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탕진하면서 재미를 느낀다?
BTS의 "고민보다 Go!"라는 노래가 귀에 들렸다. 전 세계의 트렌드를 이끄는 사람들이 "탕진 잼"이라는 가사를 외치기 시작했다. "YOLO"라는 단어도 자주 들리는데... 비트가 꽤나 빨라서 강력한 힙합 느낌의 곡이지만 내용이 슬프게 느끼는 것은 나만의 느낌인지. 이런 가사를 외친다.
"하루아침에 전부 탕진", "티끌 모아 티끌 탕진 잼"
탕진잼의 뜻을 살펴보면, 돈을 흥청망청 쓰거나, 한 군데에 투자를 해서 모두 날림을 의미하는 '탕진'과 재미를 줄인 단어 '잼'이 합쳐져서 "탕진잼"이 되었다. 돈을 모두 날리면서 재미를 느낀다는 다소 모순된 신조어다.
필자가 초등학교 고학년 때 IMF 시대가 왔다. 일 년 은행 이자가 두 자릿수를 기록하고, 국민 대다수가 중산층이 되었다고 느끼던 시기에 말 그대로 본인의 의사와 상관없이 하루아침에 망가진 국가 부도의 사태에서 "탕진"을 경험한 사람들이 넘쳐나던 시기였다. 자살률을 상상을 초월하게 높아지고, 사관학교, ROTC와 같은 공무원 취업률이 최고점을 기록하던 시기다.
"탕진"이란 단어의 부정적인 어감으로 인해서, "파산"이란 비교적 순화된 단어를 쓰는 시대에서 "탕진"을 통해 재미를 느낀다는 자조적인 표현이 공감대를 형성하는 새로운 세대를 보며 놀라움 마음을 금치 못한다.
"탕진잼" 관련 빅데이터를 조합해 보면, 소소하게 쓰면서 행복을 찾는다는 "소확행"이란 키워드가 같은 시기에 상승 중이며, "YOLO(You Only Live Once: 인생은 한번뿐)"라는 키워드 또한 핫 키워드다. 관련 지표로는 부동산 지표가 있으며, 외제차, SUV의 판매가 날카롭게 증가하고 있다. 천 원이면 살 수 있는 비교적 저가의 소비성 제품의 매출이 올라갔으며, 차박 관련 키워드도 현재 상황을 반영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연봉으로 서울시내 집을 살 수 있는 청년이 몇이나 될까? 10년 안에 10억짜리 집을 산다고 했을 때, 연 1억 이상의 세금을 제외하고 생활비를 제외한 연봉을 가진 자만이 집을 살 수가 있다. 약 1억 5천 이상의 연봉을 받은 20 ~ 30대 청년이 아닌 절대다수의 청년들은 평생을 집값을 갚거나 월세를 지불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미 "노동의 가치"가 의미가 없는 결과들이 심심치 않게 보인다. 개인사업자로 분류되는 배달 기사의 시간당 당 임금이 아르바이트라 불리는 비정규직(최저 임금의 영향을 받는)의 임금보다 높아지기 시작하자 아르바이트를 구하기 힘들다는 자영업자들이 생기기 시작했다.
과거에는 몇 년을 노력하면 집을 사고, 사회적으로 성공했다는 "보상"을 받을 수 있었으나, 현재의 사회 구조에서는 평생을 노력해도 보상을 받기 힘들다.
심리학의 고전적 조건 시험으로 유명한 파블로프의 개 실험. 밥을 먹기 전에 종소리를 들려주기를 반복하니 종소리만 듣고도 개는 군침을 흘리기 시작했다.라는 간단한 실험을 통해 인간의 학습 방법에 대해서 우리는 배울 수 있었다. 반려견에게 "손"을 주는 행동을 했을 때, "보상"으로 간식을 주는 방법을 통해 교육을 하고 피드백을 얻을 수 있다.
인간도 마찬가지다 현재 사회 조건에서는 아무리 "손"을 내밀어도 "보상"이 없다. 집이라는 공간을 통해 안정적인 행복은 포기해야 하며, 어차피 평생을 노력해도 살 수 없는 "집"을 보며, 보상이 없는 강도 높은 노동보다는 낮은 강도의 확실한 보상을 받을 수 있는 일을 택하며, 그 보상을 한 번의 강한 쾌락을 위해서 "탕진"해버리는 행동들이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티끌 모아 탕진 잼"이라는 가사를 외치면서 말이다. (유의어로는 "플랙스"가 있다)
슬픈 현상이다. 노동의 대가로 배달 음식이 보상이 될 수밖에 없는 현실을 통해 망가지는 노동의 가치가 안타까울 뿐이다.
한강 조망권의 집을 얻지 못하니, 차박을 통해서 하루 이틀의 자연의 아름다움을 즐길 수 있길 원하고, 안정이 없다 보니 가족이라는 가치는 계속 사라진다.
"여러분 힘내세요. 그래도 희망을 버리면 안돼요."라고 말하고 싶으나 그렇게 해야 할 근거를 못 찾는 것도 사실이다. 빅데이터 마케팅을 하고 있지만, 10년 전 대학을 다닐 때는 빅데이터라는 단어조차 생소했으며, 빅데이터로 먹고살기 위해 약 5년 동안 어마어마한 시간과 노력을 생각하면 고통스럽다. 나의 경우 운이 좋아 이 쪽 업계로 이직해서 먹고살고 있지만, 그렇지 못한 대다수의 데이터 관련 지망생을 보면서 어떠한 말을 해줄 수 없는 것도 사실이다.
위로의 말이 아니라 20 ~ 30대 청년 대다수가 극심한 좌절감을 겪는 것이 사실이다. 그러면서도 사회의 중요 축이 그런 20 ~ 30대에게 기회를 주는 쪽으로 많이 기울고 있는 것 또한 사실이다. 청년 주택이라던가 청년 지원금이 그러한 예이다. 아직 많이 부족한 것도 사실이나 자본주의 사회에서 보다 사회주의 쪽으로 정책들이 가고 있는 것도 많은 곳에서 보인다.
그리고 1997년 IMF 시기에 주가가 폭락을 했고,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주가는 다시 한번 폭락을 했으며, 2020년 코로나 팬데믹으로 주가가 폭락을 했다. 그 폭락 장에서 구매를 했다면 큰 인생 역전을 이룰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런 날을 기다리며 저축을 할지, 혹은 현재 즐길 수 있는 재미를 위해 소비를 할지는 개인의 몫이다. 어떤 선택을 하건 인생을 즐기고 행복을 느끼면 되고, 책임을 지면 된다.
공정한 사회를 위해서 우리는 싸우고, 불만을 가져야 한다. 하지만 나 자신 나 스스로에게 지나치게 강한 잣대를 제시해서 스스로를 불행하게 행동은 없었으면 한다. 행복의 기준은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고, "보상" 또한 스스로가 만드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