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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나는별연두 Feb 28. 2023

모두 거짓말이다

'메이커스 랩' 서평

우리가 천재라 부르는 이들, 그들에게는 어떤 비밀이 있는 걸까? 태어날 때부터 재능이 샘솟고, 영감이 자꾸만 떠오르고, 상상을 뚝딱뚝딱 현실화하고, 고뇌마저 즐거운 과정일까?


“모두 거짓말이다.”


세계적 디자인 스쿨, 아트센터 칼리지 오브 디자인의 총장이자 예술 교육의 비전을 제시해온 이 책의 저자 론M. 버크먼의 말이다. 


- 이 책의 날개에 쓰인 책 소개 中에서



“모두 거짓말이다.” 이 말이 저를 사로잡았습니다. 피아노 천재들도 손가락이 구부러질 때까지 연습을 하는 게 천재의 실상이라는 이야기를 들어본 적이 있긴 하지만, 캘리그래피를 하면서 툭하면 징징 되게 되는 부분이 “그 작가는 디자인적 감각을 타고난 게 있을 거야”였습니다. (비슷하게는 그 작가는 미술 전공이잖아. 그 작가는 디자인 전공이잖아. 등등) 하다가 안 되면 저의 타고나길 부족한 ‘재능’을 탓하기 일 수였숩니다. 


실제로 재료를 다루는 과정에서 방법을 깨우치게 된다. 

- 니티쿨 님쿨랏


@unsplash

저는 회사원 보다 더 버는 캘리그라퍼가 되고 싶다는 꿈을 꾸고 있는 중입니다. 캘리그래피는 예술의 한 부분으로 저는 캘리그래피 연습 중에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재능’과 ‘영감’ 이 샘솟길 바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닙니다. 그러나 언제나 얼추 만족스러운 결과는 실제 캘리그래피 도구(중 하나)인 쿠레타케 붓 펜을 열심히 놀리는 과정 끝에 있었습니다. 실력이 늘어가는 과정의 중간중간 불평을 해댔지만 결국 연습을 시도하는 것 자체가 가장 중요했습니다. 


무엇을 그릴 것인지 알려면, 그리기를 시작해야 한다. 

- 파블로 피카소


캘리그래피 공방에서 작가반 과정을 듣게 되었을 때 역시, 저는 선생님께 징징거림을 멈추지 않았다. “와~ 저분은 엄청 잘 쓰시네요. 저는 아무리 써도 뭔가 못마땅한 것이 계속 보여요.” 그때마다 선생님은 “저분은 벌써 5~6년 차고, 본인은 아직 5~6개월 차인데요”라는 말씀을 하셨습니다. 그 말씀의 뜻을 알면서도 어느 순간 또다시 저도 모르게 징징거리고 있는 제 자신을 발견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역설적이게도 이랬던 제가 현재 3년 차 캘리그라퍼로써 수업을 진행을 할 때, 수강생분들께 가장 많이 하는 말이 있습니다. “연습을 시도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래서 연습은 즐겁게 하셔야해요. 그래야 연습(=캘리그래피 작업 시도)을 반복할 수 있고 연습이 쌓이면 실력도 늘게 될 거예요." 


우리는 늘 만들면서 알게 되는 경험을 한다. ... 중략... 불확실함을 껴안고 무언가 만들고 배우는 일은 줄곧 우리 삶의 방식이자 개인의 발전에 꼭 필요한 요소였다. 만들면서 알게 되는 과정은 어디에나 있다. 

