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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성하 Dec 31. 2021

12월의 북마크

2021년 마지막 날 정리하는 12월의 북마크 


다음 마피아 : 실패가 어떻게 인프라가 되는가


늘 다음과 카카오의 관계가 궁금했었는데 생각보다 검색하면 정확한 정보가 잘 안 나왔었는데 , 이 기사 덕에 정리됐다. 


다음커뮤니케이션 - DAUM

- 1995년 : 이재웅 창업자(현 소셜벤처 액셀러레이터 sopoong 대표)가 프랑스 유학 동기 박건희, 대학 후배 이택경과 공통 창업 

- 1997년 : 대한민국 최초 무료 웹메일 서비스 한메일(hanmail.net) 오픈하며 주목 받음

인터넷 초창기로 대부분의 메일 서비스가 유료였기에 무료 메일 서비스는 혁신적이었고 많은 사용자 유입 (전성기의 한메일 시장점유율 70%)

- 1999년 : 한메일 서비스 -> 포털 사이트 Daum으로 확장, 코스닥 상장

- 2003년 : 이재용 님과 함께 하는 조찬 모임(8:30)에 신입 사원이 지각하는 대참사가 벌어지는데 집이 인천 부평이라 강남 회사까지 2시간이 걸린다는 것. 8시에 출근하려면 5시 반에는 준비하고 나와야 한다고. 이재웅 대표는 그날로 조찬 간담회를 중단하고 근본적인 문제의 해결점을 찾기 시작.

- 하루 근무시간이 8시간인데 출퇴근이 4시간인 건 아이러니

- 업무 집중도, 업무 효율성 모두 저하는 물론 집에서 여유롭게 쉴 시간도 별로 안 남음

- 그러나 "서울에서는 개인의 출퇴근 시간문제를 해결해줄 수 없다"는 결론


이 일을 계기로 회사의 지방 이전을 고민하기 시작. 전주나 경주를 떠올리던 이재웅 대표에게 당시 검색 비즈니스를 맡고 있던 김종현 팀장이 제주도를 추천했다. 이유는

- 그래도 서울 출장 올 일이 꽤 있을 텐데 비행기로 한 시간 거리인 제주가 오히려 접근성이 좋음

- 하루 종일 책상에 앉아 컴퓨터를 보고 있어야 하는 인터넷 비즈니스 업에 바다와 야자수가 펼쳐진 제주라는 환경은 '우리에게 맞는 창의적인 업무 공간, 직원들이 행복하게 일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목적에 부합

- 당시 제주도가 국제 자유도시를 지향하고 있었음(애는 제주 국제학교 보내고 나는 제주에서 일하고 그러면 딱 좋겠네)


이렇게 해서 시작된 프로젝트 명 '즐거운 실험'

코로나로 인해 원격 근무와 재택에 많이 익숙해졌지만 그 당시(2000년대 초)만 해도 아무도 시도하지 않은 황당한 프로젝트였기에 실험인 셈이었지만 실제로 프로젝트 명을 실험으로 지었다는 게 놀랍니다. 무릇 실험이란 가설 검증을 위한 것이고 검증에 성공하면 앞서 가게 되지만 검증에 실패하면 중단할 수도 있는 간데 망할 수도 있는 시도를 무려 즐겁게 할 수 있다는 게 놀랍다. 이런 태도가 IT 회사에서는 정말 가능한 거구나. 이름만 들어도 즐거워진다.  

- 2004년 4월 : MVP 테스트로 인터넷지능화연구소 16명 제주 애월읍 유수암리 통나무 펜션에서 근무 시작. 통나무 펜션은 자연환경에 파묻혀 아무런 업무 방해 요소가 없는 환경으로 서울과 대척점이 있는 업무 공간 실험이라고 볼 수 있음.

