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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 영 Aug 22. 2021

불안함에 대하여...

고3 수업을 하고 나면 안쓰럽다.

나와 짧지 않은 기간을 함께 공부했던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 더 그렇다.


2년 전, 1년 전의 그들은 적당히 어렸고, 적당히 해맑았고, 

적당한 낙관도 있었다. 


원하는 대학에 가서, 원하는 일을 하며, 

자기 인생을 펼쳐나가는 그들의 꿈을 보는 일은 

유치해서 귀여웠고, 긍정적이어서 웃음이 났다. 

그들은 적당히 비현실적이었다.


수시 원서를 써야 할 시기가 다가오고, 

D-100이 훌쩍 넘어버린 시점에서의 그들의 모습은 가련하다. 


태어나서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상황에 직면한 그들은 

바쁜 일상 속에서 순간마다 찾아오는 불안감의 무게가 

결코 가볍지 않음을 알아가고 있을 것이다. 


무엇보다 마음 아픈 것은 자기 자신에 대한 원망과 비난, 

그로 인한 무기력감, 패배감, 열등감이 그들을 지배한다는 점이다. 


주변에 나보다 더 잘하는 친구들을 보며 느끼는 그 감정들을

헤아릴 수 있는 나도 같이 쓰리고 아프다. 


그들은 비로소 어른이 되고 있다. 원래 삶이 그렇다.

삶은 신 포도가 가득한 세상이다. 

내가 가질 수 없는 대상을 과감하게 마음속에 지워버릴 수 있는 

능력은 삶을 살아내게 하는 가장 중요한 기술 중 하나다. 

그들은 세상에 가질 수 없는 포도가 존재한다는 것을 

이제서야 절실히 체감해 가고 있다.


아이돌, 연예인, 시그니엘, 람보르기니...

서울대, 연대, 고대, 인서울, 이름 있는 대학...

화려하고 달콤한 꿈이 허망한 꿈이었다는 인식이 서서히 머릿속에 자리 잡을 무렵, 

우리는 그렇게 철이 든다. 

철이 들었다는 것은 꿈을 보완하고, 수정할 수 있게 된 지점에 

드디어 이르렀다는 의미다. 

철이 든다는 것은 꿈의 수정일 뿐, 기필코 꿈을 버리지는 않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불안해하지 말아야 한다. 

불안이라는 못된 관념이 나를 지배하지 못하게 애써 막아야 한다. 

움직여야 한다. 

몸이 내 꿈을 향해 어떤 식으로 앞으로 나아가도록 움직이라고 

자기 자신을 어르고 달랠 수 있어야 한다. 


그렇게 한 걸음씩 디뎌 나가는 게 인생이다. 

우리 어른들은 다 안다. 아니 조금만 안다. 

그들이 지금 고통과 좌절이 빗발치는 전쟁터의 한 중간에 있다는 것을.

함께 참전해 줄 수 없어 안타까운 마음만으로 또 다른 전쟁터에서 지켜보기만 할 뿐이다.

그저 그 전쟁에서 살아남아 주기를 바라며 각자의 인생을 살아갈 뿐이다.


이기는 전쟁이란 없다. 

삶이라는 전쟁은 승자도 패자도 없다.

오로지 살아남은 자만이 존재한다.


삶이라는 전쟁은 끝이 없다. 

그래도 세상의 모든 일이 그렇듯 찰나의 휴식은 존재한다.

그때 잠시 머물다 가는 안정감을 행복이라 부르는 사람도 있다.

이를 가치있게 생각할 수 있는 마음가짐도 길러야 한다.

그래야 전쟁만큼 행복도 끝이 없다.


인생은 불안의 연속이다. 

불안은 인간만이 느낀다. 

동물은 불안해하지 않는다.

없으면 없는 데로, 있으면 있는 데로 하루하루를 열심히 살 뿐이다. 

인간을 인간으로 만드는 것은 고통이며, 

고통을 딛고 앞으로 나아가야 인간이다. 


행복은 불안과 고난의 중간에 찾아온다.

이를 잡을 수 있는 의지는 불안과 고난을 극복해 나가는 

경험에서 나온다. 

철학자 니체는 '나를 죽이지 못하는 고통은 나를 더 강하게 만든다' 말했다.

이 마음가짐이 반드시 필요하다. 

어차피 고통 없는 인생이란 없다.

받아들여야 한다. 그리고 버텨야 한다.


버티고, 버티면 반드시 끝이 온다. 

불안은 받아들이고, 이를 악물고 끝을 향해 살아가되, 

결과는 겸허하게 받아 들여야 한다. 


그렇게 살아가는 게 인생이다.

나는 내 제자들이 다 그렇게 살았으면 좋겠다. 

내 제자들이 나도 그렇게 살기를 바랐으면 좋겠다.


불안함을 없애라는 말이 아니라, 

불안함을 삶을 나아가게 하는 에너지로 삼으란 말이다. 


부디 그렇게 되길 진심으로 바라본다.  




2021년 8월 22일 일요일

텅 빈 교실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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