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이 절반 가량 지나갔다. 이번 학기는 15주의 강의로 구성되는데 중간고사와 기말고사를 제외하면 총 13주의 강의를 수강해야 하는 것이다. 그중에 겨우 2주의 강의를 수강했다. 이번 학기에 겨우 첫 발을 내디뎠지만 워낙 강렬한 경험이었기에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
1. 개강수업
학부 때는 개강 첫 주 수업을 거의 출석하지 않았던 것 같다. 교수와 학생들이 첫 대면하는 시간으로 강의계획서를 설명하고 강의계획에 대한 질의와 답변으로 가볍게 구성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짧게는 30분, 길게는 한 시간 남짓이면 강의가 끝나곤 했다. 수업을 마치고 친구들과 삼삼오오 쇼핑, 맛집을 다녔던 기억이 대부분이다. 석사 때는 좀 달랐다. 해외에서 학교를 다녔는데 첫 시간부터 브로드 한 주제에서 시작해서 다들 한 마디씩 하면서 아이스브레이킹을 했고, 교수는 주제를 좁히면서 앞으로의 강의에 대해 흥미를 유발하고는 했다. 한국보다 시험이나 과제, 공부량에 대한 압박은 적었지만 분량에 대한 예습을 전제로 토론을 중심으로 수업이 진행되었기 때문에 실제 난이도는 비슷하게 느껴졌었다.
박사 과정은 더욱 험난했다. 물론 강의 중에서 학부 강의처럼 강의계획서에 대한 이야기와 앞으로의 수업 방향에 대한 이야기만으로 30분 정도 진행되고 끝난 강의도 있었다. 하지만 대부분의 강의는 첫 시간부터 정해진 진도를 나가면서 Full Time으로 진행되었다. 앞으로의 험난한 박사 생활에 대한 예고와 경고는 덤이었다.
그게 첫 번째 충격이었다.
2. 쪽지시험/과제
과제는 첫 주부터 무섭게 몰아쳤다. 정해진 두 번의 시험 외에도 수시로 쪽지시험과 과제가 주어진다고 했다. 하나의 과목은 쪽지시험을 치기 위해 상당한 분량을 공부해야만 했다. 강의시간에 배운 내용이 범위가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강의내용과 관련된 내용에서도 시험은 출제되었고 복습은 필수였다. 강의가 끝나자마자 일주일 동안 복습에 매진했다. 20대의 머리회전과 집중력은 따라갈 수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 집중해서 공부할 수 있는 시간이 한 시간이 채 되지 았았고 한 줄 문장을 이해하지 못해 한 시간 내내 생각하기도 했기 때문이다. 과연 내가 시험문제에 답을 채울 수나 있을까..라는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주일 내내 공부하며 시험에 대비했다. 결론은.... 역시나였다. 점수는 35점이었다. 평균에도 채 미치지 못하는 처참한 점수였다. 좌절감이 몰려왔다. 일주일 내내 집중한 결과가 겨우 35점 이라니. 이 과목에서 학점을 얻을 수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다른 강의는 매 시간 정해진 논문과 도서를 읽고 감상문을 제출하도록 했다. 그중 4회는 직접 발제와 토론을 맡아서 새로운 시각에서 나만의 질문을 던지고 내가 생각하는 답을 클래스 학생들에게 설득시켜야 했다. 한 학기 동안 읽어야 하는 책이 40여 권에 10여 개의 논문이었다. 교수는 박사라면 이 정도는 소화해 낼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걱정이 태산이다.
겨우 2주가 지났을 뿐인데 체감상으로 한 달은 충분히 흐른 것 같다. 회사에서도 틈만 나면 공부하고 집에서도 카페에서도 학업 생각뿐이다. 박사 과정이 석사 과정보다 약간 더 힘들 것이라고 처음에 각오했었는데 큰 착각이었다. 석사 과정보다 최소 10배는 더 힘들다. 과연 내가 이번 학기 포기하지 않고 원하던 성과를 이뤄낼 수 있을지 나조차도 의심스럽지만 일단은 매일매일 해야 할 분량을 공부해야만 하기에 아무 생각 하지 않고 하루를 보내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