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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 영 Mar 31. 2023

너의 기복

삶은 우리에게 기복을 허한다. 우리는 그 기복을 겸허히 받아들여야 한다. 왜 기복이 심하냐고 스스로나 타인에게 핀잔을 주지 말아야 한다. 기복이 심하다고 핀잔과 꾸중을 들어서도 안 된다. 업 앤 다운이 삶이다. 늘 잘하수도 없고, 늘 못할 수도 없다. 하나의 목표를 향해 다가가다 보면 늘 생기는 현상이다. 몰입하는 상황에서도 마찬가지다. 그 안에도 기복은 존재한다. 다만 그 기복의 높이와 폭이 조금씩 다를 뿐이다. 기복이 있으니, 기복을 받아들이고, 높이와 폭의 격차가 그렇게 크지 않게 살아가는 것이 핵심이다. 


사랑에도 기복이 있다. 늘 변함없는 사랑을 유지하기는 어렵다. 좋을 때도, 섭섭할 때도 잊기 마련이다. 좋을 때는 섭섭했을 때를, 섭섭할 때는 좋을 때를 기억하여 기복의 높이와 폭을 줄여야 한다. 


공부와 일도 마찬가지다. 늘 좋은 성적만 내기는 어렵다. 기복이 있기에 들인 공에 비해 훨씬 더 좋은 성적을 받을 때도 있다. 이를 바라보는 어느 타인은 칭찬이랍시고, '이렇게 잘할 수 있으면서 지금까지 노력을 안 했다.'라고 말한다. 제일 잘했을 때를 기준으로 삼고, 이보다 못한 결과가 나왔을 때 우리는 쉽게 실망한다.  기복이 있기에 그럴 수도 있는데, 결코 그래서는 안 되는 일이라 간주하며 노력의 부족을 탓한다. 


학생이라면 이 기복의 높이와 폭을 줄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이를 하기 위한 방법은 늘 평정심을 유지하며 공부에 임해야 한다. 공부를 하기 위해 책상에 앉을 때의 마음은 결코 의욕과다 상태이어서는 안 되며, 그 반대도 마찬가지다. 에피쿠로스가 말한 평정심을 얻는 방법은 저마다 방법이 있어서 뭐라 단정 지어 말하긴 어렵다. 다만 적어도 내가 해본 경험으로 평정심을 얻을 수 있는 가장 쉬운 방법은 공부 전에 짧은 명상을 하는 것이다. 명상을 할 때 흔히 아무 생각을 하지 말라는 생각 없는 말을 듣곤 한다. 인간이 어찌 생각을 멈출 수가 있는가. 생각을 하지 말아야지 하는 생각을 멈출 수가 있단 말인가. 아무 생각도 하지 않기 때문에 나는 지금 아무 생각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 바로 명상이 추구하는 이상적인 생각일 수도 있겠다. 하지만 나는 이 아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는 생각이 명상에 최고로 좋은 것이라는 것에 찬성하지 않는다. 


평정심을 얻기 위한 명상에서는 차라리 이런 생각만 해야 한다. 나는 지금 무엇을 공부할 것이고, 이것이 내가 피할 수 없이 해야 하는 공부이며, 이왕이면 공부가 잘 되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을 한다. 그리고 혹시 이해가 되지 않아도, 잘 외워지지 않아도 실망하지 않겠다는 생각 또한 한다. 공부는 오늘만 하지는 않는다. 내일도 모레도 해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오늘 하루만 살겠다는 하루살이 같은 뜨거운 열정은 오히려 평정심을 유지하는데 방해만 된다. 오늘도 오늘만 살겠다는 마인드로, 내일도 오늘로, 내일 모래도 오늘처럼 살겠다는 다짐은 멍청한 생각이다. 우리 삶은 늘 기복이 존재한다. 기복을 받아들여야 한다. 


공부를 잘해보겠다는 불굴의 의지가 샘솟았다면 이것만으로 나는 충분히 칭찬해 줄 의향이 있다. 다만 그 마음으로 공부를 하면 오래 못 간다. 활활 타는 불이다. 차라리 공부는 은은하게 오래가는 숯이어야 한다. 기복을 인정해야 한다. 숯의 열기는 기복의 높이와 폭이 일정하게 유지되며 웬만해서는 쉽게 꺼지지 않는다. 부족하다 싶을 때는 숯을 추가하면 되고, 넘친다 싶을 때는 잠시 숯을 흐트러 놓음으로써 조절할 수 있다. 그래도 고기는 다 잘 구울 수 있다. 소정의 목표를 달성한다. 숯의 일정하고, 예측 가능한 기복을 추앙하라. 


공부도 숯처럼 해라. 활화산도 결국 굳어 돌이 된다. 숯은 마음만 먹으면 천년을 유지할 수 있다. 숯 관리는 필요하다. 이를 관리하는 법을 아는 것 또한 공부하는 학생이 당연히 알아야 될 자질이다. 사람마다 다르기에 자기만의 관리법을 찾아 실행해야 한다.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한다. 


숯은 평정심이다. 차갑지 않고 뜨겁다. 은은하게 오래간다. 공부도 사랑도 그렇게 하라.  이렇게 하기 위해서는 우리는 기복을 받아들이는 것 부터 시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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