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로와 함께한 산책] 북리뷰
집에서 케이프코드까지 한 시간 동안 차를 몰면서 육지와 바다가 만나는 지점에 대한 헨리의 그 평화롭고 고상한 관점을 본받는 모습을 상상했다.
'해변은 일종의 중립 지대다'라고 헨리는 말했다.
'그곳이야말로 이 세상에 대해 숙고하기 가장 좋은 곳이다.'
(중략)
우리가 먼 길을 떠날 때 늘 품는 희망이 바로 그런 것 아닌가?
고독한 상태에서 풍경이 나를 해방시켜 주기를?
마음이 새로워지고 차분해지기를?
- 본 책, p. 16
나는 딴생각을 하려고 모래 바닥에 앉아 노트에 바람의 동의어들을 적었다.
구름강, 날씨의 누룩, 계절 교환자, 식민지의 연료.
- 본 책, p. 22
해가 구름을 가르고 모습을 드러냈다. 나는 앉아서 노트에 이렇게 기록했다.
'전나무들의 기억을 내 생각과 기꺼이 바꾸고 싶었다. 눈, 얼음, 태양.'
- 본 책, p. 77
헨리는 형이 세상을 떠나고 육 개월 후 와추셋산 정상에 올라 마치 '위안을 위해 주어진' 것처럼 별들을 바라보았다.
지금 내가 하고 있는 일을 그도 했던 것일까? 깊은 슬픔의 죽은 껍데기를 걸으면서 벗겨내고 있었을까? 이 세상에서 나는 아무것도 아닌 존재라는 사실에 편안함을 느끼기 위해 비대해진 자아를 몰아내기 위해 밤하늘이라는 그토록 절박한 아름다움의 그늘 아래서 하늘을 올려다보았던 것일까?
상실 혹은 혼란을 멀리서 아주 작게 바라보기 위하여?
- 본 책, p. 109
헨리가 자신과 자연을 이어주는 혈관을 찾아 길을 나섰다면 나는 꿈을 털어버리기 위해 길을 나섰다. 하지만 털어버리기는커녕 더 많이 얻었다. 더 많은 사람과 더 많은 풍경과 더 많은 별을 찾았다. 높은 파도가 내 삶을 보듬는 것 같은 엄청난 행운이었다.
'그 빛을 넘치게 내어주는 자연은 얼마나 풍요롭고 너그러운가'라고 나는 푸른 하늘을 올려다볼 때마다, 그리고 그 뒤의 별들을 떠올릴 때마다 생각한다. 태양이 사라지고 어둠이 죽음처럼 다가와 낮을 한입에 삼키면, 그제야 별들이 모습을 드러낸다. 오직 어둠 속에서만, 별들은 보인다.
- 본 책, p. 116
내가 헨리의 일기를 읽으며 배운 것이 하나 있다면, 계절과 기분에 상관없이 집 밖으로 나서면 늘 무언가를 얻는다는 것이다.
- 본 책, p. 127
도로와 산업을 증오하고 시대에 걸맞지 않게 살고 싶었던 남자였지만 그는 조에 대한 설명에 있어서는 놀랍게도 그 시대 19세기의 환경적, 정치적, 그리고 다양한 수준의 사회적 의사 결정에 영향을 끼쳤던 잔인한 인종 차별주의와 편견에서 조금도 벗어날 수 없었던 것이다.
정의에 대한 확실한 의견을 갖고 있으며 아침 산책에서 만나는 꽃에 대해 시적으로 분석하는 남자였지만 그의 시야는 제한적이었다.
- 본 책 p. 224
무의식이 느슨해져 잠들지 못하는 밤이 무서웠던 적이 있다. 지금 나는 밤을 사랑한다. 집에 포근히 안긴 느낌, 하늘이 푸른 껍질을 벗고 태곳적 빛줄기를 보여주는 밤을 사랑한다. 나는 이제 불면의 밤과 내면의 불안을 피하고 싶지 않다. 별들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며, 강이 그대로이기 때문에, 그리고 습지가 그대로이기 때문이다.
나를 둘러싼 세상은 늘 거기 있었고 내가 준비가 되면 보아주길 기다리고 있었다. 그리고 내가 준비가 되었을 때 세상은 오직 아름답게만 보였다. 자연은 자기 자신이 되기 위해 스스로를 드러낼 필요가 없다. 늦은 팔월의 밤 강에서 소용돌이치는 반딧불이는 나를 기다리지 않을 것이다.
- 본 책, p. 286
- 감사의 말 -
멋지고 다정한 제니에게, 이 세상이 끝날 때까지 당신과 함께 바다의 소리를 듣고 해변에 피는 장미 향을 맡고 싶다. 그런 당신에게 이 책을 바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