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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May 03. 2022

좋아하는 일을 하라는 ‘진짜 의미’

오랫동안 좋아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


가슴 뛰는 일을 찾습니다


좋아하는 일을 하세요,
가슴 뛰는 일을 하세요.
한 번뿐인 인생을
가치 있는 것으로 채우세요.


공부에 재능이 있어서 의대를 나왔지만 제주도에서 여행 가이드를 하며 충만하게 살아가는 것, 내로라하는 대기업에 다니다가 그만두고 평소에 좋아하던 문구류 전문 쇼핑몰을 차리는 것, 모두 멋진 선택이다. 직장인들이 꿈꾸는 덕업일치의 삶 아니겠는가.


하지만 이런 삶이 유행처럼 퍼지다 보니 묘한 부작용도 있는 것 같아 염려스럽다. 일을 선택할 때 ‘가슴 뛰는 것’의 영역 점수를 지나치게 높이 부과한다는 점 때문이다. 감정만큼 변덕스러운 게 없는데도. 


10대였던 우리가 확신을 가졌던 것과 그 시절의 취향을 떠올려보자. 나만 해도 10대에는 ‘확신을 가지고’ 국제구호재단 같은 곳에서 일하고 싶었고, 짠맛 소스에 절인 비린 간장게장 같은 음식은 싫어했다. 그 취향은 분명히 확고하고 단단했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일의 경제적 보상에서 큰 즐거움을 느끼는 사람이고, 비행기를 장시간 타는 것도, 불규칙한 생활도 좋아하지 않는 성향이다. 그러니 20대에 국제 NGO에서 커리어를 시작했다면 괴로웠을 것이고, 심지어는 불행했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간장게장이 정말 맛있다고 생각한다(가격만 조금 내려주면 좋을 텐데).


감정은 훌륭한 가이드가 되기도 하지만 제일 변덕스러운 걸림돌이 되기도 한다. 그러다 보니 혼란스러운 감정 속에서 헤매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멀쩡히 옳은 선택을 하고서도 ‘일하면서 설레거나 가슴이 뛰지 않으니, 무엇인가가 결핍된 걸까?’라고 자책한다. 또는 적성에 안 맞는 일인데도 ‘이건 선한 영향력의 보람 있는 일이잖아’, ‘의미있는 일을 하는데 참아야지’라는 이유를 대며 자신을 괴롭힌다.


우리의 커리어를
고작 심혈관 반응에 맡겨서
결정할 수는 없다. 


남들 눈에 가치 있어 보이는 삶을 사느라 무리할 필요도 없다. 커리어 특성상 일단 한번 선택하고 나면 다시 방향을 틀기까지 꽤 많은 노력이 든다. 그러므로 자신이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과 ‘오랫동 안 좋아할 수 있는 진짜 취향’을 올바른 안목으로 구별하는 일은 정말 중요하다. 


커리어에 중요한 선택을 하기 전에 다음의 질문을 곰곰이 생각해봤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선택하는 건 정말 옳은 방향이다. 하지만 진짜 좋아하는 게 무엇인지 우리가 정말 알고 있을까?”




나는 어떤 일을 진짜로 좋아할까? 분야 vs. 하는 일


치킨 전문 배달 플랫폼 회사에 다니는 두 사람이 있다. A와 B라고 하자. 


A는 누구나 인정하는 치킨 애호가다. 평생 치킨을 먹으라고 해도 맛있게 먹을 사람이다. 어쩌다가 맛없는 치킨을 먹게 된 날은 온종일 기분이 나쁘다. 그래서 새로운 맛과 가게에 도전하는 대신 좋아하는 치킨 여덟 종류와 가게를 정해 순서대로 먹고 있다. 원래 튜닝의 끝은 순정 아니겠는가.


이에 반해 B는 데이터를 통해 남의 취향을 발견해내고, 그게 맞아 떨어지는 걸 보며 즐거워하는 사람이다. 전국의 숨겨진 맛집 치킨을 찾아내서 소비자가 열렬한 반응을 보일 때 은근한 짜릿함과 보람을 느낀다. 치킨을 좋아하냐는 물음에는 이렇게 대답한다.


“치킨이요? 좋아하죠. 치킨 안 좋아하는 사람도 있나요, 뭐.”


