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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기쁨과 감사 Apr 07. 2022

수유

가슴은 멍들어도 아기에게 좋은 것이라면.

흔히들 제왕절개는 후불식 고통이라고 하죠. 출산일이 정신없이 지나가고 둘째 날 무통주사와 페인버스터를 떼자 아내는 어깨, 허리와 배까지 엄청난 고통을 호소했습니다. 참다못해 간호사 선생님을 호출하자 진통제를 놔주며 몸에 가스가 차서 그렇다고 알려주더군요. 운동을 많이 하라길래 나름대로 열심히 했는데 가스가 나올 때까지 해야 한다는 설명. 게다가 과일과 빵을 조금 먹었는데 가스 유발 음식이라 더 아픈 모양이었습니다. 더 아플 수는 없어 길지 않은 복도를 2시간이 넘도록 수도 없이 돌아야 했습니다.


아픈 몸을 추스르며 아내가 챙겨야 할 일이 또 있습니다. 바로 유축입니다. 입구 빠진 주전자처럼 생긴 유축기를 이용해서 유축을 하면 노란 초유가 젖병에 모입니다. 초유가 면역력을 높여준다는데 참새 눈물만큼 모이고 아이는 두 명이라 많이 먹이지 못해서 아내는 걱정을 하고 남편은 그런 아내가 안쓰럽습니다. 아이들이 직접 먹어주면 모유가 더 많이 나온다는 말에 조리원으로 옮기고 형편이 될 때면 아이들을 방으로 데려와서 젖을 물려보기로 합니다. 그러나 엄마도 아이도 수유가 익숙지 않아 한 모금도 먹이지 못하고 걱정만 쌓여가지요. 그렇게 하루 이틀 보내고 일주일 정도 지나자 모유가 제법 모이기 시작합니다. 아이들이 젖을 빨기도 하고요. 그제야 안심이 된 아내의 얼굴에 웃음꽃이 핍니다. 3~4시간에 한 번씩 유축을 해야 하다 보니 잠을 설치기 일쑤고 잠깐 있다 보면 유축을 해야 해서 조리원에 있는 건지 유축원에 있는 건지 헷갈리기 시작합니다.


7개월이 다 되어가는 지금까지 아내는 모유 수유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젖이 충분치 않아 분유를 함께 먹이고 있지요. 유축 때문에 외출이 자유롭지 못하고 허리가 뻐근한 게 몸도 마음도 고생입니다. 이유식을 만들기 시작한 다음부터는 하루 종일 이유식을 만들고, 먹이고, 유축하는 일의 반복입니다. 아기가 두 명이니 두배를 만들어야 하는 거죠. 하루가 너무 바빠서 유축을 그만두거나 이유식을 사서 먹이거나 둘 다를 해야 할 것 같은데, 하는 데까지 해보겠다는 아내가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나는 어떤 사랑을 하고 있는지 생각해보니 부끄럽습니다. 아내에게도, 아이들에게도, 부모님에게도. 수유는 못하지만 마음은 깊이 내어주도록 사랑을 더욱 가다듬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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