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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Jan 10. 2024

기다려주기

축제 준비하며 깨달은 일

시험이 끝나고 아이들은 더욱 빠졌다.

 축제 준비와 합창학기말을  장식하는 여러 이트들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1학년이던 작년에는 선배들이 하는 것을 구경하는 입장이었다면 이제 본격적으로 즐기고 싶은 마음이 큰 만큼 의욕이 넘친다.


작년에 아이들이 음식을 하다가 전기 합선으로 작은 불이 난 적이 있다. 그해는 화재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불을 사용하지 않는 방으로 하길 권고했다. 그래서 먹거리보다는 체험 위주의 놀이마당을 하는 게 어떻겠냐고 의견을 냈다.

그러나 아이들의 반응이 영 신통치가 않다. 아이들은 마땅한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는다고 했다. 우물쭈물하는 걸 가만히 보지 못하는 성미인 나는 지난 교사 경험의 노하우와 검색을 통해 여러 가지 대안을 제시했다.


야시장에서 자주 볼 수 있는 게임 목록부터, 전통놀이, 예능에서도 자주 하는 게임까지 열심히 제시했지만 결국은 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며 곧 죽어도 먹거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럼 불이 필요하지 않은 쿠키나 음료, 젤리나 간식거리 판매는 어떠냐고 했더니 아이들은 분식점을 하고 싶다고 한다. 동상이몽이 따로 없다.


결국 너희들이 하고 싶은 걸 하라면서 슬쩍 빠지기로 했다. 그런데 얼마 후 돈이 부족하다고 하는 것이다. 축제 준비 비용이 10만 원인데 떡만 10만 원 치를 산다고.. 어묵이랑 양념이랑 그밖에 준비물을 살 돈이 없다고..


이때부터 답답해지기 시작했다.

러나 아이들이 의하는 장면을 지켜보기 했다.

떡볶이 양도 가늠하지 못하고 담을 그릇이 컵인지 접시인지

30명의 아이들의 의견을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다. 그 속에서 크고 작은 갈등이 발생다. 이때마다 나서서 갈등을 중재하고 해결하고 싶은 마음이 불쑥 올라왔다. 그러나 좀 더 지켜보기로 했다. 아이들 특히, 사춘기 시기의 아이들은 머리로는 이해가 돼도 마음으로 받아들일 준비가 되지 않으면 절대 말을 듣지 않는다는 것을 앞선 경험을 통해 느꼈기 때문이다. 국 저희들끼리 열띤 토론 끝에 끝내 좁혀지지 않는 몇 가지 문제들을 내게 가지고 왔다.

아이들이 직접 찾아와 도움을 구할 때, 즉 들을 준비가 되었을 때 내 생각을 조심스레 전했다. 그제야 아이들은 수긍하고 조율하는 모습을 보였다.


교사나 부모는 아이들의 실패를 최소화하거나 최적의 결과를 얻게 해주고 싶은 마음에 섣불리 조언이나 충고를 하는 경우가 많다. 꽃길만 걷길 바라는 그 마음은 알지만 결과는 그리 좋지 않다. '잘되면 내 탓, 안되면 조상 탓'이라는 말처럼 과가 좋지 않은 경우 원망의 화살만 돌아올 뿐이다.  오히려 스로 결정도 해보고 갈등도 겪어봐야 해결했을 때 기쁨도 더 크고 실패해도 배우는 것이 있다.

우여곡절 끝에 우리 반은 영화관 콘셉트로 팝콘과 추러스를 판매하였다. 크고 작은 갈등이 몇 번씩 있었지만 그때마다 저희들끼리 머리를 맡대며 해결해나갔다. 가격을 너무 싸게 책정해 적자를 면하진 못했지만 그래도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마쳤으며 아이들은 매우 즐거워했다. 결국 부스 운영 3위에 해당하는 학급상도 받게 되었다. (합창대회는 꼴찌를 했지만^^;;) 이번에 아이들과 축제와 여러 가지 행사 준비를 하면서 가르쳐주는 것만큼이나 기다려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걸 다시 한번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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