하고 부패한 기성 정치인들에게 환멸을 느낀 사람들이 그 기치 아래 구름처럼 모여 들었다. 역부족을 느낀 그는 개혁당을 탈당하여 공화당으로 복귀한다. 그리고 호시탐탐 때가 오기를 기다렸다. 빈번하게 정치집회에 연사로 나와, 불법이민에 대해 격렬하게 비판하였으며, 이라크의 오일을 팔아서, 그 나라에서 죽은 미국 군인 가족에게 그 돈을 주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 때만 해도 불타는 그의 정치적 야망을 눈치 챈 사람이 얼마나 되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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