- 2004년 6월 : 미디어본부 40명 제주 노형동 현대해상 빌딩 임차. 서울과 동일한 업무 환경 구축 가능 여부 판단. (IT 기업 특성상 인터넷 환경 - 네트워크, 데이터센터 등 - 구축이 중요한 요소) 

- 2006년 2월 : 제주 오도동 1500평 규모 글로벌 미디어 센터 준공. 개인 업무 공간 서울 대비 3배, 체력단련실, 탁구장, 식당, 카페, 출퇴근 셔틀 운영 등 오늘날의 코워킹 스페이스의 효시라고 볼 수 있음. 직원들은 자율적으로 제주 이전을 선택할 수 있고 이 역시 워케이션(여행지에서 업무 시간에는 일하고 끝나면 휴가를 즐기는 업무 방식) 

- 2012년 3월 : 3만 8천 평 부지의 제주 JDC 첨단과학기술 간지에 사옥 스페이스닷원을 지어 이전

   (직장인 보육시설 스페이스닷키즈도 있음)

- 2014년 : 자회사 포함 900명 넘는 직원이 제주 근무  


제주에서 벌인 이 놀라운 실험정신은
임직원들의 DNA에도 영향을 미쳐 
이 시기에 다음을 대표하는 서비스들이 탄생했다.
블로거 뉴스, 아고라, TV팟, 자체 검색엔진 개발 등.


- 2014년 : 다음커뮤니케이션과 카카오 합병. 대주주로서의 지위와 경영권 확보한 카카오는 본사를 판교로 통합하면서 제주에서 힘 빼기 시작.


다음커뮤니케이션이 어느 정도 낭만적이고 비전적이었다면 카카오는 현실적인 문화를 가지고 있었기에 융합되기 어려웠다고 해석된다. 이렇게 다음이 10년간 제주에서 만든 성과는 의미가 사라져 버리는 듯했고 많은 직원들이 실제로 퇴사했다고 한다. 


그런데 일이 다른 쪽으로 풀리기 시작하는데 정부가 지역별로 창조경제혁신센터를 설립하고 각 지역을 대표하는 대기업을 스폰서로 매칭 해버린다. 

전국의 창조경제혁신센터가 어디로 어떻게 나아가야 할지 갈팡질팡할 때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제 시대를 함께 했던 진정환(다음카카오 사내 정보시스템 파트장)을 초대 센터장으로 파견한다. 그리고 그는 제주에 대한 애정과 다음이 제주에서 만들었던 성과에 향수를 가지고 제주를 '스타트업 아일랜드'로 바꿔놓게 된다.  

이재웅 소풍 대표가 투자한 쏘카도 제주에서 처음 서비스를 시작했고, 현재 본사도 제주이다. (그래서 몇 년 전 공유 자동차 서비스가 시작될 때 제주도에서 쏘카를 먼저 볼 수 있었던 거구나!)

쏘카 대표 김지만 님도 다음 출신, 그 외에도 다음의 공동 창업자 이택경 님은 스타트업 초기 전문 투자회사 매쉬업엔젤스를 설립해 제주 창업 생태계에서 주도적인 역할을 하고 있으며, 제주 이전 프로젝트 팀장이었던 김종현 님은 한국 1세대 벤처 넥슨의 제주 이전을 맡으며 넥슨 지주회사인 NXC를 제주로 이전시킨다. 


이렇게 다음의 제주에서의 행보는 노키아가 애플에 망한 후 노키아 출신들이 창업에 도전하면서 오늘날 핀란드를 세계적인 스타트업 강국으로 바꿔놓은 사례를 떠오르게 한다. 마찬가지로 다음커뮤니케이션의 실패(?)는 제주 창업생태계의 모태가 되었다고 할 수 있다. 다음을 떠난 인재들이 제주를 지역 창업 생태계의 성지로 탈바꿈시켰고 제주를 넘어 한국의 창업 생태계의 주역으로 활동하고 있다. 미국에 페이팔 마피아가 있는 것처럼 한국에는 다음 마피아가 있다고. 

 

* 유료 기사입니다. 아웃스탠딩 가입 시 보실 수 있어요 (관계자 아님)



The Talks - 롤렉스 인터뷰 매거진


롤렉스와 함께하는 '문화 예술 분야 아티스트 인터뷰 온라인 매거진'으로 사이트 오른쪽 상단에 In partnership with Rolex라고 쓰여있음.


https://the-talks.com/interview/bruce-dern/


- 매거진 소개 : 우리 시대를 이끄는 creative voice들의 인터뷰와 사진을 담으며 예술, 영화, 패션, 음악, 스포츠 등 다양한 분야를 다루는 위클리 매거진.

Emerging Masters 메뉴에서는 영감을 줄 새로운 아티스트들을 만날 수 있을 것 같아 자주 와야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그리고 또 하나 재밌는 메뉴가 전 세계 지도에서 가 볼만한 장소들을 소개하는 메뉴 World Guide. 서점, 레스토랑, 기념비적 건물 등 다양한데 아쉽게도 한국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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