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요즘
런던 여행 중 테이트 모던에 갔었다.
그곳에 마크로스코 작품들이 전시중이었다.
한참을 가만히 앉아 그의 작품을 바라 보았다.
온 몸에 흐르고 있던 피들이 다 토해낸 듯 마냥 사각형 프레임이 검붉다.
붉디 붉은데 차가운 죽음이 떠오른다.
그런데 이 소멸의 순간이 지나가면 생성이라는 감정이 찾아온다.
엄마 뱃속에서 갓 태어나 아직 핏덩어리가 덕지 덕지 붙어 있는 아기가 떠오르면서 따뜻해진다.
지극히 주관적인 감상이지만 나는 로스코 작을 보고 있으면 이상하게 상반된 느낌이 동시에 떠오른다.
거대한 프레임과 나 사이는 점점 좁혀지고 붉은 색으로 뒤섞여진다.
죽음과 탄생, 우울과 환희 등이 서로 반복되면서.
지금 이렇게 숨쉬고 있는 내가 나라고.
침묵 속에 나 자신을 마주하게 된다.
숨결이 느껴지지 않는 요즘, 로스코 작이 절실히 보고 싶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