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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Jan 10. 2024

잊지 못할 종업식

오늘에서야 종업식을 했다.

종업식을 앞두고 생기부 작성 업무에 축제 준비에 퇴임식 등 각종 행사가 겹쳐서 정신없이 바빴다. 일이 바쁘다고 집안일과 육아가 면제되는 건 아니니 집에서도 편히 쉬지 못했다.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지난주부터는 꿈자리가 사납더니 어제는 밤새 뒤척이다 새벽에야 잠이 들었다.  래도 몸이 용케 버텨주는가 싶었는데.. 오늘 종업식이 끝나고 집에 오자마자 몸살기운과 함께 토할 것 같이 속이 울렁거려 몸져누웠다.


몸이 이렇게 악화된 데는 종업식 준비가 한몫했다.

우리 반은 3월부터 꾸준히 모둠일기를 써왔다. 그런데 학년이 끝나면서 이 모둠일기를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많았다.

지난주부터 아이들에게 꼭 남기고 싶은 일기를 5개 이하로 뽑아 포스트잇을 붙이게 했다. 총 120개의 일기를 일일이 복사를 했다. 그리고 하나하나 직접 제본을 떠서 책으로 만든 것이다.

말로 하면 엄청 간단해 보이지만 양이 많아 복사하는데도 엄청 오래 걸렸고, 한 번에 종이가 다 안 들어가 10장씩 나눠서 복사하느라 복사기 4대를 동시에 돌렸다. 일일이 직접 제본까지 하느라 적어도 7시간은 걸린 듯하다.


그리고 우리 반 시상식도 준비했다. 아이들의 투표를 통해 1년 동안 반을 위해 수고한 친구들을 뽑아 상과 작은 선물을 전해줬다. 아이들을 위한 간식꾸러미도 시중에 파는 건 구성이 별로길래 마트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걸 사다가 30개를 개별포장했다.


오늘 아이들은 나의 정성과 수고에 감동했고 덕분에 종업식도 의미 있게 잘 마무리했다.

그러고 나서 찾아온 후유증..


시름시름 앓다가 아이들이 오늘 전해준 것들을 꺼내봤다.

반 아이들이 준 롤링페이퍼와 다른 반 아이들이 준 편지들.

낮엔 정신없어서 몰랐는데 편지들을 읽다 보니 헤어짐이 실감이 난다. 24년이 된 지 며칠이 지났지만 오늘에서야 한 해를 마무리 하는 기분이다.


코로나 이후 오랜만에 아이들과 2박 3일로 수학여행도 가고, 다양한 활동을 많이 했었다. 고생했던 만큼 기억에도 많이 남는다. 이 나이에 (남편도 안 써주는 ) 편지를 받는 것도, 사랑한다는 말, 감사하다는 말을 듣는 것도 새삼 감격스럽고 고마운 마음이다. 아이들을 위해 많이 해줬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돌아보면 항상 내가 받은 것이 더 많다. 오늘 역시 아이들이 적어준 글을 읽다 보니 몸이 아픈 것도 잠시 잊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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