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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elia Nov 14. 2021

다시 시작하는 직장생활

기억이 돌아오기 전까지는 신규처럼

 복직한 뒤 이주가 지났다. 첫 주보다는 나아졌지만 아직도 사무실에 앉아 있는 게 힘들다. 사무실 밖 파란 가을 하늘 아래로 나가고 싶은 마음을 꾹 참으며 서류업무를 하고 있다. 육아 휴직을 들어가기 전 멀티태스킹에 능했다. 전화로 민원 받으면서 공문도 뚝딱 썼는데 지금은 급한 한 가지 업무만 하나씩 하고 있다. 내 이름이 나가는 서류에 최소한 오타는 내지 말자는 생각으로 일 하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일하려면 필요한 프로그램이 '새올'인데 3년 만에 다 바뀌어 버렸다. 출장, 초과근무 올리는 걸 모두 물어물어 기안을 올렸다. 닥치는 대로 처리하기는 한데 알 수 없는 불안함은 있다. 이상하면 누군가가 바로 잡아주겠지라는 배짱으로 일하고 있다. 닥치지 않은 일에 걱정을 할 필요가 없으니 말이다. 

 주변에 물어보니 이주 정도 지나면 기억이 어느 정도 돌아온다고 하는데. 아직 멀은 것 같다. 알듯 말듯 긴가민가 하니. 차라리 머리가 리셋되어서 신규처럼 배우는 게 나을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그동안 쌓은 인맥으로 일을 쳐내고 있다. 정말 감사한 주변분들이다.

 복덩이에게 별일 없다는 것에 감사하다. 이주 동안 엄마 없이도 잘 지내서 겨울옷 한 벌을 사줬는데 마음에 드는지 집에서 계속 입고 다니고 있다. 평일에는 보는 시간이 세네 시간 남짓밖에 안되니 주말에는 많이 놀아주려고 한다. 그래도 가정경제가 좀 나아지니 열심히 지르고 있다. 복덩이가 좋아하는 낚시놀이 장난감도 사주고 간식도 많이 사주었다. 

 시간을 많이 못 보내기에 물질로 대신해주고 싶은 마음이랄까. 지금은 남편이 복덩이를 봐주고 있지만 남편 육아휴직이 끝나게 되면 어찌 될까. 지금은 돈보다는 복덩이와의 시간을 택할 것 같다. 내가 진취적인 사람이 아니라서 조직에서 오래 살아남으려면 일만 잘한다고 되는 게 아니기에. 적당한 시기가 되면 미련 없이 나와야겠다는 다짐을 했다. 

 요즘 후배들은 일을 정말 잘한다. 어려운 시험을 통과해서 그런가. 나이를 먹었을 때 최소한 동료에게 폐는 끼치면 안 되니. 내가 가진 능력보다 높은 자리를 탐하고 싶지는 않다. 하고 싶은 일이 생기면 떠나고 싶다. 하지만 경제적인 부분도 무시할 수가 없으니 고민이 많다.

 그래도 첫 주보다는 여유가 있어졌다. 이렇게 밤에 음악을 들으면서 글도 쓰고 있으니. 다음 주도 별일 없이 그럭저럭 지나갔으면 좋겠다. 나이가 들 수록 별일 없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건지 깨닫고 있다. 그냥 무사히 흘러가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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