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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그리뜨 Jul 16. 2024

대학교 합창동아리 시절 엄마가 노래했던 인스부르크


출장 첫 주가 끝나가는 금요일, 엄마가 뮌헨 공항으로 도착했다. 출장지는 로젠하임 근처인데 회사가 숙소를 바드 아이블링이라는 작고도 작은 온천 도시에 잡아주었다. 작은 도시이다보니 엄마가 인천에서 비행기를 타기 전부터 뮌헨 공항에 내려 무거운 짐을 들고 이 작은 도시로의 여정을 어떻게 할 것인가에 대해 머리가 너무 복잡해하는 거 같아서 금요일날 저녁 퇴근 후 차를 빌렸다. 까막눈이다보니 렌트카를 빌리는게 많이 무서웠지만 궁극적으로 이번 여행의 가장 잘한 결정 중 하나가 되었다. 아우토반 100km를 달려 공항으로 엄마를 마중나갔다.


지도를 펼치고 당일치기 후보를 찾던 중, 엄마는 인스부르크를 꼭 갔으면 좋겠다고 했다. 80년대 대학생 시절, 그녀는 합창동아리에서 인스부르크가 나오는 어떤 곡을 불렀는데 그 곡이 유난히 아름다워 그 때부터 인스부르크를 가고싶었다고 했다. 무엇을 좋다, 싫다라고 확실하게 말해주는 것은 여행을 아주 쉽게 만든다. 그래서 우리는 인스부르크를 가기로했다.


원래는 기차를 타고 이동하려고 했는데 렌트카는 우리는 발에 날개를 달아주었다. 차를 빌리고 나니 나는 시속 160km로 독일 아우토반을 달리고 있었고 독일 국경을 넘어 오스트리아의 아우토반을 달려 1시간 반이 걸려 인스부르크에 도착했다. 오는 내내 알프스의 산맥과 랜덤하게 산 속 깊이 어우러져 우뚝 서있는 성들과 수도원들의 아름다움에 감탄이 절로나오는 드라이브였다.


아우토반은 길이 아주 깔끔하게 닦여있어서 운전 하기가 아주 쾌적했다. 속도 제한이 없는 구간이 생각보다 많지는 않았는데 속도 제한이 있는 구간에서는 어찌나들 속도들을 잘 지키는지에도 감탄이 나왔다. 독일이 왜 SUV보다는 세단을 선호하는지, 왜 엔진이 발전했을 수 밖에 없는지 아우토반 시스템을 경험하니 이해가 되었다. 미츠비시 SUV가 160km 이상으론 속도가 안났음, 이래서 독일사람들이 독일제 세단을 타나 했음



시차적응이 되지 않은 엄마가 아침 일찍 일어나서 찾아놓은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지상으로 나오는데 인 강변으로 환상적인 뷰가 펼쳐졌다. 뉘른베르크, 레겐스베르크, 함부르크 등 다 -burg로 끝나는 도시들과 다르게 인스부르크 스펠링은 왜 Innsbruck일까를 찾아봤더니 성을 뜻하는 burg 접미사와 다르게 Innsbruck는 인 Inn에 있는 bruck 다리라는 뜻이라고 한다.



도착하자마자 우리는 인포메이션 센터로 가서 인스부르크 카드 (하루권이 한 사람당 59유로)를 구매하고 노르트테케 케이블카를 타기위해 부지런히 발걸음을 옮겼다. 가기전에는 몰랐는데 인스부르크에 있는 피크로 올라가기 위해서는 케이블카를 세네번 갈아타야한다. 지상에 가까운 케이블카는 지하철처럼 줄줄이 붙은 모양으로 생겼고 산으로 높이 올라갈 수록 우리가 생각하는 한대씩 다니는 케이블카가 다닌다.



큰 노력을 하지 않고도 산에 정상에 설 수 있다니, 소중하고 겸허한 경험이었다. 걸어서 오르는 산은 의미가 남다르지만 힘을 크게 들이지 않은 정상 풍경 감상도 너무나 좋았다. 알프스라니. 구름이 많이 껴서 가시거리가 길지 않아 첩첩 산중을 선명하게 볼 수 없었다는 게 조금 아쉬웠지만 산을 사랑하는 사람으로서 너무 행복한 날이었다. 이번엔 인스브룩의 산이 허락해주지 않았지만 다음엔 나에게도 알프스의 청명한 날이 허락되길 바래본다.



