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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소연 May 19. 2022

일의 의미: 나는 왜 이 일을 할까?

과정을 즐기며 나아가는 힘

‘지금 이 일을 하는 나’를 좋아할 수 있을까


“경제적 자유를 얻으면 하고 싶은 게 뭔가요?”라는 질문에 사람들이 대답하는 걸 보노라면 나로 모르게 미소가 지어진다. 대부분이 퇴사 후 긴 휴가를 즐긴 후 자기가 해보고 싶었던 일을 하겠다고 말했기 때문이다. 남은 인생을 유유자적하며 끝내주게 완벽한 백수로 살겠다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았다.  


악기 배우고, 맛집 가고, 넷플릭스를 매일 세 편씩 보고, 휴대전화로 한가롭게 노는 삶을 원한 거 아니었나? 그렇게 물어보면 다수의 사람은 ‘2~3년이라면 몰라도, 또는 1년에 2~3달이면 몰라도 남은 50년을 그것만 하면서 보내기에는 좀 그렇지 않나?’라고 생각하며 눈을 또르르 굴린다.


이런 귀여운 사람들이라니.


매일 아침 출근할 때마다 ‘이놈의 지긋지긋한 회사, 로또나 코인이 대박 나면 바로 그만둔다’라고 생각하면서 말이다.


우리는 일에 관해 양가적 감정이 있다.


좋아하고 자랑스러워하는 마음과 지긋지긋해서 도망가고 싶어 하는 마음이 복잡하게 얽혀 있다. 그래서 지난주에는 ‘이래서 내가 이 일을 하는 거지’라며 뿌듯한 마음이 들었다가도, 이번 주에는 벗어날 수 없는 굴레처럼 갑갑하게 느껴져 숨이 막힌다. 금수저가 아니면 다 이렇게 사는 거라며 자신을 다독이며 살고 있는데 가끔 주변에 신기한 부류들이 눈에 띈다.


‘저 사람은 여기서 일하는 게 재밌나 봐.’


이런 생각이 드는 사람들 말이다. 얼굴에서, 말에서, 사소한 태도에서 문득문득 느껴진다. 아침이 되면 졸음이 덕지덕지 붙어 있긴 하지만 밝은 얼굴로 출근해서 맡은 업무를 하나하나 처리해나간다. 똑같은 업무를 처리하더라도 조금 더 낫게 해낼 방법을 리더와 상의한다.  


무엇보다 가장 충격적인 건, 휴가차 떠난 외국에서 우리 회사와 비슷한 제품이나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을 구경하고 온다는 사실이다(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사람들이 휴가인데 왜 일을 하느냐고 물어보면 웃으면서 가볍게 말할 뿐이다.


“일은 무슨 일이에요. 그냥 구경해본 거죠. 남들은 어떻게 하는지 궁금하잖아요.”


사람들은 신기한 마음에 그 사람의 얼굴을 빤히 바라본다.




자기 일을 좋아하고, 그 일을 하는 자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특유의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 겉모습과 행동 자체는 두드러지게 다르지 않다. 똑같이 주말을 간절히 기다리고, 강도 높은 업무에 한숨을 쉬는 평범한 사람들이다. 스트레스도 자주 받고, 뒷담화 자리가 생기면 열성적으로 끼어든다. 하지만 그들이 가진 특유의 에너지는 문득 문득 배어 나와 다른 사람이 눈치챌 수 있을 정도다.


자기 일을 좋아하고, 그 일을 하는 자신을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되는 건 커다란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하루 대부분을 보내는 곳을,
그리고 그곳을 위해
시간과 재능을 쏟는 자신을
꽤 괜찮게 여기며 사는
셈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그렇게 살 수 없을까? 건강하게 오랫동안 일을 하고 싶다는 사람들, 일을 통해 나 자신과 가족을 돌본다는 멋진 가치에서 멈추지 않고, 더 나아가 일의 의미를 발견하는 사람들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있는지 들여다보자.




어떻게 일의 의미를 찾을까?: 우리는 ‘누군가’를 구하는 중


앞에서, 일하는 사람은 누군가를 구하는 영웅들이라고 말했다. 우리가 하는 평범한 일들은 궁극적으로 누군가의 삶을 조금 더 낫게 만들어준다.  


일의 의미를 찾은 사람들은 그 누군가를 분명하게 의식하면서 일한다.

 

‘누군가’는 고객이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지만, 일반 소비자, 회사 동료, 기관 담당자, 납품 기업, 지역 주민 또는 국민 등 다양한 모습을 가지고 있으므로 더 넓은 의미다.  우리가 일상 업무에 매몰되면 자연스레 그들의 존재감도 희미해진다. 그와 동시에 ‘내가 지금 무엇을 위해서 이토록 바쁘게 살고 있지?’ 하는 마음이 몰려오게 된다.  


불고기 버섯전골 밀키트 출시 담당자를 생각해보자. 밀키트 안에 팽이버섯을 7개 넣을지 또는 10개 넣을지, 강원도 농가와 계약할지 또는 충청도 농가와 계약할지, 단가를얼마로 할지 같은 수십 가지 문제를 처리하며 입에서 단내 나게 일한다. 나중에는 팽이버섯도, 불고기 버섯전골 밀키트도, 오락가락하는 상사의 얼굴도 다 꼴 보기 싫고 지긋지긋해진다.


마음속이 시끄러운 바로 그때,
우리가 구한 ‘누군가’를 떠올려보자.  

우리의 일과 연결된 누군가는 언제나 있다. 팽이버섯을 정성껏 재배한 후 계약을 애타게 기다리는 농민의 얼굴, 재료를 깨끗하게 씻어 밀키트로 제작하는 일로 일감을 얻은 공장 직원들, 그리고 지친 저녁에 따끈한 불고기 버섯전골을 10분 만에 만들어서 흰 밥에 얹어 호로록 먹을 사회 초년생을 떠올려보자.



우리의 일은 누군가에게 가치 있는 일이다. 우리가 모두를 구하진 못하지만, 누군가의 삶에서 반짝이는 일부의 순간만큼은 확실히 구해주고 있다. 일터에서 이 사실을 분명하게 의식하는 사람은 길을 잃지 않는다.




일의 의미를 찾는 일은 투자할 가치가 있는 일


일과 자신을 동일시하다가 상처를 받은 사람들은 일에 대해 냉랭한 마음을 갖는다. 그리고 다른 사람에게도 충고한다. “돈 벌려고 하는 거지, 뭐. 일에 괜한 의미 두지 마. 그러다가 이용이나 당하지. 아무도 안 알아주고 너만 손해야.”


일을 좋아한다는 이유로 희생할 필요는 없다. 좋아하는 일을 한다는 게 다른 조건을 낮춰도 괜찮다는 의미는 아니니까. 그런 의미에서 일과 거리를 두고 싶어 하는 마음은 충분히 존중하지만, 가시를 날카롭게 세우고 일에 의미를 안 주려고 애쓰는 태도도 건강한 마음은 아닌 것 같다. 의미 없는 일에 온종일 시간과 에너지를 쓰는 나를 좋아하긴 어렵기 때문이다.


평일에 깨어 있는 시간의 3분의 2를 일하면서 보내는데, 일하는 나를 좋아하지 못한다면 결국 나 자신을 사랑하기도 쉽지 않다. 자기 일을 좋아하고, 그 일을 하는 자신을 좋아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건

인생에서 큰 행운이다.




* 출처 : <일하면서 성장하고 있습니다>, 박소연, 더퀘스트

* 책 정보 :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22338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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