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홀로 부유하고 있는 나에게 혹은 이들에게
늦은 사춘기가 끝나지 않았던 고등학교 3학년, 어느 잡지서 영화 '커피와 담배'를 소개하는 글을 보고 자무쉬의 영화를 처음 접하게 되었다. 커피와 담배에 대해 전혀 관심이 있지도 좋아하지도 않았던 내가 영화를 보면서 난생처음으로 커피와 담배가 어찌나 땡기던지.
이 영화를 계기로 나는 그가 연출한 작품들을 하나씩 찾아보았다.
그중 '영원한 휴가' 와 '천국보다 낯선'은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자무시의 작품이다. 당시 진로와 꿈도 없이 방황하던 나의 고등학교 시절과 맞닥뜨려 많은 공감을 일으켰다. 현재의 환경에서 벗어나 새로운 곳으로 떠난 영화 속 주인공들처럼 나 역시 일종의 천국을 갈망하고 있었다.
여기저기 떠돌아다니지만 달라지지도 나아지지도 않는 일상들. 무미건조한 대화뿐인 주인공의 모습은 이도 저도 소속되지 못하는 나와 매우 닮아있었다.
가끔씩 아니, 솔직히 말하자면, 고등학생 시절만큼이나 지금도 정착하지 못하고 끊임없이 방황하고 있는 나는 홀로 부유하는 느낌이 드는 순간 두 영화가 머릿속에서 떠오른다.
어쩌면 나도 주인공 알리 혹은 에바처럼 '설명할 수 없지만 정착할 수 없는 그런 종류의 사람'일지도 모르겠다. 그렇다면 그냥 삶을 영원한 여행이라고 생각하는 것도 괜찮지 않을까?
조금 외로울지라도 영원한 휴가를 즐기는 여행객처럼.
당신도 가끔씩 홀로 어디선가 부유하고 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나요?
그저 한 번쯤은 휴가를 즐기고 있는 여행객이라고 가볍게 생각해보는 건 어떨지.
별 거 아닌 생각을 조심스레 건네 보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