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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광 Jan 05. 2024

겜돌이의 씁쓸한 밤

과연 버려지는 것은 어느 쪽일까


게임계에 꽤나 굵직했던 일이

최근 마침표를 찍었다.


게임에 조금만 관심이 있다면

들어봤을 유명 게임의 확률 조작 사건.

사건에 대한 설명은 각설하자.




게임은 기본적으로 확률 없이는 성립될 수 없다.


여기서 말하는 게임은

PC 온라인 게임부터 보드게임,

간단한 가위바위보까지 모든 게임이 해당된다.


내가 몬스터를 사냥했을 때 어떤 보상을 얻을지

상대를 공격했을 때 얼마나 피해를 줄지,

몬스터가 날 보고 어떤 패턴을 보일지

부루마블에서 주사위가 몇이 나올지

이번 차례에 감옥에서 탈출할 수 있을지

블랙잭에서 딜러가 버스트가 날 지,

혹은 내가 버스트가 날 지.


모든 것이 확률이며,

그렇기 때문에 플레이어들은


현재 단계에서 가장 좋은 보상을 주는 플레이를 반복하거나,

감옥에 가지 않게 속으로 기도를 하거나(...)

주변에 깔린 카드와 이전에 버려졌던 카드를 되뇌어 버스트에 걸어보는 등


본인에게 가장 확률이 높은 선택지가 있는 방향으로 게임을 한다.


게임은 대부분의 행동과 결과를

확률을 기반으로 이끌어낸다.


알 수 없는 미래, 그래서 재미있고 뻔하지 않다.




스마트폰 시대가 열리고

확률형 아이템이 게임의 주력 비즈니스 모델이 됐다.


확률이 게임 속 콘텐츠에 다양하게 활용되며

재미를 주는 요소로는 여전히 잘 작동했지만


소위 '딸깍'하며 슬롯머신을 돌리듯이

대박을 노리는 중독성 높은 과금 상품들은 유저들을 유혹했고


거금의 과금이 가능한 유명 인플루언서들은 유저들 앞에서

클릭 한 번에 몇 만 원가량이 사라지는

자극적인 콘텐츠로 이를 부추겼다.


오죽하면 게임사에서 직접 방송이나 영상에서 과금하라며

인플루언서에게 돈을 줘 가면서까지 했을까.

그만큼 효과적이었다는 뜻이다.


최근에는 도파민 중독이라는 개념이 퍼지면서

유저들 사이에서도 이런 자극적인 콘텐츠를 자조적인 밈으로

돌려서 자조적으로 비판하기도 하지만, 그때뿐이다.


이들에게 성공확률 5%? 매우 높은 수치다.

이미 0.03~0.05%에 달하는 살인적인 확률을 가진 것들도 많다.


마치 게임계 전체가 카지노 속 즐비한 슬롯머신처럼

유저들은 거기 앉아 돈을 쓰고, 게임사는 실적 잔치를 한다.




이번 사태가 터졌던 게임사에서 최근 글로벌 플랫폼을 통해

출시한 게임은 해외에서도 호평을 받으며 서비스를 시작했다.


나도 해봤다. 잘 만들었더라.

그리고 철저히 글로벌 시장을 타깃으로 만들어졌음을 느꼈다.


인구 4천 만. 이 작은 나라에서 노인과 어린이를 제외하고

실질적으로 게임에 돈을 쓸 수 있는 유저는 소수다.


지금까지는 이들을 슬롯머신으로 유혹하며

극강의 효율로 수익을 뽑아냈지만


유저들은 지쳤고, 나라 경제는 매년 최악.

슬슬 한계에 다다랐고 주가가 이를 반증하는 모양새다.


이제 방향을 틀 때다.

전 세계를 타깃으로 잘 팔리는 웰메이드 게임으로 승부 보는 것.


어찌 보면 당연한 돌파구다.


매달 몇 백, 몇 천씩 쓰는 몇 안 되는 고래 유저들 눈치 보는 것보다

수백만 명에게 1~2만 원어치 결제를 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여러모로 훨씬 건강하니까.




씁쓸하다.


1년 매출이 3조가 넘는 곳에서

맞은 과징금이 겨우 116억 이어서?

아니.


상대의 바람 의심을 직접 눈으로 목격해 버려

의심을 사실로 만들어버린 느낌이라고 해야 할까.



콘텐츠 제공자인 게임사와

콘텐츠를 소비하는 유저들 사이에는

확률은 항상 정상적으로 작동하고 있다는

신뢰가 항상 전제되어야 한다.


그 보고 있자면 눈살이 찌푸려지는 뽑기조차도

게임사가 공개한 확률대로 작동한다는

전제가 있기 때문에 유저도 돈을 쓰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일은 그 전제의 근간부터 뒤흔드는 어떤 그것이다.


이제 유저들은 게임의 어디를 어디서부터 믿고 해야 되는 걸까.

이미 여러 사건사고를 거치며 바닥난 신뢰는 회복될 수 있을까.


글로벌로 눈을 돌린 이상,

어쩌면 국내 유저들의 신뢰회복 따위, 관심조차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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