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제 준비와 합창대회 등 학기말을 장식하는 여러 이벤트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학년이던 작년에는 선배들이 하는 것을 구경하는 입장이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즐기고 싶은 마음이 큰 만큼 의욕이 넘친다.
작년에 아이들이 음식을 하다가 전기 합선으로 작은 불이 난 적이 있다. 그래서 올해는 화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불을 사용하지 않는 방법으로 하길 권고했다. 그래서 먹거리보다는 체험 위주의 놀이마당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의견을 냈다.
그러나 아이들의 반응이 영 신통치가 않다. 아이들은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우물쭈물하는 걸 가만히 보지 못하는 성미인 나는 지난 교사 경험의 노하우와 검색을 통해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야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게임 목록부터, 전통놀이, 예능에서도 자주 하는 게임까지 열심히 제시했지만 결국은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곧 죽어도 먹거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럼 불이 필요하지 않은 쿠키나 음료, 젤리나 간식거리 판매는 어떠냐고 했더니 아이들은 분식점을 하고 싶다고 한다. 동상이몽이 따로 없다.
결국 너희들이 하고 싶은 걸 하라면서 슬쩍 빠지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 후 돈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이다. 축제 준비 비용이 10만 원인데 떡만 10만 원 치를 산다고.. 어묵이랑 양념이랑 그밖에 준비물을 살 돈이 없다고..
이때부터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아이들이 회의하는 장면을 지켜보기로 했다.
떡볶이 양도 가늠하지 못하고 담을 그릇이 컵인지 접시인지
30명의 아이들의 의견을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다. 그 속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했다. 이때마다 나서서 갈등을 중재하고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올라왔다. 그러나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아이들 특히, 사춘기 시기의 아이들은 머리로는 이해가 돼도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으면 절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앞선 경험을 통해 느꼈기 때문이다. 결국 저희들끼리 열띤 토론 끝에 끝내 좁혀지지 않는 몇 가지 문제들을 내게 가지고 왔다.
아이들이 직접 찾아와 도움을 구할 때, 즉 들을 준비가 되었을 때 내 생각을 조심스레 전했다. 그제야 아이들은 수긍하고 조율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사나 부모는 아이들의 실패를 최소화하거나 최적의 결과를 얻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섣불리 조언이나 충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꽃길만 걷길바라는 그 마음은 알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잘되면 내 탓, 안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처럼 결과가 좋지 않은 경우 원망의 화살만 돌아올 뿐이다. 오히려 스스로 결정도 해보고 갈등도 겪어봐야 해결했을 때 기쁨도 더 크고 실패해도 배우는 것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 반은 영화관 콘셉트로 팝콘과 추러스를 판매하였다. 크고 작은 갈등이 몇 번씩 있었지만 그때마다 저희들끼리 머리를 맡대며 해결해나갔다. 가격을 너무 싸게 책정해 적자를 면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쳤으며 아이들은 매우 즐거워했다. 결국 부스 운영 3위에 해당하는 학급상도 받게 되었다. (합창대회는 꼴찌를 했지만^^;;) 이번에 아이들과 축제와 여러 가지 행사 준비를 하면서가르쳐주는 것만큼이나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