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유럽은 가족과 함께하는 여행이라 내가 신경 쓸 부분이 그렇게 많지 않았는데 어디서 보고 생샤펠에서 하는 콘서트는 꼭 한번 가봐야겠다, 하는 생각을 하고 가족들 티켓까지 구매를 했다. 생샤펠에서는 여름이 되면 저녁에 콘서트를 하는데 석양에 빛나는 스테인글라스 배경 삼아 비발디 사계를 들으면 얼마나 낭만적일까 하는 생각이었다.
현이가 영국 취업비자 문제로 프랑스에 같이 합류하지도 못한 판에 런던에서 떠나는 유로스타가 파리에 6시에 도착하는 스케줄인 걸 당일에서야 알았다. 생 샤펠에서의 콘서트는 저녁 8시였는데, 8시 땅 하면 문을 닫는다는데, 숙소에 짐을 내려놓고 제시간에 도착할 수 있을 것인가가 최대 쟁점이었다.
유로스타에서 내려서부터 계획대로 일이 돌아가지 않기 시작했다. 원래 숙소까지 우버를 타기로 했었는데 택시가 더 좋다(?)는 역무원의 친절한 영어 안내를 받아 택시 정류장으로 갔다. 줄은 꽤 길었지만 다행히 안내를 해주고 줄 정리를 해주는 분들이 계셨는데 짐이 산더미같이 많았던 외국인 관광객인 우리를 태우려던 첫 택시 운전사가 역에서 숙소까지는 15분밖에 걸리지 않는데 공항을 가는 정찰제 가격인 62유로를 불렀다. 불쾌했다. 우리가 안내해 주는 사람에게 이게 뭐냐고 했더니 그거 타지 말고 조금 기다리라 해서 발을 동동 구르기를 몇 분, 다행히 미터기로 계산을 하는 택시기사를 만나 한가득 짐을 싣고 숙소로 향했다. 가는 내내 생샤펠에 시간 내에 들어갈 수 있을까 싶어서 발을 동동 굴렀지만 숙소에 무사 도착한 뒤 15유로가 나왔는데 20유로를 내고 거스름돈은 되었다 하니 함박웃음을 보인 택시운전사가 천사로 보였다. 고마웠다.
새로운 도시에 도착했으니 두 번째 챌린지는 숙소 입성이다. 6명의 가족이 지낼 거라 방이 많은 에어비엔비를 예약했는데 호스트가 파리 북역에 도착하면 문자를 하라더니 문자를 하고 전화를 해도 깜깜무소식인 것이다. 숙소 앞에 도착해 오매불망 기다리다 보니 환한 웃음을 가진 영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모르는 호스트의 집을 매니징 해주는 여자분이 대문을 열고 나오셨다. 언어가 전혀 통하지 않다 보니 체크인을 설명하느라 시간은 늘어지고 마음만 급했다. 무슨 말을 하는지 도통 알아들을 수가 없었고 구글 번역기로 우리 8시까지 생샤펠 콘서트를 가야 해요 를 보여주고 키를 받아서 인사를 하고 집에서 나섰다.
집 앞에서 택시가 잡히지 않아 큰길까지 뛰어 나가는데 우리를 에어비앤비에 맞이해 주신 그분이 길빵을 하며 여유롭게 집에 가고 계셨다. 택시를 잡고 "우리 8시까지 생샤펠 콘서트에 도착해요"를 구글 번역기로 보여 또 보여줬더니 택시 아저씨가 시간 내에 도착할 수 있다고 했다 (구글맵은 아슬아슬한데). 버스 전용차로를 번개같이 달려, 루브르를 지나 (우와!), 우회전이 가능한 건가 싶은 다리를 건너 생샤펠 입구 앞에 내려주셨다. 마음이 급해 계속 채플로 달렸다. 다행히 우리는 콘서트장 안에 제시간에 안착할 수 있었다. 우리가 들어가고도 많은 사람들이 더 들어왔다.
어쨌든 연주 속도도 너무 빨랐고 관광객을 대상으로 해서 그런지 상업적이기가 그지없는 느낌이 콘서트 내내 들어서 실망스러웠다. 콘서트 예약할 당시 여름을 맞으며 사계 여름에 빠져있었는데 정신없이 그저 빠르기만 했고 마음을 울리지 못했다. 불어를 잘했다면 콘서트 리더 입담을 듣는 재미가 있었겠나? 프로그램이 비발디 사계, 핸델, 파헬벨 캐논이었으니 초 유명곡만 해서 좋을 줄 알았는데 런던 세인트 폴이나 웨스트민스터 애비의 성가대랑 오르간 연주 예배 음악과 너무 비교되어서 실망스러웠다. 하지만 채플 자체는 너무 황홀해서 한 시간 앉아있으면서 성경 그림들 보기도 시간이 모자랐다. 콘서트가 끝나고 채플 밖으로 나왔을 때 비로소 입장하기 바빠서 보지 못했던 생샤펠의 바깥 풍경이 눈에 들어왔다.
생샤펠은 뮤지엄 패스 스팟중에 하나이기도 한데 엄마랑 이모랑 나는 콘서트 티켓으로 생샤펠을 구경해서 대신에 동생 부부가 뮤지엄패스로 생샤펠을 다녀왔다. 우리는 패스 4일권을 사서 썼는데 파리 뮤지엄 패스에 대해서도 한번 따로 얘기하고 싶다. 굉장히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콘서트가 끝나고 아직도 해가 뉘엿뉘엿 지고 있는 여름의 파리에서 우리는 숨도 돌릴 겸 20분쯤 되는 숙소에 걸어가 보기로 했다. 아까 지나쳐만 갔던 루브르도 가까이서 보고 가다가 뭐 먹을 것도 있나 볼 겸.
파리에서 뭐 하고 싶어? 했을 때 엄마가 말했던 던 것이 두 개가 있었는데 하나가 노을 지는 퐁뇌프였다. 콘서트가 끝난 시간, 여름의 하늘이 아름답게 물들고 있었다. 퐁뇌프에 이르렀다. 그곳에 서서 파리 세느강변과 하늘을 바라보았다. 이 여사님은 퐁뇌프에 오는데 거의 60년이 걸렸다며 통탄을 했지만 퐁뇌프에서 담긴 그날의 이 여사님의 사진은 모두 너무 행복해 보인다. 이제라도 와서 다행이다.
퐁뇌프를 건너서 조금 더 걸으니 펼쳐졌다. 루브르였다. 피라미드였다. 프랑스 파리를 걷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