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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ielia Feb 22. 2022

사람에게 상처받고
사람에게 위로받다

극과 극의 하루를 보내면서

 어제 역학조사는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다. 명단을 받을 때 부터 예감은 좋지 않았다. 다른 지자체에서 이관이 되었는데 확진받은지 2~3일 지난 분들 명단이 꽤 있었다. 

 확진을 받았는데 나라에서 연락도 오지않고 한다면 걱정이 되면서도 화가 날 것이다. 확진자가 많다보니 역학조사가 늦어지게 되고 늦게 이관되게 되니 며칠뒤에 연락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이다. 하지만 지연된 업무처리임은 분명하니 죄송한 마음이 한가득이었다. 

 죄송한 마음을 가득담아 무겁게 수화기를 들어 전화를 했다. 뚜루루 - 벨소리와 함께 전화를 받으셨다. 

 "검사를 다른시에서 받으셔서 검사 결과가 저희쪽에 늦게 오게 되었습니다. 죄송합니다...."
 "나라에서 그냥 방치하네요. &*%$#"
 입에 담지못할 욕이 몇분간 이어졌다. 연락을 늦게 드린건 잘못이니 일단은 들었다. 욕을 하시고 나면 좀 나아질 수도 있겠지. 분노를 나한테 표출하고 기분이 조금이니마 괜찮아진다면 욕값도 월급에 들어가니 말없이 들었다. 그래도 안내는 해야했다. 

 "자가격리 기간은 **일 까지이시고, 재택치료로 신청하겠습니다."
 "%&$@@$%)@$_@_(("
 글로 쓰지못할 욕이 이어졌고. 그렇게 전화는 끝났다. 욕을 멈춰주셨다면 더 안내를 할 수 있었는데 기본적인것만 안내를 해드리고 끝이났다. 나도 인간인지라 얼굴이 붉어지고 벌컥벌컥 냉수만 들이켰다. 그렇게 일요일 역하조사는 고난의 연속이었다. 그분들을 탓하지는 않는다. 다만 상황이 안좋은 것일 뿐이다.  퇴근길 버스를 타면서 쌓이는 스트레스를 음악을 들으며 풀었다. 

 월요일 아침이 밝았고 다시 역학조사가 시작되었다. 확진자수는 여전히 증가추세였다. 목이 쉬어라 역학조사를 하는 동료들과 함께 전화를 하기 시작했다. 다행히 위중하신 분은 없으셔서 다행이었다. 이 시국에 건강하다는 것만해도 다행이었다. 

 마지막 분과의 통화를 할 때였다. 

 "요즘 고생 많으시죠? 고생 많으십니다. 연락주셔서 감사합니다."

 "늦게 연락드려서 죄송합니다. 감사합니다."

 하루종일 역학조사 하면서 쌓였던 피로가 사르르 풀렸다. 해가 지고나서 저녁에 연락을 드려서 죄송했었는데 이해해주셔서 감사했다.

 따뜻한 말 한마디가 이렇게 힘이 될 줄은 몰랐다. 나도 누군가에게 따뜻한 말을 건넬 수 있는 사람이 되어야 겠다고 생각했다. 역학조사가 끝나고 목은 칼칼했지만 마음만은 따뜻했다. 매일 전화를 드리는 모든 분이 건강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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