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강화학파의 맥을 찾아 영재 이건창, 하곡 정제두 묘소를 둘러보며...
1893년 봄, 조선의 뛰어난 문장가요 지조 있는 관리로 명망이 높던 영재 이건창이 전남 보성으로 귀양을 떠나던 날이었다.
아직 동이 트기 전 이른 새벽 남대문 밖 길목에 주안상을 차려 놓고 기다리고 앉아 있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파루를 알리는 쇠북 소리와 함께 육중한 성문이 열리면서 걸어 나오는 죄인과 호송관을 멈추게 한 뒤, 이건창에게 넙죽 큰절을 올렸다.
- 『강화학 최초의 광경』 중에서, 개화파의 갈등으로 귀양을 떠나게 된 이건창을 새벽길에서 맞은 것은 보재 이상설이었다.
곤륜산을 타고 흘러내린 차가운 물 사태가 사막 한가운데인 염택에서 지하로 자취를 감추고, 지하로 잠류하기 또 몇 천 리. 청해에 이르러 그 모습을 다시 지표로 드러내어 장장 8,800리 황하를 이룬다.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그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그 지남철은
자기에게 지니워진 사명을 완수하려는 의사를
잊지 않고 있음이 분명하며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서 좋다.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스러워 보이는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쪽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 서여 민영규, 『예루살렘 입성기』 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