여기서 질문이다. 둘 중에 누가 더 이 회사를 재미있게 다닐까? 그리고 누구에게 더 많은 성장의 기회가 주어질까?


• A: 치킨을 열렬하게 좋아한다
• B: 데이터를 분석해서 소비자가 열광할 맛집을 찾아낸 후 반응을 보는 걸 좋아한다.


B다. 의외로.


A는 B보다 치킨을 훨씬 사랑하지만, ‘자기 취향의 치킨을 먹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취향을 일로 연결하기가 어렵다. 굳이 따지자면 새로운 치킨 맛집을 발굴하는 데 강점이 있겠다 정도인데, A의 성향을 보면 자기 취향이 아닌 조리법의 치킨을 테스트차 억지로 먹어야 한다면 금세 불행해질 것 같다. 주변의 지인들은 “이야, 덕업일치의 삶을 살고 있구나”라고 부러워할지 모르지만 말이다.


이에 반해, B는 회사를 훨씬 재미있게 다닐 가능성이 크다. 그의 취향이 치킨 전문 배달 플랫폼의 정체성에 해당하는 ‘고객이 좋아하는 치킨을 제공한다’에 정확히 부합하기 때문이다. 자신의 치킨 취향에는 안 맞아도 고객이 좋아하고 회사 매출에 도움이 될 만한 치킨들을 찾아낸다. 어차피 자기 취향의 치킨은 퇴근 후 마음껏 사 먹으면 되는 일이다. 


이렇게 일하는 B는 앞으로도 이곳의 경력을 바탕으로 더 크게 성장할 기회를 연달아 맞이할 것이다.


덕업일치의 삶을 생각할 때 꼭 고려해주었으면 좋겠다. 좋아하는 ‘분야’만을 기준으로 커리어를 선택하면 삐끗할 수 있다. 많은 경우 어떤 일을 꾸준히 좋아하기 위해서는 ‘분야’보다는 ‘그 분야에서 핵심적으로 해야 하는 일’을 좋아하는 게 더 영향을 끼친다.




다음과 같은 사람들이 있다고 생각해보자.


• 데이터 분석은 좋지만, 온종일 수만 개의 데이터를 쳐다보고 있는 건 너무 지루해서 도망가고 싶다.

• 책을 너무 좋아하지만, 책을 출간하는 업무는 지루하고 괴롭다.


이 사람들은 데이터 분석가와 편집자가 되면 그 즉시 불행의 고속열차를 타게 된다. 무척이나 좋아하는 덕업일치 분야를 선택했음에도 싫어하는 일로 가득 찬 직업을 골랐기 때문이다. 데이터 분석가로 일하면 온종일 수만 개의 데이터를 쳐다봐야 한다. 출판사에서 일하는 사람은 책을 읽는 시간보다 책을 만들고 파는 데 시간 대부분을 쓴다. 


그러니 일하면서 어떻게 만족스러울 수 있겠는가.


이런 실수를 피하려면 일을 선택할 때 또는 커리어를 바꾸려고 할 때는 다음의 두 가지 질문을 자신에게 던져보면 된다.


① 나는 이 분야를 좋아하는가?
② 이 분야에서 일상적으로 하는 일을 좋아하는가?


두 질문의 교집합을 찾아서 일을 선택하면 더 좋은 결정을 할 수 있다. 만약 두 가지를 동시에 충족할 수 없는 상황이라면, ‘분야’보다는 ‘하는 일’이 취향인 쪽을 고르는 게 현명하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자면 ②번 ‘일상 업무가 취향인 곳’을 우선으로 선택하고, ①번 ‘분야’ 중에서 명백한 불호 영역은 제외하는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명백한 불호 영역이란 독실한 기독교인이 불교용품 기업에서 마케터로 일하거나 담배로 인한 폐암으로 부모를 잃은 사람이 담배 회사 법률팀에 입사하는 것 같은 상황을 의미한다.


분야가 취향은 아니더라도 하는 일이 취향이면 꽤 즐겁게 일할 수 있다. 성과도 좋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주변의 인정도 자연스레 따라온다. 그곳에서 경력과 내공을 착실히 쌓다 보면 원하는 취향의 분야로 이직할 기회는 생각보다 쉽게 찾아올 것이다.




* 출처 : <일하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박소연, 더퀘스트

* 책 정보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2338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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