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슈퍼엄마 Mar 26. 2024

독서동아리 첫 번째 책모임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

올해도 아이들과 함께하는 독서토론 동아리를 운영하기로 했다. 사실할까 말까 고민도 많이 했는데 작년에 함께 했던 두 아이가 올해도 꼭 하고 싶다고 러브콜을 보냈기에 못 이기는 척 받아줬다^^;

독서동아리 올해 첫 모임에는 어떤 책을 함께 읽을까 고민하다 김민섭 작가님의 <당신이 잘되면 좋겠습니다>를 선택했다.

이 책은 느슨한 연결의 힘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데 인간을 가장 느슨하게 그러나 단단하게 연결하는 고리를 '선함'이라고  한다. 그리고 그 선한 마음들이 모여 만들어낸 기적 같은 이야기들을 읽다 보면 어느새 나도 누군가의 잘됨을 빌어주게 되고 마음이 따뜻해짐을 느낀다.
서로의 잘됨을 빌어주고 느슨하지만 단단한 모임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이 책을 함께 읽기로 했다.

함께 읽기

이 책에서 김민섭 찾기 프로젝트의 내용이 담긴 두 번째 목차 73-121p를 함께 읽었다.
읽고 나서는 유퀴즈에 소개된 13분짜리 동영상도 함께 보았다.


대화나누기

아이들과 이야기 나눌 질문을 만들었다.
1. 가장 기억에 남는 여행에 대해 이야기해봅시다.
2. 여행계획이 취소되어 비행기표를 사용할 수 없게 되었습니다. 나라면 어떻게 하겠습니까?!
3. 잘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요? 누구인지, 그 이유는 무엇인지 말해봅시다.


세 가지의 질문 외에 함께 이야기 나누고 싶은 질문을 아이들이 더 만들어 보게 하였다.
아이들이 만든 질문 중에 함께 이야기 나눈 질문은 다음과 같다.
- 나와 닮은 사람을 만나게 된다면 어떨 것 같나요?
- 여행을 간다면 무엇을 해보고 싶나요?!
- 잘 알지도 못하는 누군가를 도와주는 마음은 왜 생기는 걸까요?

오늘 대화 중에 인상 깊은 이야기는
"잘 되면 좋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나요?"라는 질문으로 나눈 이야기였다.
한 아이는 세 살 터울 언니가 있는데 올해 고3이 되었다고 했다. 언니랑은 예전부터 라이벌처럼 지냈다고 한다. 질투도 많이 하고, 비교당하기 싫어서 공부도 열심히 하고 언니가 성적이 떨어지면 내심 기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책을 읽으며 언니가 잘되면 좋겠다고 처음으로 그런 생각이 들었다고 한다.

한 아이는 초등학교 때 아버지의 사업 실패 후 부모님이 늦은 시간까지 일하느라 두 살 어린 동생 밥도 차려주고 숙제도 봐주고 그렇게 지냈는데 어느 날 동생의 잘못으로 인해 이 아이가 크게 혼났고 그날 이후로 아버지와는 마음의 담을 쌓고 멀어지게 되었다고 한다. 지금도 아빠가 많이 밉고 원망스러운데 그래도 아빠가 잘되면 좋겠다고 했다. 그러면 다시 예전처럼 나를 향해 웃어 줄 것만 같다고.. 아이의 이야기를 듣다 눈물이 터져버렸다 ㅠ 티를 안 내려고 노력했는데 다른 아이들도 얼굴에 부채질을 하며 서로 노력하는 것이 보여 그 모습에 서로 또 웃어버렸다.

이렇게 울고 웃으며 첫 모임은 마무리되었다.
오늘 처음 참석한 아이는 막상 만나면 할 얘기고 별로 없고 어색할 것 같았는데 이렇게 편하게 내 이야기를 하게 될 줄 몰랐다고 신기하다고 했다.
힘들게 아버지 이야기를 나눠준 친구에게 고맙다고 했다. 그 아이도 자기가 이런 이야기까지 하게 될 줄 몰랐다고 멋쩍어했다. 사실 난 작년에 이 아이의 담임이었는데도 이런 이야기를 전혀 몰랐다.  한 권의 책이, 이야기가 누군가의 마음에 깊이 가 닿고 그 마음의 문을 열 수 있다는 사실에 새삼 놀랐다. 그래서 책을 사이에 두고 나눈 이야기들은 이렇게 깊고 따뜻하구나.. 생각을 했다.


50분 정도 책 읽고 10분 영상 보고 30분 대화 나누고 키워드 빙고로 마무리하려고 계획했는데 대화가 너무 깊고 풍부해서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래서 빙고는 하지도 못하고 시간이 늦어서 후다닥 마무리하고 끝내서 좀 아쉽다.
아이들의 진솔한 이야기를 들으며 올해도 아이들과 독서동아리를 시작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매거진의 이전글 어느 교사의 고백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