아침 10시에 도착한 인스부르크는 케이블카에서 내려오니 벌써 1시가 넘어있었다. 고도가 높은 산에서 여기저기 둘러보다 내려오니 허기가 져서 뭘 먹을까 하다가, 케이블카에서 만난 2주 전에 서울에 다녀온 오스트리아 사람에게 식당을 여러 개 추천을 받았다. 아저씨가 좀 있는 집 사람인지 계속 비싼 식당을 추천해줬는데 결국 엄마랑 나랑은 네이버 블로그에서 찾은 이탈리안 집에 갔다. 프로슈토 아루굴라 피자와 크림 토텔리니를 시키자마자 옆 테이블에 음식이 나왔는데 그렇게 맛있어 보일 수가 없어서 우리를 서버를 불러세워 토텔리니 말고 저거 달라고 했더니 옆에 앉은 비건 커플이 이거 베지테리안인데 괜찮겠냐고 물었다. 자기네들은 비건들인데 이거는 너무 맛있어서 베지테리안 음식인데도 (치즈때문인듯) 먹으러 온다면서. 최고의 결정이었던 것 같다. 먹어본 파스타중에서 제일 맛있는 파스타였다. 치즈 몇 종과 버섯, 브로콜리가 들어있던 펜네 프리마베라. 때로는 고기가 들어있지 않은 음식이 참 맛있기도 하다. 살아가다가 인스부르크를 또 오는 일이 생긴다면… 또 찾아와서 이걸 먹을 것 같다. 이정도면 나한텐 미쉘린급 이탈리안 식당. 커피도 되게 맛있어보였다.


배를 든든하게 채우고 날이 너무 더워서 찬 음료를 찾아다니다가 스타벅스에 가서 음료를 두개 사들고 합스부르크 궁전에 갔다. 입장하자 마시다 만 음료는 버려야했고 영어로 된 오디오 가이드도 없고 오스트리아 정부의 저작권 때문에 궁전 사진 촬영도 금지였다. 물론 그 이전에 지어지긴 했지만 마리 앙투아네트의 엄마인 마리아 테레지아 여왕의 취향이 많이 들어가있는 궁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합스부르크궁에 딸린 교회로 합스부르크가 낳은 신성 로마제국의 황제, 막시밀리안 1세가 무덤이 있는 곳이지만 그의 시신은 비너 누스타트, 비엔나의 외곽에 있는 세인즈 조지 채플에 묻혀있다고 한다. 28개의 사람 사이즈보다 큰 검은 동상이 그의 무덤을 지키고 있는데 여성, 남성의 동상이 섞여있고 갑옷이나 드레스의 레이스 등의 정교함이 인상적이다. 막시밀리안 1세는 그와 그의 후세들이 결혼 동맹과 영토 확장으로 합스부르크 가문을 유럽 최고의 권력 가문으로 부상시키는데 기반을 닦았다고 할 수 있는 입지적인 인물이다. 인스부르크의 상징과도 같은 황금 지붕 역시 그가 사주한 작품이다.



합스부르크 왕가 교회에서 조금 더 가면 만날 수 있는 Jesuit Church. 이 동네서부터 잘츠부르크, 뮌헨까지 하얀 배경과 분홍색 대리석을 쓴 교회들이 종종 보이기 시작했다.



성 야곱 성당은 공사중이라 내부에 접근할 수 없었다.


계속 피곤하다, 집에가자 해놓고 지나가는 족족 나오는 성당들을 계속 구경하다가 결국 시청사에 있는 전망대에 올랐다. 인스부르크 카드로 입장할 수 있는 곳이다. 이미 만 오천보쯤 걸은 상태라 전망대로 올라가는 건 체감으로 계단 10층 정도를 걸어올라가는 느낌이었는데 엄마는 위에 도착하자마자 기진맥진에, 공중으로 노출되어있는 전망대가 무섭다며 바로 내려갔지만 나는 정말 맘에드는 인스부르크 사진 몇장을 건질 수 있었다. 아름다운 도시였다.



막시밀리안 1세의 황금지붕, 인스부르크의 중심가를 내려다볼 수 있다.

  


날이 더워서 좀 고생을 했지만 이 쯤이면 인스부르크 충분히 봤다, 싶어 6시쯤 애플망고와 레몬소다 등 이것저것 먹을 것을 사서 인스부르크를 떠났다. 도시가 크지는 않아도 구석구석 볼 것이 많아 하루로는 부족하다고 생각이 드는 아름다운 알프스의 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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