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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슈퍼엄마 May 07. 2024

내가 먼저야!

고전소설 <박씨전> 수업 중이었다.

박씨전을 비롯한 영웅 소설들은 공통적으로 '영웅의 일대기 구조'를 지니고 있는데, 그들은 모두 비범한 능력을 가지고 있고 고난과 시련을 겪지만 이를 극복하고 행복한 결말을 맺게 된다는 이야기이다.


설명을 마치고 아이들에게 질문을 던졌다.

"너희는 주변에 친구들을 보면 들 평범하게 잘 지내는 것 같은데 왜 내 인생은 이리 힘들기만 한 걸까?... 이런 생각해본 적 없니?"

몇몇이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다.


"선생님은 학창 시절에 그런 생각 많이 했는데.. 다른 사람들 삶은 조용한 호수 같은데 내 삶은 거친 파도를 몰고 다니는 바다 같다고.. 파도 하나 건넜다 싶으면 또 하나가 밀려오고.. 늘 그 속에서 허우적 대는 것 같았어"

"무슨 일이 있었는데요?"

"그냥.. 지금 생각해 보면 별일 아닌데 그땐 다 별일이었지. 성적이 떨어지는 것도, 부모님이 싸우는 것도, 우리 집에 돈이 없는 것도, 친구랑 사이가 멀어지는 것도.. 다 나한테만 생기는 고난처럼 여겨졌어."

밌다는 듯 웃는 아이들과 공감한다는 듯 조용히 바라보는 아이들이 뒤섞여있다.


"그런데 소설을 읽다 이런 생각이 들더라. 영웅들에게 시련이 닥치는 건 다 그걸 이겨낼 만한 능력이 있기 때문이라고. 결국 내게도 그런 능력이 있기 때문에 힘든 일들이 생기는 거라고. 그걸 이겨내고 나면 난 더 강해지겠지? 내 삶은 평범하지 않고 오히려 특별하다고 여기게 됐어. "

그때 한 학생이 말했다.

"선생님, 그거 원영적 사고잖아요~"

"원영적 사고?"

처음 들어보는 말이었다. 피그말리온 효과와 같은 심리학적 용어인가? 그 순간 누군가 외쳤다.

"장원영이요~ 장원영이 그런 생각을 한대요."

"장원영? 아이돌??"


찾아보니 정말 있다!

아이돌 그룹 '아이브'의 멤버 장원영이 이런 긍정적인 사고를 한다고 해서 이를 '원영적 사고'라 부른다 했다.

졸지에 '원영적 사고'를 따라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야 장원영이 몇 살이야?? 2004년생?? 나는 98년도부터 이 생각을 했어!! 내가 먼저야!!"

흥분한 나를 달래며 아이들이 말했다.

"아. 알았어요. 앞으로 선생님 이름 붙여 드릴게요.ㅎㅎ"

"장원영이 생각도 외모도 나랑 닮았네!"

마지막 말은 괜히 꺼냈다.

그전까지 분위기 좋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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