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아빠의 자기계발
인생에는 수많은 터닝포인트가 있습니다. 저에게도 많은 터닝포인트가 있었는데요, 그중에서 가장 드라마틱하게 인생을 바꾼 일은 바로 출산입니다. 여름 햇살이 뜨겁던 8월에 태어난 쌍둥이 아가들은, 잔잔하던 저의 인생을 뜨겁게 달구어 주었습니다. 아가들은, 저의 신분에 부모를 추가하면서 시간 개념도 완전히 바꿔 버렸습니다. 제법 규칙적이던 저의 삶은 아가들과의 만남 이후, 화덕 위의 가마솥처럼 사방에서 예상치 못한 일들이 터져 나왔습니다.
긍정적인 변화는 웃음과 기쁨이 시시때때로 쏟아져 나온다는 겁니다. 아이들의 하루에는 온통 웃음주머니가 숨어 있습니다. 방긋 웃는 미소와, 뜻 없는 옹알이와, 조심스럽게 세상을 만나는 손짓 모두 가슴이 벅찰 만큼 기쁨을 안겨줍니다.
부정적인 변화는 나만의 시간이 대부분 사라졌다는 겁니다. 먹이고 놀고 재우고 기저귀를 갈아주는 이 단순한 일들은 아이들의 다양성과 결합해서 무궁무진한 사건을 만들어 냅니다. 먹다가 토하기도 하고, 이유모를 울음을 울기도 하고, 잘 자다가 깨어나기도 하지요. 유튜브를 아무리 뒤져도 내 아이와 똑같은 사례는 찾지 못하는 사이, 항상 62~63kg 사이를 유지하던 몸무게는 58kg까지 내려갔습니다. 고된 시간을 견디고 100일이 지나면 아가들이 통잠을 자기 시작하고, 제법 규칙적인 하루를 보내기 시작합니다. 이제 좀 키울만하다 싶었는데 이앓이가 찾아오고, 250일이 넘은 지금도 먹이고 놀고 재우고 갈아주는 일이 쉽지 않습니다.
아이들이 자라는 사이, 꾸준히 해오던 많은 것들이 멈췄습니다. 날마다 하던 산책과 턱걸이는 물론 주말마다 다니던 도서관도 가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날마다 꾸준히 하면 뭐든 이룰 수 있다고 적었던 글들이 무색하게, 지치고 힘들어 시간이 남으면 자거나 인터넷을 하기가 일쑤였지요. 다시 마음을 다잡고 할 수 있는 무언가를 찾아야 했습니다.
우선 건강부터 챙기기로 했습니다. 아가들을 키우려면 체력이 뒷받침되어야 하니까요. 산책과 턱걸이 대신에 스쾃와 플랭크를 하기로 했습니다. 아가를 안고 있을 때는 스쾃을, 아가들이 바닥에서 놀 때는 플랭크를 하는 식이지요. 회사에서는 엘리베이터 대신에 계단을 이용하기로 했습니다. 다음으로는 공부 목표를 정비했습니다. 변해가는 사회에서 계속해서 적응하고 전문성을 유지하려면 무엇을 공부하고 어떻게 성장해야 할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현재의 상황과 나의 흥미를 함께 고려해야 하니 결정이 쉽지는 않습니다. 항공기를 공부했으니 자동차를 공부해서 모빌리티 전문가가 되는 것, 프로그래밍이나 머신러닝 같은 소프트웨어 기반의 학문에 도전하는 것 등을 생각해 보았는데 모두 쉬울 것 같진 않습니다. 당장 급한 것은 아니니까, 시간을 두고 고민해 볼까 합니다.
가장 중요한 건, 좋은 아빠가 될 공부를 하는 것일 겁니다. 지금을 웃거나 울거나 소리만 내는 아이들이 시간이 지나면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무수한 것들을 물어올 테지요. 그리고 아이들의 존재 자체가 저에게 많은 대답을 요구할 것입니다. 어떤 아빠가 될 것인지, 어떤 마음과 기준으로 아이들을 기를 것인지에 대한 것들 말입니다. 해답을 하나씩 찾아 나가다 보면, 마음의 깊이가 더욱 짙어져 있을 테지요. 공부할 자세만 준비되어 있다면, 아가들과 함께 아빠는 성장할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