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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Aug 02. 2024

소중한 인연 만들기

이번 주엔 둘째 어린이집도 방학이고, 첫째가 다니는 학원들도 전부 방학이다. 여름이 성수기인 남편은 아이들이 눈뜨기 전에 출근을 해서 아이들이 자고 나면 들어오니 육아는 온전히 내 몫이다.
밖에 나가기도 무서운 날씨인데 종일 집에서 복작거리고 있자니 그게 더 힘들어 여름엔 아이들을 데리고 이곳저곳으로 여행을 자주 다닌다.

어제는 아이들은 데리고 시댁인 대전에 내려왔다.
시댁에 오기  전에 지인을 만나  함께 밥 먹고 차도 한 잔 마시며 근황 토크를 나눴다. 그리고 오늘도 지인을 만나서 차 한 잔 마시며 이야기를 나누고 들어왔다.

첫 발령을 강원도 원주로 받아 이곳에 산 지가 10년이 넘었는데 친한 지인들이 거의 대전에 살고 있다. 자주 보기 어렵지만 방학이면 시간을 내어 일 년에 한두 번은 꼭 얼굴을 보고 인연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임용 첫 발령을 강원도 원주로 받았는데 대전 사는 남자랑 소개팅으로 만나 장거리 연애를 1년 하고 결혼했다. 결혼 후엔 주말부부로 지내다가 아이를 낳고 육아휴직을 하는 동안 대전에 내려와 1년 반 정도 지내다 다시 원주 올라와 지금까지 살고 있다.
그러니 그 지인들은 대전에 살던 일 년 남짓한 그 기간 동안 사귄 것이다.

첫 번째 인연은 산후조리원 동기들이다.
남자에게 군대 동기가 있다면 여자들에겐 일명 '조동' -조리원 동기가 있다. 산후조리원에서 생활한 기간이 열흘인데 그때 서로 아이 젓 먹이며 출산 경험을 무용담처럼 나누며 친해졌다.
조리원에서 나갈 때 연락처를 주고받고 단톡방을 만들었는데 집에 도착하자마자 단톡방 알림은 쉬지 않고 울렸다.
"아이 분유는 몇 미리 먹이나요?"
"아이가 트림을 안 하는데 그냥 뉘우도 괜찮을까요?"
"아이가 언제쯤 통잠을 자나요?"
"뒤집기를 했군요! 축하해요!!"
 우리는 아이 응가를 사진으로 찍어 보여주며 건강을 체크할 만큼 찐~한 사이가 되었다.
인생에서 처음 겪어보는 경험을 함께 나눴고 남편도 알아주는 못하는 서로의 마음을 유일하게 알아주는 사이였다. 아기띠를 하고 만나 우는 아이 달래느라 편하게 앉지도 못했던 그 시절. 남들은.'저러고도 밖에 나오고 싶을까?' 싶었겠지만 그렇게라도 만나서 육아정보 교환하고 시댁 식구와 남편에게 서러운 일을 토로하는 게 유일한 숨구멍이던 시기였다.

두 번째 인연는 문화센터 동기들이다. 아이가 좀 크고는  유모차 끌고 동네 롯데 마트 문화센터를 다녔는데 그때 함께 수업 듣던 엄마들이다.
"아기 몇 개월이에요?"
"8개월 됐어요~"
"어! 우리 아이도인데?!!"
엄마들 나이도 비슷하여 문화센터 끝나고 아이 이유식 먹이고 낮잠 재우고 우리고 커피 한 잔 마시며 한 숨 돌리곤 했다. 동네에 살다 보니 서로의 집에서 만나 함께 공동육아하며 아이를 키웠다. 그렇게 지낸 지 일 년도 안 돼 내가 원주로 올라왔지만 여전히 안부 묻고 아이들 커가는 이야기 나누며 지내고 있다.

사실 처음 아는 사람 하나도 없는 대전에 내려왔을 땐 오직 남편에게만 의지했다. 그때 남편도 새로운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고 가족이 생겼다는 책임감 때문에 본인도 힘들어서 나를 돌볼 여력이 안 됐으리라. 그래서 그땐 자주 다투고 매일 눈물바람이었다.
그러다 '조동'과 '문센 동기'가 생기면서 종일 남편만 바라보던 내가 스스로 나만의 영역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다.
인생에서 어느 한 시절을 함께 보냈다는 것은 의미가 있다. 그 시기가 어렵고 힘들수록 더 그러하다. 그 시절을 함께 기억하는 사람이 있으면 인생이 덜 외롭게 느껴진다. 내가 인연을 소중하게 생각하는 이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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