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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퀵퀵슬로우 Nov 01. 2018

종이로 명상하기

생각을 비워내는 방법

우리가 알고있는 명상이란, 가부좌를 틀고 앉아 눈을 감고 시간에 구애받지 않고 머리와 마음을 비워내는 것. 어지러운 생각들을 정리하고 마침내 마음의 평화를 찾는 것이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만은 않다. 눈을 감고 앉으면 한시도 쉬지 않고 온갖 생각들이 꼬리를 물고, 마침내는 요가 학원 등록이라거나, 냉장고 청소가 하고싶어지고, 낯설고 갑작스런 의욕에 마주해 눈을 뜨게된다. 짧은 시간의 명상은 생각을 비운다기보다는 그저 잠깐 쉬어가는 경험, 에너지의 충전에 가까운 듯 하다.


생각이 많고 어지러운 날. 가부좌를 틀고 눈을 감고 하는 기존의 명상 대신, 종이로 하는 명상을 시도해보자. 온갖 잡생각이 쉬지않고 몰아치는 날이면 아무도 없는 조용한 곳에 자리 잡고, 빈 A4용지와 검정 볼펜을 하나 들고 앉는다. 그리고는 머릿속을 지나가는 생각들을 모조리 잡아 종이속에 가두어둔다.

첫 생각을 글로 적으면, 그 글을 다 적기도 전에 두번째 생각이 똬리를 튼다. 연달아 솟아나는 생각들을 쉬지않고 적는다. 주제는 고양이의 꼬리처럼 이리저리 왔다갔다한다. 이렇게 많은 생각들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계속해서 생각들이 휘몰아친다.


종이에 적는 방법의 장점 중 하나는, 글씨를 적는 손의 속도가 생각의 속도를 못따라간다는 것이다. 일단 지금 어떤 생각을 적는 동안은 다른 생각 몇가지는 그냥 흘러가버린다. 그래서 타이핑을 하기보다는 꼭 종이에 펜으로 적는 방법을 추천한다.

두번째 장점은, 머릿속 명상처럼 같은 생각을 여러번 반복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글로 일단 한번 적어 놓으면 그 생각은 잠시나마 종이위에 머물러있고, 한동안은 같은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앉은자리에서 몇 페이지 씩 생각을 적어나가다보면 느껴지는 사실이 있다. 그것은 바로, 생각이 추가되는 속도가 느려졌다는 것. 처음 한페이지는 순식간에 다 채웠지만, 그 다음 페이지는 더 오래, 그 다음 페이지는 더욱 더 오래 걸렸다는 것. 그리고 마침내 더이상 적을 것이 없어지는 순간이 온다. 믿을 수 없지만 사실이다. 그렇게 온갖 생각들을 종이에 묶어놓고 나면 완전히 멍하고 개운한 느낌이 든다.


그 순간을 온전히 즐기자. 가벼운 마음을 느껴보자.


그렇게 종이 명상을 끝내고 일상으로 돌아오면, 적어 놓은 생각들을 쭉 읽어본다. 중요한 생각과 쓸데없는 생각들이 온갖 뒤섞여있다. 쓸데없는 생각을 펜으로 그어 지워본다. 표면적인 행동에 불과해보이지만, 사실 효과가 있는 방법이다. 실제로 심리학 상담에서 불안 치료에 자주 사용하는 방법 중 하나가 생각을 종이에 적어 휴지통에 버리는 방법이다. 효과가 있다.

여러 페이지의 빼곡한 생각 중에서, 실천이 필요하다거나 좀 더 깊은 생각이 필요한 생각을 찾아보면 몇가지 안된다. 중요한 것만 체크해서 작은 종이에 옮겨보자. 그 많던 생각들이 포스트잇 몇장으로 정리된다.


잠이 오지 않는 밤이나, 다른 일에 집중이 필요하지만 생각이 끊이지 않는 날. 종이로 하는 명상법을 실천해보자. 수행이 부족한 우리에게는 전통적인 명상보다 오히려 현실적이고 놀라운 경험이 될 것이다.



Photo by Kelly Sikkema on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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