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려서, 비가 오니까
부슬부슬 비가 내리는 아침
무거운 몸을 이끌고 출근길에 오른다.
월요일이라 그런지 괜시리 몸이 이곳저곳 쑤시는 듯하다.
습한 공기를 마시며 질퍽거리는 지하 계단을 올라 겨우 사무실에 도착한다.
마음을 다잡고 컴퓨터 전원을 켜보지만 좀처럼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답답한 맘에 긴 한 숨을 내쉬어보는 순간
사무실 창가 밖 흔들리는 줄이 하나 보인다.
그리곤 아슬하게 그 줄을 타고 누군가가 내려온다.
'안내 방송 드립니다. 금일 빌딩 창문 청소가 있습니다...'
그는 아슬하게 줄에 매달려 양손에 걸레를 들고 창문을 닦고 있다.
축축 내리는 비를 온전히 다 맞으면서.
혹여 내리는 비에 미끄러지지는 않을까 난 불안한 마음에 그를 지켜보는 잠시 아니다.
안에서 앉아서 그를 지켜보는 건 예의가 아닐 수 도 있다고 생각되어 고개를 돌린다.
비가 내려서 비가 오니까
투정부려도 된다고 합리화한 나 자신에게 조금 부끄러워진 순간이었다.
나는 다시 긴 한 숨을 내뱉으며
지금 이 순간순간을 열심히 살자고 마음을 다잡아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