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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제이올로스 Dec 29. 2021

"국룰"이라는 키워드

"국룰"이라는 키워드 뒤에 감추어진 우리들의 심리

당근마켓을 통해 구매를 하기로 했다. 

어디서 중고거래를 할지 고민하는 찰나 자신의 동네로 와서 가져가라는 메시지가 왔다. 

그래서 주위에 자칭 "힙한(?)" 9X 년생에게 물었다. 


 나 : " 당근마켓에서 이거 살건데, 내가 직접 가서 돈주고 오면 되는거야?"

9X년생 :  "별다른 조건 없으면 구매자가 가는게 '국룰'이에요"


'국룰'이란다. 헌법에는 우리나라처럼 글로 쓰여있는 '성문 헌법'과 영국처럼 개념에서만 존재하는 '불문헌법'이 있는데, 이 것은 '불문헌법'에 가까운 ..... 


이런 생각을 했지만 꼰대력을 발산하지 않기 위해 조용히 입을 닫았다. 

그 이후로도 '국룰'이라는 단어는 주위에서 심심치 않게 들렸다. 바삭한 탕수육을 먹을 때도, '찍먹(소스에 찍어 먹는)'이 '국룰'이라고 주장하는 친구들... 


보통 기존에 갖고 있던 관념과 규칙에 대해 반감을 갖고 규칙 타파에 열을 올려야 하는데 새로운 Rule 그것도 "나라 국(國)"을 써서 지엄함을 보이는 '국룰'이라는 신조어를 만들었다. 


이 "국룰"이라는 키워드는 N사 검색어 순위에서 급격한 상승을 보여주며, 대중의 관심사를 설명하는 키워드로 떠올랐다. 이 키워드 뒤에 숨겨진 배경을 살펴보면 사용자들의 몇가지 특징을 알 수 있다. 


1. 남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사회

알 수 없는 옷차림을 패션이라 칭하며, "남의 눈치를 보지 않아요"라고 시크하게 말하며 돌아서는 모습은 비단 2020년대의 일만이 아니다. 1990년대 압구정 오렌지족 들의 이야기이기도 했고, 모든 시대 속 10 ~ 30대의 나이를 가진 사람들은 그렇게 해왔다. 

 반항이 "존재의 이유"처럼 느껴지는 시기가 10대 후반 부터 30대 까지이고, 언제나 그런 모습은 존재했다. 90년대 초반에는 서태지가 "교실 이데아", 후반에는 HOT가 "아이야"를 부르면서 외쳤고, 지금이라고 다를까?

 그런데 그들이 Rule을 만들고 있다는 것은 신선한 충격이기도 했다. 


그 이유를 살펴보니 몇가지 현실적 차이점이 있었다. 개인의 가치관 보다는 집단의 안위가 우선시 되는 사회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마스크 꼭쓰기,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기와 같은 규칙이 매우 중요한 사회가 되었기 때문이다. 또한  본인의 영역으로 타인이 들어오는 것도 싫지만, 본인이 타인의 영역으로 들어가는 것도 싫은 문화가 생겼다.

마치 마스크를 쓰고 사회적 거리를 유지하는 모습처럼...

 포털사이트에 "국룰"을 쳐보면 "국민들의 룰"의 준 말이라는 해석도 있다. "Local Rule"의 반대로 국민 모두가 따라야 하는 "상식","규범"을 대체하는 말로 사용되고 있다. 

 어쩌면 지나친 개인주의를 앞세우는 사회보다는 지금은 상황이 상황이니 만큼 공동체의 안위가 더 중요하다는 생각이 가미된 단어라고 보여진다. 

 본인이 타인에게 피해를 받고 싶지 않은 만큼, 본인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고 싶지는 않다는 생각에 타인의 눈치를 보며 규범을 만든 것으로 보인다. 


2. 소속감을 느끼고 싶은 사회

코로나 때문이기도 하지만, IT 기술의 발달로 대면을 하면서 습득되어야 할 문화, 규칙 소위 요새 떠오르는 밈(meme: 문화가 유전되는 성향)이라는 것을 습득할 방법이 없어졌다. 말 그대로 모든 구성원이 분절되어 있는 Nano 사회에 접어 들었기 때문이다. 

 과거에는 대학교때 술파티를 버리며, 그 대학만의 문화를 습득하고 구성원으로서 단단하게 엮이는 일들이 가능했다. 보통 "사발식"이라고 하는 아주 추한 일을 겪고나면 다른 곳에서는 두 번 다시 그 경험을 하기 싫어서그 조직에 남아 그 경험을 합리화하고, 자신들은 구성원으로서 힘든일을 이겨냈다는 자부심으로 똘똘 뭉쳤다. 

 하지만, 현재는 소속감을 느낄 수 없다. 2년제 대학의 경우 코로나 2년을 보내니 캠퍼스의 낭만도 없이 졸업이다. 선배들은 완벽한 이성과 이상으로 똘똘 뭉친 후배들을 보며, 세상과 어느정도 타협을 하며 습득해 온 현실에 찌든 부분이 껄끄러워 만나기 싫고, 후배들은 본인들만의 파편화 된 삶에 외로움을 느끼지만, 사람으로서 관계를 맺고 싶은 본능을 통해 남의 눈치를 보기 시작했다. 

 그렇게 구성원으로서 배워야 할 문화적 규범, 예의, 관습을 배울 기회를 사회적 분위기, 코로나 상황으로 놓쳤다. 서로 서로 어울리며 만들어져야할 규범, 그 생성의 시기들을 우리는 놓치게 되었다. 조직에는 그 조직원들로서 인정을 받는 다는 암묵적인 규칙이 있다. 그 문화적 규칙을 준수할 때 우리는 소속감을 느끼듯 말이다. 순대를 시키면, 떡볶이 국물에 찍어 먹는 것이 국룰이라는 미국인을 보며 우리는 그들을 대한미국인이라고 부르기 시작하며 한국인으로서 인정하기 시작했다. 


3. 결정도 하고 싶지 않은 피로 사회

하루가 다르게 모든 룰이 변한다. 우리가 갖고 있는 가치관, 지식, 정보 모든 것이 변하는 사회에서 무엇인가를 정해서 바른 결정을 내리기는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럴 때 UX 디자인에서 처럼 보통 기본 값(디폴트 값)으로 정해진 메뉴얼 대로 하고 최종 실행 버튼만 누르기를 원하는 사회가 되었다. 인터넷 상에서야 기본 값이 있고, 필수 동의만 누르면 되지만, 떡볶이를 시키고 부침개를 구워 먹는데 사회적 표준 값 대로 답이 나올 수 가 없다. 

 부침개를 구울 때 끝에 부분을 바삭하게 살짝 태우는 것이 '국룰'이라 정하면, "절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누를 확률이 높아지지 않는가? 나 역시 그 값에 행복을 느낄 가능성은 높아질 것이고....


'국룰'이라는 신조어가 언제까지 존재할지는 모르겠다. 6 25 때 피난민들을 상대로 식량 배급을 할 때 그 판이 열리기 5분 전에는 기다리던 줄이 깨지고, 아수라장이 되었다. 그것을 함축한 용어 "개판 오분 전"처럼 "국룰"이란 단어가 오래 우리의 삶을 반영할지는 기다려 봐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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