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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Feb 26. 2024

공부하는 마음

개학이 일주일 앞으로 다가왔다.

올해는 중학교 3학년을 맡게 되었다. 지금 학교에 4년을 근무했는데 3학년은 처음이라 교재연구를 새로 시작했다. 지난주부터는 매일 도서관이나 스터디카페에 가서 수업 준비를 했다. 교과서에 어떤 작품들이 실렸는지 확인하고, 수업 계획과 평가 계획을 세우며 다른 선생님들의 수업 사례도 살펴보고, 바뀐 교육과정도 살펴봤다. 그 시간들이 너무 재미있어 시간 가는 줄 모를 정도이다.

첫째 점심을 차려주고 왔는데 어? 하다 보면 벌써 둘째 하원하러 갈 시간이라 후다닥 짐을 챙겨 돌아간다. 돌아가는 중에도 머릿속에는 내일의 계획을 그려본다. 집에서는 틈틈이 온라인 강의도 듣는다. 업무도 좀 더 스마트하게 잘하고 싶어서 구글 시트를 활용한 업무 관련 연수도 신청했다.

 

배우는 것은 참 재미있다. 몰랐던 것을 알게 될 때는 통쾌하고, 잘못 알고 있던 것을  바로 잡거나 깨닫게 될 때는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물론 수업시간에 이런 말을 했다가 감당하기 어려운 원성을 듣고(하마터면 전쟁 치를 뻔;;;)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말하는 나도 학창 시절엔 공부하는 것이 너무 싫었다. 내가 제일 싫어하고 힘들어했던 과목은 영어였다. 내신 시험은 교과서 영어 지문을 달달 외워서 봤으니 그럭저럭 괜찮았는데 수능이 문제였다. 모의고사를 볼 때마다 비 내리는 영어 시험지를 보면 눈앞에 막막했다. 수시를 지원하려고 할 때마다 영어 점수는 늘 내 발목을 잡았다. 문과였기에 영어를 포기할 수도 없었다.

그러나 대학에 오고 나서는 영어공부에서 완전히 해방이 되어 공부할 맛이 났다. (국문과는 원서도 국어다.ㅎ) 대학시절 좋아하는 문학 작품을 실컷 공부할 수 있어 좋았다. 그러나 좋아하는 것과 잘하는 것은 별개이다. 공부하는 것은 좋아했어도 시험에는 영 소질이 없었다.^^;;


임용생이던 시절에 공부로 인해 스트레스를 가장 많이 받았다. (고3때와는 비교도 안될 정도였다.)그러나 사실 공부 자체가 싫지는 않았다. 교육학도 재미있었고 특히 교육심리학, 교육철학은 너무 재미있어 나중에 따로 공부해보고 싶다는 생각도 했다. 지금은 너무 유명한 mbti도 이때까지만 해도 아는 사람이 거의 없었는데 난 기관에 찾아가서 mbti,  에니어그램 등의 검사를 받아볼 정도로 관심이 많았다.

교육론은 물론 문학작품을 공부하는 것도 정말 재미있었다. 공부를 하다 보면 알고 싶은 게 자꾸만 더 생겨나서 끝없이 파고들었다. 그런데도 공부하면서 많이 힘들어하고 자주 울기도 했다. 생각해 보면 이때 받은 스트레스는 공부 때문이라기보다는 '시험'때문인 것 같다. 시험을 봐야 한다는 부담감, 합격하지 못하면 어쩌나 하는 불안함, 압박감.. 이런 것들을 견디기 어려웠다.


어쩌면 지금 내가 공부를 재미있다고 표현한 것은 시험을 위한 공부가 아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궁금한 것을 알고 싶어 하는 순수한 동기로 인해 마음의 부담 없이 재미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의미에서 아이들이 공부를 싫어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결과이다. 공부를 하면 몰랐던 것을 알게 되는 지적 쾌감, 성취감 그리고 앎이 삶에 영향을 미친다는 효능감 등을 미처 알 기회도 없이 바로 시험을 위한 공부를 시작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시험에 대한 부담감을 낮추고 자신의 소질과 적성을 계발하도록 하겠다고 중학교 1학년때는 시험을 보지 않는 자유학년제를 도입했다. 그 결과 아이들은 시험을 안 보니까 공부는 안 해도 된다고 생각하여 더욱 공부와 멀어지거나, 한쪽에서는 학력저하를 우려하며 사교육을 더욱 조장하는 분위기가 되었다.  


오늘은 유시민 님의 <문과남자의 과학공부>라는 책의 앞부분을 읽었다. 유시민 님은 우리 시대 대표적인 지식인인데 그는 자신이 과학 쪽에는 문외한이라 고백하면서 인문학에만 치우쳤던 자신을 '거만한 바보'라고 칭하기도 했다. 그리고 50이 넘은 나이에 과학공부를 하고 그것을 통해 자신이 변화하게 되었다고 말하는데 그 모습이 참 멋져 보였다. 이처럼 공부에는 끝이 없다. 리고 앎을 통해 삶이 변하는 경험을 해본 자만이 부하는 기쁨을 있다.

아이들이 '국영수'만이 오직 공부라고 생각하지 않났으면 좋겠다. 공부의 의미를 더욱 넓게 생각하고 공부하는 재미를 알아갔으면 좋겠다. 그래서 올해는 아이들과 아는 것을 시험에만 적용하는 것이 아니라 삶에도 적용할 수 있는 그런 수업을 해보고 싶다. 배움을 통해 삶이 나아지는 그런 경험을 하게 된다면 다시 배우고 싶어지지 않을까? 그러기 위해서 내가 먼저 열심히, 부지런히 배워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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