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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Jun 11. 2024

여행은 추억을 남기고

아이 둘 데리고 떠난 강릉 여행

"7일에 우리 학교 개교기념일이라 쉰다! 연휴도 긴데 여행 갈까?"

"그래~ 맘대로 해~"

"부산이나 거제도 쪽 어때? 평소 멀어서 잘 못 가잖아~"

"응 맘대로 해~"

"아니면 여수나 통영은 어때? 거기도 그렇게 좋다던데~"

"응 맘대로 해~"

그의 대답은 늘 정해져 있다. '마음대로 해'

나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것일까? 그러나 언젠가부터 난 아무거나 상관없다는 무성의한 태도로 여겨져 슬슬 짜증이 났다.

"알았어. 그럼 내 맘대로 정한다~"

살짝 토라져 뾰로통하게 말해버리고 의논과 상의를 포기하고 혼자서 검색에 들어간다.

고민하는 사이에 눈여겨본 숙소들은 하나둘 예약이 차버렸고, 연휴에 아이들 태우고 먼 길 가는 것도 부담스러워서 결국 가까운 강릉으로 여행을 가기로 했다.

"강릉? 거긴 자주 가는 곳이잖아~"

마음대로 하라고 할 때는 언제고 여행장소가 마음에 들지 않는 모양이다.

이번 여행은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가족여행 떠나기 이틀 전,

"나 휴가를 못 뺐어. 7일도 일을 해야 할 것 같은데.. 요즘 일도 많아 바쁘고.. 여행 못 갈 거 같아."

예전 같으면 바로 입에서 불을 뿜었어야 하지만, 이제 결혼생활 10년 차. 대꾸하기도 귀찮다.

"그냥.. 애들 두고 혼자 여행 다녀와~'

내 눈치를 보다 선심 쓰는 것처럼 혼자 여행을 다녀오라고 한다. 둘째는 어린이집 보내면 되고 퇴근하고 자기가 아이들을 케어하겠다고 한다. 예전 같으면 '앗싸~'를 외치면 좋아라 하지만 이미 기분이 상해버릴 대로 상해서 아무런 대꾸도 하기 싫었다.

그리고 여행 당일, 어떻게 할 거냐는 남편에게 혼자 애들 데리고 갈 거라고 선언을 하고 짐을 챙겼다.


그리하여 아이 둘과 떠나게 된 강릉여행. 

작년 여름에도 바쁜 남편 덕분에 여름휴가는 꿈도 못 꾸고, 혼자 아이들 데리고 제주도에 가서 보름을 지내다 왔다. 그런 이력 때문인지 2박 3일 여행은 일도 아니었다. 오랜만에 바다에 간다고 하니 신이 난 아이들도 각자 여행 가방을 꾸렸다.  


평소엔 1시간 30분이면 도착할 강릉인데 역시 연휴는 연휴인가 보다. 2시간이 넘었는데 아직 도착을 못했다. 지겨워진 아이들은 투닥거리기 시작하더니 서로 이르기 바쁘다. 마침내 한 놈은 때리고 한 놈은 울고 나는 소리 지르고.. 꽉 막힌 도로 위에서 대참사가 벌어졌다. 도착하기도 전에 떠난 걸 후회했다.

엄마의 불같은 호령에 아이들 모두 쫄아서 의기소침해지고 화를 낸 나도 머쓱해져서 그렇게 서먹하게 강릉에 도착했다.

제일 먼저 찾은 곳은 역시, 바닷가.

바다를 보자마자 언제 그랬냐는 듯 다 함께 손을 붙들고 달려갔다.

"물에 빠지면 안 돼~ 그냥 발만 담가"

당연히 들을 리 없는 아이들은 옷을 홀딱 적시고도 엄마가 혼내지 않을 거라는 걸 아는지 헤헤 웃는다.

그렇게 속상한 마음도 화가 난 마음도 모두 파도 위에 쓸려버리고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첫날은 바다와 카페 위주로 여유롭게 여행하고 둘째 날은 단단히 각오를 하고 돌아다녔다.


아이 둘을 데리고 경포호수를 자전거로 달리고, 아르떼 뮤지엄에 가서 신기하고 다양한 작품을 구경하고, 오후에는 책방에서 가서 책도 읽고 음료도 마시고 시장구경하며 먹는 재미는 포기 못하지!

그렇게 한참을 놀고도 숙소에 돌아와서 보드게임을 했다. 이번 여행에서 책을 두권 챙겨갔는데 한 권도 다 못 읽었다.


우리가 여행 간 날 마침 강릉은 단오제라는 큰 축제가 한창이었다. 축제는 가지 않았는데 밤에 하는 불꽃놀이는 보고 싶었다. 그래서 밤 9시에 두 아이 손을 붙잡고 20분 정도를 걸어 불꽃놀이를 보러 갔다.

첫째는 지금까지 본 불꽃놀이와 스케일이 다르다며 우와~를 연발하며 즐거워했고, 둘째는 졸린지 잠이 들어버렸다. 결국 잠든 딸을 업고 숙소로 돌아오는데 이게 무슨 고생이야.. 싶었으나 아빠에게 전화 걸어 불꽃놀이의 웅장함을 설명하는 아들을 보며 다녀오길 잘했다 싶었다.


다음날 다시 바다로 나간 우리는 모래사장에서 두꺼비집도 만들고 깃발을 쓰러뜨리지 않고 모래 더 많이 가져가기 놀이도 하면서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그때 지나가던 아주머니께서 우릴 흐뭇한 모습으로 바라보시더니 너무 보기 좋다고 사진한 장 찍어주고 싶다 하셨다.

다행히 집으로 돌아가는 길은 차도 막히지 않았고, 아이들도 싸우지 않았다.

오히려 출발하기 전부다 사이가 더욱 돈독해져서 돌아왔다.

아이 둘 데리고 고생했다면서 그날 저녁준비부터 아이들과 놀아주는 일에 앞장서는 남편에게 이미 화는 다 풀려버렸다.

"엄마랑 여행은 어땠어?"

라며 궁금해하는 아빠에게

"아빠랑 여행 가면 많이 쉬는데, 엄마랑 여행하면 엄청 돌아다니고 많이 구경하게 돼. 근데 둘 다 좋아."


이번 연휴에도 추억 하나 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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