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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Jun 20. 2024

강제전학생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전학생이요?"
우리 학교에 전학생이 온다는 소식이 들렸다.
3학년도 한 학기가 다 끝나가는 무렵에 전학이라니...
뭔가 심상치 않았다.
그리고 슬픈 예감은 틀리지 않았다.
"강제전학이라고 하네요."
"사유는요??"
"아직 잘 모르겠어요. 공문 와봐야 알 것 같아요"

이 소식에 3학년 교무실 선생님들은 걱정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솔직히 걱정이라기보다 겁을 먹은 듯했다.

내가 이 학교에서 5년째 만기를 채우고 있는 이유이자 1학년 때 가르치던 아이들을 3년째 가르치는 가장 큰 이유는 3학년 아이들이 정말 순하고 착하기 때문이다.
선생님들끼리도 틈만 나면 '요즘 이런 애들 또 없다!' 칭찬할 정도로 참 정이 많고 순수하다.
기본적으로 선생님들에게 호의적이어서 지도나 훈계에도 반항하기보다는 뉘우치고 반성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래서 선생님들도 아이들에게 애정을 가지고 지도하니 학교에서 큰소리 낼 일이 거의 없다.
 
이제 여름방학 지나면 고입 원서 써서 아이들 무사히 잘 졸업시키는 일만 남았다고 생각했는데 강제 전학생이 온다는 소식에 교무실이 술렁거렸다.
"어지간하면 강전 안 보낼 텐데.. 사안이 뭘까요??"
"학폭이나 교권침해 아닐까요?"
"지금 3학년 분위기 너무 좋은데.. 흐트러지는 건 아니겠죠?"
"일단 확실한 건 없으니 기다려봅시다."


그리고 며칠 뒤.
"선생님 우리 반에 강전 와요??"
"응? 누가 그래?"
"제 친구가 그러는데.. 자기네 학교 아이가 울 학교로 강전 갈 거라는데요?"
"아직 확실히 정해진 건 없으니 기다려보자."

그리나 소문은 삽시간에 퍼져서 다음날 학교가 떠들썩했다. 아이들의 입을 거칠수록 소문은 점점 무성해져만 갔다.
급식실에서 식판을 엎었다느니..
맞은 애가 고막이 찢어졌다느니...
아이들은 무섭다며 겁을 잔뜩 집어먹고 있었다.
그런데 그 아이가 전학 오는 반이 우리 반이라는 소문이 더해지면서 우리 반 아이들은 걱정이 가득했다.

"선생님 반 남자아이들 잔뜩 모여 있던데요??"
점심시간이 급식 먹고 올라오는 길에 옆 반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무슨 일이 났나 싶어 올라가 봤더니 정말 우리 반 남학생 열댓 명이 둘러앉아 종이까지 펼쳐 들고 뭔가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너네 지금 뭐 하니??"
"아.. 저희.. 대책 회의요.."
"뭐?? 무슨 대책??"
"선생님, 전학생 저희 반으로 오는 거 맞죠? 저희 대책을 세워야 할 거 같아서요.."
황당하기도 했지만 그 모습이 귀엽기도 해서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다들 쓸데없는 얘기하지 말고 자리로 들어가. 아직 정해진 거 없어!!"

애들을 돌려보내고 교무실에 들어가니 선생님들이 물으셨다.
"애들 뭐래요?"
"전학생 대책회의한대요.ㅎㅎㅎㅎ"
"아 뭐야ㅎㅎ 그래서 어떻게 한대??"
"모르겠어요.ㅎㅎ"
웃으며 넘어갔지만 한편으론 걱정도 되었다. 저러다 전학생과 붙으면 어쩌지?? 기선제압하겠다고 먼저 건드리면 어쩌지?? 아니면 다들 합심해서 아예 왕따를 시키는 건 아닐까?

걱정되는 마음에 "너희들 대책 회의 때 무슨 얘기했어?" 하고 물었다.
"전학생 오면 크게 박수 쳐주고 환호해 주자고요.. 다들 자기 기피할까 봐 걱정할 텐데 크게 환영해 주고 잘 대해주면 거친 마음이 좀 누그러지지 않을까. 그럼 여기선 적응하고 잘 지내지 않을까 싶어서요...."

이 말을 교무실에 전했다.
다들 놀란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봤다. 뒤이어 한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애들이 우리보다 낫네요."


오늘 아이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그네의 옷을 벗기기로 해와 바람의 이야기가 생각났다. 바람이 심하게 불어댈수록 나그네는 옷깃을 더욱 여미었고 오히려 해의 따뜻함이 나그네의 옷을 벗게 했다는 그 이야기.

강제로 이곳에 보내질 그 아이에게는 강한 바람이 아니라 따뜻한 햇살이 필요할지도 모른다. 그걸 아이들이 먼저 생각해 준 게 고맙고 기특했다. 

사실 이렇게 쓰면서도 걱정이 되긴 한다. 그러나 아직 오지도 않은 아이에 대해서 무성한 소문으로 벽을 쌓기보다는 아이가 이곳에서는 아무 일 없이 잘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주자고 마음먹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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