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로울 수밖에 없게 설계된 세상
서점가에 가면 문제집을 제외하고 힐링, 심리학 책이 몇 년째 인 기분야로 자리 잡고 있다.
또한 재테크 분야도 빠르게 떠오르고 있으며, 키워드에서는 건강, 운동 관련 키워드가 지속적으로 높은 트렌드를 차지하고 있다.
단순히 심리학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그럴까?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 그럴까?
내가 분석한 결과는 그렇지 않다. 그 심리적 이면에는 "불안"이라는 엄청난 에너지가 자리 잡고 있다.
우선 "불안"이라는 실체를 잘 살펴보자. 이 불안은 삶을 영위하게 하는 인간이 가질 수 있는 감정 중 가장 지속성이 크며, 자주 우리 마음속에 등장하며, 에너지를 이끌어 내는 감정이다.
소위 당 떨어지면, 짜증이 난다는 말을 쉽게 한다. 일리가 있는 말이다. 전투식량에 초콜릿이 항상 등장하며, 고당질의 음식이 존재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극도의 스트레스를 받을 때는 단 음식을 먹으면 순간적으로 안정감이 느껴진다. 인간이 그렇게 설계가 되어 있다.
배가 고프면 짜증이 나고 우울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농경사회가 있기 전 우리 인류가 몸속에 에너지가 떨어지는데도 유쾌한 기분이 계속된다면 어떠할까? 아마 계속 몸속에 에너지를 떨어뜨리며 사냥할 생각은 전혀 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러면 쾌락 속에서 죽음을 맛보았을 것이며, 불안이라는 불쾌한 감정은 좀 더 인간을 공격적으로 만들어 사냥에 성공률을 높여주는 것에 기여를 하였다. 그 불안은 겨울이 오면 먹을 것을 더욱 구하기 힘들고 생존이 힘들다는 기억을 되살렸으며, 농경사회에서는 식량을 비축하게 만들었다.
그 불안감을 식량을 비축하게 만들었고, 잉여 생산물을 만들었으며 더 많은 생산물을 만들기 위해 자본주의라는 시스템을 도입하게 되었다. 약 200년의 자본주의라는 사상이 인간을 지배하며, 단순 배고픔은 어느 정도 사라지게 만들었다. 그러면 인간은 행복해야 하는데, "비교"라는 본능이 우리를 움직이게 하였다.
이 "비교"라는 본능 역시 "불안"과 마찬가지로 엄청난 에너지를 갖고 있다.
얼마나 겨울을 잘 날 수 있을지, 얼마나 불경기를 잘 버터낼 지 고민하는 순간에 기준점은 없다. 무조건 많이 쌓아두거나 상대적으로 많은 생산물을 축적하면 되는 것이다. 그래서 남보다, 평균 이상을 바라게되었다.
평균 이상은 지금 이 순간에도 상향 평준화를 이루어 내고 있다. "남보다 더 많이"라는 가치는 무한 경쟁을 만들어 냈다. 그만큼 생산성은 높아지지만, 그 높은 생산성 이상의 생산성을 끊임없이 가져야 했다.
현 자본주의 시스템에서는 "얼마나 많은 자본을 벌어드릴 수 있는지가 가장 중요한 가치"다.
당신의 어머니가 영원불변의 진리를 탐구하라고, 혹은 인류애를 실현하기 위해서 명문대를 보내기 위해서 노력할까? 소위 "사"자 달린 직업들은 공정한 사회와 인간의 존엄성을 구현하기 위해서 그렇게 존경받는 직업이 되었을까?
결국 당신의 생산성, 좀 더 정확히 말하면 얼마나 자본을 벌어들일 수 있는지가 우리의 가치관의 큰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결혼에서도, 초등학생들의 장래희망 중 최고가 "건물주", "유튜버"인 이유와 상관이 없을지 의문이다.
이런 자본주의에서는 자본가가 결국 더 큰 부자가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당신이 쉬는 동안에도 돈은 일 하레 하라는 이야기를 들어 보았을 것이다. 건물주가 되어서 타인의 노동에 공간이라는 효용을 제공하고, 주주로서 전문 경영인이 일하는 동안 효율적으로 지원하고 자본주의에서의 참된 인간상이다.
결국 이 과정들이 지속된다면 승자 독식의 삶이 되며 1% 이내의 자본가들이 99%의 부를 독식하는 무한 경쟁 사회가 되기 시작한다. 그러면 99%의 대다수 인간들은 본인이 쓸모없는 생산성이 없는 인간이라는 자책감에 괴로워한다. 코로나가 터진 현시점에 인공지능은 인간의 자리를 대체하기 시작했고, "노동의 종말"은 이미 현실화되기 시작했다.
이 상황에서 불안감을 느끼지 않고 행복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당신이 불안하고 괴로운 이유는 당연하지 않은가? 현 상황에서 몸이라도 건강해서 자존감을 회복하려고 운동을 하며, 서점에 들러 자기 계발을 하며, 불안감을 달래고 있지는 않는지?
무엇이 되었건 살아남아라. 당신이 쓸모없다고 느껴지는 것은 자본주의라는 룰 안에서만 그러하다. 세상이 바뀌어 인간이 우선이 되는 삶에서는 절대 느끼지 않았을 감정에 괴로워하지 말기를 바란다. 점점 기울어진 사회에 목소리를 내면서 생존을 도모하면, 이 또한 지나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