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퍼엄마 Mar 22. 2024

책육아는 끝나지 않았다

일 한다는 핑계로 아이에겐 언제나 조금 부족한 엄마였다. 그래도 한 가지 잘했다 싶은 건 '책 읽어주기'이다. 몸으로 놀아주는 것도 역할놀이를 하는 것도 다 힘든데 그나마 책 읽어주는 것 하나는 자신 있었다. 100일 무렵부터 저녁 8시가 되면 책을 읽어주며 재웠는데 이제 초등학교 3학년인 우리 아들은 여전히 나와 책을 읽다 잠을 잔다.


중간에 둘째가 태어났을 때 둘째 재우랴, 첫째 책 읽어주랴.. 힘들어위기가 닥쳤는데 그때도 책 읽어주 기를 포기하지 않았다. 그 덕분인지 첫째는 책을 읽지 않으면 잠을 못 잔다. 여행을 가도 심지어 캠핑을 가도 책을 챙겨야 한다.

저걸 어떻게 다 읽어줬지???

첫째에게 맞추다 보니 둘째에겐 첫째만큼 책을 읽어주진 못했다. 그래서 둘째는 첫째보단 책에 흥미가 없어 보이는데.. 그래도 보고 자란 게 있어서인지 엄마랑 오빠 사이를 시샘해서인지 꼭 자기도 읽어달라고 한다.


내가 둘째에게 책을 읽어주면 초3인 아들은 저 혼자 책을 읽는다. 그러다 동생이 다 읽고 나면 자기가 읽던 책을 내밀며 "남은 부분은 엄마가 읽어줘~" 한다.
초등학생 책이라 글밥도 많고, 피곤하지만... 내가 아이들에게 유일하게 잘해줄 수 있는 일이라 생각하고 책 읽기를 시작한다.

아빠를 더 좋아하는 것 같은 아이들도 책 읽어주는 시간만큼은 엄마를 찾는다.

"아빠는 엄마처럼 재밌게 못 읽어."

내가 가진 유일한 무기인가 싶어서 포기도 못하겠다.

며칠 전 겨울방학 숙제로 내준 아이들 독후감을 검사하다가 한 아이가 <멋진 여우씨>를 읽고 진짜 재밌다며 '선생님도 아들이랑 꼭 읽어보세요!!'라고 써놓은 것을 보고 도서관에서 빌려왔다.

자기 전에 아들은 <멋진 여우씨>를 읽고 나는 그 옆에서 내 책을 읽었다. 한동안 서로 말이 없었다.

'뭐지? 이 자유롭고 편안하며 조용한 분위기는..?'새삼 감격스러웠다.
'아.. 이제 이렇게 커서 각자 독서하는 날이 오는구나! 이 순간을 얼마나 바랐던가?!'
그러나 감동이 채 가시기도 전에 아빠랑 놀던 둘째가 책을 가지고 들어와 읽어달라 한다. 하마터면 김칫국을 들이마실 뻔했다.


그렇다.
아직 책육아는 끝나지 않았다.

그러나 지금은 예전처럼 이 시간이 빨리 끝나길 바라지 않는다. 읽어줄 수 있을 때 좀 더 읽어주고 싶다. 그 순간이 아이들 뿐 아니라 내게도 참 좋았음을 이제야 알았기 때문이다. 바쁘고 부족한 엄마라는 미안함, 낮동안 화내고 잘 놀아주지 못한 것에 대한 죄책감. 이런 마음을 덜어낼 수 있었다. 내가 아이들에게 꼭 필요하다는 효능감을 느끼는 시간이기도 했다. 이런 시간들이 나도 아이도 자라게 했다.






매거진의 이전글 새학기 일상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