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학교에서 퇴임식이 있었다. 올해는 교장선생님을 포함 무려 4분이나 퇴직을 하신다. 나와도 가깝게 지낸 분들 이어서 서운하고 아쉬운 마음이 컸다. 퇴임하시는 선생님들을 위해 남아있는 선생님들이 노래 한 곡을 준비했다. 봄여름가을겨울의 '브라보 마이 라이프'라는 노래이다. 학기말 업무와 수업으로 매우 바빴지만 점심시간과 방과 후 틈틈이 모여 연습을 했다.
노래 가사를 곱씹을수록 울컥했다. 극 F인 나는 그동안 살아온 힘겨운 일들을 뒤로하고 다시 용기를 내어 새로운 삶을 살아갈 선생님들에게 감정이입을 한 것이다. 그리고 그 삶을 진심으로 응원하는 마음에 가슴이 벅차올랐다.
퇴임식인 오늘.
퇴직하는 선생님들을 위해 준비한 영상을 보고, 선생님들의 인사말을 들으면서 벌써부터 코끝이 찡하기 시작했다. 아니나 다를까. 준비한 노래를 부르는데 맨 앞줄에 서서 한 소절 부르자마자 눈물이 터저버렸다. 노래는 제대로 부르지도 못했다. 나 말고도 눈물을 훔치는 선생님들이 많이 계셨다. 떠나는 사람은 웃고 있는데 보내는 사람은 울고 있는 기이한 모습이었다.
교사라는 직업은 수없이 많은 만남과 이별을 반복한다. 처음에는 적응하기 너무 힘들었다. 첫 제자들과 헤어질 때는 아이들을 부둥켜안고 몇 시간을 울었는지 모른다. 졸업식날 아이들보다 더 많이 운 적도 있다. 그러나 이것도 무뎌지는지 어느 순간부터는 덤덤해지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30년 이상을 교직에 몸 담고 떠나는 마음은 어떨까 상상이 잘 안 간다. 그간에 우여곡절도 정말 많으셨을 텐데 정년퇴직이라니.. 대단하다는 생각이 먼저 든다.
교직에 대해서는 참 여러 말들이 많다. 방학이 있고 안정적이다라는 이유로 사람들의 부러움을 사기도 하지만 곱지 않은 시선도 많다. 요즘은 학생들이나 학부모들이 예전같이 않고 교사의 권위는 땅에 떨어진 지 오래다. 그래서 안타까운 시선으로 바라보는 사람들도 제법 많은 듯하다. 그러나 나는 내 직업을 매우 사랑한다. 천직이라고 여긴 적도 있고, 다시 선택해도 이 직업을 고르겠다고 생각한 적도 있다. 물론 항상 좋기만 한 것은 아니고 힘든 순간들도 많았지만 내가 가장 잘할 수 있는 일이라는 자신감, 아이들에게 크고 작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는 사명감으로 이겨낼 수 있었다.
오늘 퇴임하시는 교장선생님께서는 교사의 최고의 보람은 학생들이 바른길로 잘 성장하는 모습을 보는 것이지만 그전에 자신을 먼저 잘 돌보는 교사가 되라는 말을 남기셨다. 그래야 오래 교사를 할 수 있다고.
역사 선생님은 가장 좋아한다는 가수 김연우 노래의 제목으로 마지막 인사를 전하였다.
'행복했다. 안녕'
30년 이상 근무한 직장을 떠나면서 '행복했다'라고 말할 수 있어서 참 부러웠다. 나 역시 이 일을 마칠 때는 행복했다고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오늘 퇴임식에서 선생님들의 말씀을 귀담아들으면서 내가 좋아하는 이 일을 좀 더 오래 하기 위해 첫 번째로 나를 잘 돌볼 것, 두 번째로 미련 없이 후회 없이 아낌없이 동료들과 학생들에게 나눠줄 것 이렇게 두 가지를 다짐했다.
100세 인생이라는 요즘, 오늘 학교를 떠나는 선생님들의 제2의 인생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브라보. Your lif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