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과정과 결과물을 블로그에 올리니 그것만 보면 수업이 순조롭게 잘 진행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현실은 그렇지가 않다^^;;
책 안 읽고 딴짓하거나 자는 아이들을 수시로 깨우고 주의를 주기도 하고, 제대로 안 듣고 딴소리하는 아이들 때문에 같은 소리를 여러 번 하는 일이 다반사다.
자유학기 주제선택 책 수다반이 5-6교시에 배정되어 있다. 가뜩이나 점심 먹고 난 후에 잠자기 딱 좋은 시간인데 책을 읽으려니 오죽 힘들까 싶었다. 그래서 졸음을 쫓기 위한 방법으로 껌이나 사탕을 가져와 먹으며 책을 읽을 수 있도록 허용해 줬다. 그랬더니 수업 시간 내내 부스럭부스럭 먹기만 하더니 나중엔 아주 과자 파티를 벌이는 것이다.
"아니, 수업 중에 과자를 먹으면 어떻게 해??'
"선생님이 졸리면 먹으면서 해도 된다면서요?!"
오히려 적반하장이다.
한 번은 비경쟁 독서토론을 할 때 자유로운 분위기를 허용하느라 대화 중에 나온 말들을 낙서하듯 책상 위 종이에 자유롭게 쓰면서 대화를 해도 된다고 했다.
그랬더니 대화는 안 하고 온통 낙서와 그림으로 도배하느라 이게 국어시간인지 미술시간인지 분간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그때도 낙서를 하지 말라고 하니 하라고 할 땐 언제고 말을 바꾼다며 오히려 야속하게 생각한다. ㅠㅠ
이렇게 수업을 몇 번 망해보면 나름 노하우가 생긴다.
'이렇게 하니 아이들이 좀 더 잘 알아듣더라.'
'이 부분에서는 설명이 더 필요하더라.'
어떤 식으로 말해야 하는지, 어디서 문제가 생기는지 데이터가 생기고 이것을 수정, 보완하면서 수업도 업그레이드가 된다. 그렇다 보니 1반부터 5반까지 다섯 반 수업을 들어가는데 항상 첫 번째 들어가는 반에서는 망한다. 그럼 두 번째 수업하는 반에서 약간 수정, 보완하고 또 아이들 반응을 보고 세 번째 수업하는 반에서 좀 더 잘하게 된다. 결국 다섯 번째 반에서 성공적인 수업을 거둘 때가 많다. 즉 나에게는 다섯 번의 기회가 있는 것이다.
요즘 신조어 중에 '짬바'라는 말이 있다.
'짬에서 니온 바이브'의 줄임말로 오랜 경험에서 나온 실력을 일컫는 말이다. 이때 오랜 경험은 실패와 망한 경험을 뜻할 것이다. 늘 순조롭고 순탄하기만 한 일에선 배울 수가 없기 때문이다. 실패를 하고 망해야만 실력이 쌓인다.
오늘은 처음으로 구술평가에 도전했다. 오래 준비하고 시뮬레이션을 그려가며 연습했는데 막상 평가를 할 땐 진땀을 뺐다.
'준비 시간을 더 줬어야 했나?'
'문항 수가 좀 많은가?'
여러모로 아쉬움이 남는다.
그러나 오늘 한 반을 평가해 보니 나름 기준이 명확해졌고 다음에 다시 하게 되면 어떤 부분에 더 신경 써야 할 지도 알 것 같았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소설을 훨씬 깊이 있게 읽게 되고 준비하는 과정에서 말하기 실력에 도움이 되는 것 같아 만족스러웠다. 그래서 다음에도 계속해봐야겠단 생각이 들었다. 그땐 지금보다 더 잘할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