p.258

@unsplash

 요즘 저는 나의 캘리 짝꿍과 캘리그래피를 통한 새로운 창작 일을 도모하고 있습니다. 그것인 즉슨, 바로 캘리그래피 교재를 만드는 일입니다. 지지난주 저는 교재 콘텐츠 관련 회의를 하며 괜한 짜증과 분노가 한가득인 저를 발견했다. 그 감정이 하루종일 저를 압도했기 때문에 자기 전 그 감정에 대해 곰곰히 생각해보았습니다. 마음 속 이면을 찬찬히 돌아본 저는 그 감정이 책 자체를 뭘 어찌 만들어가야 할지 통 모르겠단 생각에서 비롯되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다시 말해, 책에서 말했던 '불확실함 속에 깃든 불안'으로 인한 감정이었습니다. 시중에는 다양한 캘리그라피 교재들이 존재했습니다. 그 안에서 우리만의 정체성이 깃든 교재를 만들기 위해 무엇을 해야 할 지 감이 잘 잡히지 않았던 것이 문제였습니다. 손에 잡힐 듯 말 듯, 작년부터 이 어정쩡한 상태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같은 자리를 맴돌고 있단 생각이 저를 불편하게 했던 것이었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 날 아침, 나는 이번에도 모르겠다면 깔끔하게 이 교재 만들기에서 손을 떼겠다는 마음으로 딱 한 시간만 다시 한번 교재 청사진을 그려보기로 했습니다. ‘잘 만들겠다’는 욕심을 내려놓은 채 머릿속에서 그려지는 아이디어들을 아이패드에 하나하나 정리해나갔습니다. 그렇게 '에라 모르겠다' 라며 '마지막으로 즐겨나보자' 는 심정으로 문제에 덤벼보니 1시간이 5분처럼 흘러갔습니다. 머릿속으로만 이것저것 그리던 때와는 달리 손으로 이것저것 그리고 써나가면서 방향을 잡아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MY OPINION>


번역서라 그런 것인지, 예술가의 추상적인 언어(인터뷰집이라 예술가의 답변 사례들이 많았습니다)가 많아서 그런 것인지, 원인은 모르겠으나 흐름이 좀처럼 매끄럽지 못하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그래서 중간 중간 속독 아닌 속독으로 휘리릭 빨리 넘어간 부분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이 책의 주제가 꽤 명료했기 때문에 '이게 무슨 말이야?' 라는 평까지는 가지 않았습니다. 각양각색의 사례들을 모아놓았지만 그 이야기들의 주제는 계속적으로 반복되어 있었습니다. 


** 이 책의 주제 : 그 어떤 창작물도 수만 번의 ‘시행착오’를 통해 거의 우연에 가까운 순간들이 모이고 모여 만들어졌다는 것이었습니다. 시도를 해야 우연인지 필연인지 알 수 없지만 다음의 길이 나타난다는 것이었습니다. 


@unsplash

 이 책의 단점은 의식의 흐름대로 술술 읽히는 책과는 달리 뭔가 찬찬히 의미를 다시 돌아봐야 하는 문장도 있어서 저에게는 다소 읽기가 불편했다는 점이 있었습니다. 반면 이 책의 장점은 우리가 다 아는 유명인의 흥미로운 이야기(예를 들어, 스티브 잡스의 사례라든가)와 유명인의 명언들이 순간 순간 저를 확 잡아당길 만큼 매력적이었다는 것이 저의 견해이다. 또 다른 장점으로는 저처럼 종종 글을 쓴다거나 예술의 한 분야에 몸담고 있는 사람이라면(이렇게 말하기에 아직은 좀 부끄럽지만), 추상적이지만 분명히 있었던 어떤 순간들이 꽤 잘 묘사되어 있었다는 것입니다. 이 또한 종종 딴 길로 샐 뻔했던 나의 의식을 책으로 되돌려 주었습니다. 


** 끝으로 매력적이었던 저자의 마무리 : 저자는 삶도 마찬가지라고 말했습니다. 일단 시도해야 그 과정 속에서 시행착오를 거치며 내가 원하는 삶이 무엇인지 알 수 있으며, 그 원하는 삶을 향해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보완해 나갈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먼저, 시도하세요! 바로 그 시도가 그 다음 이정표를 알려줄테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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