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드디어 새학기가 시작되었다. 1학년은 입학식을 2, 3학년은 개학식을 진행하였다.
올해는 3학년을 맡게 되었다. 작년에 가르쳤던 아이들을 데리고 올라온 거라 새롭기보다는 익숙하다. 그래서인지 설렘이나 기대보다는 걱정이 좀 더 컸다. 이미 알고 있으니깐 미리 짐작하여 걱정을 만들어냈나 보다. 걱정을 떨치고 교실 문을 열고 들어선다.
"뉴페이스를 기대했는데 헌 얼굴이라 실망한 거 아니야?"
"아니에요! 오히려 친숙하고 편안해서 좋아요!!"
입바른 소리라도 고맙다.
1교시 담임인사와 학급, 학교 규칙 및 생활안내
2교시는 입학식 참석
3~4교시 담임시간
담임을 맡으면 개학날 정말 정신이 없다. 10년이 지나도 여전하다. 담임 첫해에 개학식날 화장실을 못 가서 오줌 쌀 뻔했던 기억, 누구에게 묻고 싶어도 다들 바쁘고 눈치 보여 혼자 끙끙 알던 기억이 난다. 그래도 그때에 비하면 용 됐구나 싶다.
교과서 배부하고, 자기소개서도 작성하고, 반장선거를 2주 뒤쯤 할 거라 출석부 도우미, 분리수거 담당, 정보기기 도우미 등.. 각종 역할을 나누고 청소 담당 정하고..
나눠준 가정통신문만 7장;;;
오랜만에 아이들을 만나고 말도 많이 했더니 3교시부터 배가 어찌나 고프던지.. 점심을 김밥으로 때우고 오후에 할 일을 마무리하고 퇴근했다.
우리 아이도 오늘 새 학기 첫날이다. 학교에서 받아 온 가정통신문과 자기소개서 등을 작성하고 사인하고 준비물을 챙기는 일이 이어진다. 담임 선생님이 안내해 주신 밴드에도 가입했다.
학교에서는 선생님, 집에서는 학부모다. 두 가지 역할을 다 해내기가 가끔 버겁고 삐걱대는데 그럴 때마다 모자라고 부족한 쪽은 늘 학부모 쪽이다.
내일까지 챙겨가야 할 준비물을 퇴근하고 꼭 사 온다고 아침에 분명 사진도 찍고 메모까지 해뒀는데, 퇴근 전에 오늘까지 보낼 공문 생각나서 부랴부랴 공문 올리고 일 마무리하다 보니 5시 30분이 넘었다. 서둘러 둘째 하원하러 가느라 첫째 준비물 사는 걸 깜빡했다. 그래서 남편에게 퇴근하면서 사 오라고 문자를 보냈다.
준비물 넣어주려고 아이 책가방을 여는데 필통 안에 새로 깎은 연필도 가지런하고 지우개, 자, 풀까지 깔끔하게 들어있다.
"우와~ 학교 간다고 네가 다 챙긴 거야???"
"아니. 아빠가 어젯밤에 해놨는데?"
"아...."
전날까지 내 수업 준비한다고 개학하는 아이에게 전혀 신경도 못썼는데 다행히 남편이 챙겼나 보다.
맨날 혼자 육아 다한다고 남편 없어도 티도 안 난다고 큰소리쳤는데 미안하고 고맙다.
방학 동안 엄마모드로 지내다가 다시 엄마와 선생님 두 역할을 하려니 버겁고 삐걱대지만 3월은 적응한다 생각하고 천천히 가야겠다.
아이도 엄마도 그리고 선생님도 모두 적응하는 시간이 필요한 3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