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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은후 Feb 13. 2023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 다시 달리고 싶은 이유가 생겼다

다시 달리고 싶은 이유가 생겼다.

    

오로지 혼자 있고 싶었다.

나만의 공간이 필요했다. 

아무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오롯이 나만의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    

 

실은 그래서 필리핀행을 준비했는지도 모른다.

적절한 타이밍에 막둥이가 필리핀 유학을 하게 되었고, 오래전부터 준비해 왔던 필리핀에서의 홀로 살기를 드디어 실행에 옮기게 되었다.     




처음 한 달은 막둥이가 머무는 홈스테이에 함께 머물며 내 시간을 즐겼다.

산책도 하고, 독서도 마음껏, 손가락 관절이 아프도록 글도 썼다. 그러면서 틈틈이 나 홀로 필리핀 자유여행을 즐겼다.          


두 번째 달에는 홈스테이에서 독립해 인근 원룸으로 거처를 옮겼다. 드디어 진정한 나만의 공간이 생긴 것이다.     

혼자만의 시간을 진정 즐겼다. 그렇게 한참의 시간이 지나니 생각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생각 중의 대부분은 걱정과 근심. 그러다가 문득 나도 모르게 외롭다는 생각을 했다. 


순간 놀랐다. 외롭다니... 그토록 혼자이기를 원했는데 이건 좀 이상한데.. 예상치 못한 상황에 직면하고 말았다.     


물론 그럴만한 이유가 없지는 않았다. 세상에 사연이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나 또한 나만의 사연을 품고 있었으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을 하면서 애써 마음을 추스르던 중, 문득 홈스테이 서재를 둘러보다가 눈에 들어오는 제목의 책을 발견했다.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제목만으로도 나의 마음을 사로잡은 이 책. 무언가 나에게 작은 위안을 줄 수 있을 거란 기대를 안고 책장을 넘기기 시작했다.          


 도무지 끝날 기미라곤 보이지 않는 끝없이 이어진 길. 그 길을 따라 지긋지긋한 외로움 속을 달린다. 언젠가는 끝날 것이라는 희망을 떠올리면서. 그러나 이내 그것마저 까맣게 잊은 채 달리고 또 달린다.

나 혼자 달리고 있다는 즐거움, 그 자체가 이미 솔리튜드(혼자 있는 ‘즐거움’을 표현하는 말)이다. 그래서 마라톤은 진정한 나를 찾아가는 가슴 벅찬 도전이다. 하루하루가 지겹고 재미없다면, 나를 알아주는 이가 없어 외롭다면, 내가 먼저 나를 알아주고 싶다면, 마라톤을 염두에 두기 바란다.

마라톤을 위한 훈련만으로도 몸이 깃털처럼 가벼워진다. 깃털처럼 가벼워진 몸이 우리를 유연하게 만들어준다. 유연한 사람은 마음의 상처를 입을 일이 많지 않다.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중에서     


이 단락을 읽는 순간, ‘바로 이거야’라는 생각과 함께 내 본능이 꿈틀거림을 느꼈다.

달리고 싶어서, 이유 없이 그냥 달리고 싶어서 나 홀로 마라톤 연습을 해본 시절이 있었다. 불행히 그 시도는 번번이 실패를 했지만, 마라톤에 대한 나의 꿈은 아직 남아 있었는가 보다.   

  

다시 달려야 할 이유가 생겼다.

깃털처럼 가벼운 몸과 마음을 위해서 말이다.

가벼워진 몸이 나를 더 유연하게 만들어 줄 것이란 믿음.

유연한 사람은 마음의 상처를 입을 일이 많지 않다는 저자의 문장에 깊이 공감하기에 달려야 할 명분을 더해본다.          




 혼자가 되면, 누군가와 함께 있을 때와는 비교도 안 될 정도로 많은 생각과 마주하게 된다. 대개는 생각의 단편이며, 공상 또는 괜한 걱정일 수도 있다. 하지만 그 단편들 중 어떤 것은 결정적 힌트를 주기도 한다. 지금의 느낌과 과거의 기억, 전혀 연관성이 없어 보이는 두 가지가 만나 어우러지면서 차원이 다른 영감을 만들어내기도 한다. 솔리튜드(혼자 있는 즐거움)가 영감을 통해 낯선 세상으로 나를 이끄는 것이다.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중에서  


홀로 있기를 통해서 나는 이미 낯선 세상으로의 진입에 성공했다는 생각을 해본다.

누구의 눈치도, 어떠한 상황도 나를 가로막지 않는다. 예측지 못한 낯선 상황을 만났을 때도 오히려 대범해지는 나를 발견하곤 한다. 누구도 원망할 필요가 없으니까. 누구의 책임도 아니니까.. 주어진 운명과 인연 속에서 나의 할 일을 묵묵히 해나가면 될 뿐.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님을 낯선 세상 속에서 매번 느끼고 배운다.          


그녀는 혼자서도 잘 떠나는 사람이다. 
혼자 떠나는 여행은 적극적이며 활동적인 솔리튜드(혼자 있는 즐거움)의 방식이다. 나 홀로 여행은 매 순간을 소중하게 자기 안에 담는다. 일행과 함께라면 말 몇 마디로 정리하고 잊힐 감동이, 나 홀로 여행에선 가슴에 고스란히 남아 잊히지 않는다. 망각은커녕 시간이 갈수록 향이 더욱 진해지며 좋은 것으로 변화한다. 그것이 추억이며, 콘텐츠다.

<지금 외롭다면 잘되고 있는 것이다> 중에서     


이 문장들을 읽으며 격하게 공감했다.

지금 나의 상황과 처지에 너무나도 잘 어울리는 글이기 때문이다. 


필리핀에 와서 낯선 곳으로의 혼자 여행을 감행하며 내 여행 체질은 혼자 떠나는 여행임을 알게 되었다. 모든 순간이 추억이며 콘텐츠로 남아 있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 나 홀로 여행에 있어서만큼은 누구보다도 적극적이며 활동적인 나를, 진정한 나를 지금이라도 만나게 된 것에 진심으로 만족한다.   


       



이제 곧 한국으로 돌아갈 시간이 다가오고 있다.

마음의 준비가 필요한 만큼 몸이 먼저 알고 며칠 동안 배앓이를 했다. 두통은 언제 나를 떠날지 알 수가 없다.     

약 100일 만에 한국으로 돌아가는 나.

얼마나 큰 변화가 있을지는 원래의 자리에 서 보아야 알 것 같다.

분명 달라져 있을 내 모습,

그 모습이 어떠할지라도 수용할 준비가 되어 있는지 남아 있는 며칠 동안 반문하며 점검해 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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