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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빛광 May 10. 2024

도비는 자유예요!


나는 다시 도비로 돌아간다.




오늘 이직하는 회사 부대표님을 만나 인사를 나누고

최종적으로 입사를 확정 지었다.


사전에 줌미팅으로 언약은 해놓았지만,

직접 만나 도장 땅땅하고 나니

이제야 일단락했다는 안심이 든다.




해리포터에 나오는 도비는

늘 자유를 외쳤지만 그래 보이지 않았었다.


겉으로는 이직을 한다는 실드를 쓴

사실상 백수인 나 역시도

자유로웠지만 자유롭지 않았다.


이대로 도태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남들은 치열하게 달려 나가는데

혼자 땅 밑으로 꺼지고 있다는 침식감에

근 몇 개월 매사 기분이 좋은 적이 없었다.


후련한 마음으로 누리는 일주일은

이제 3일 남았고, 나는 남은 3일을

어떻게 보낼지 고민한다.




집돌이기도 하지만 집돌이가 아닌 나는

집에 있으면 밖으로 나가고 싶어 하고

밖에 있으면 집에 들어가고 싶어 한다.


요 며칠은 낯선 사람도 만나고,

혼자 사부작사부작 걸어 다니기도 하고

오랜만에 바닷바람도 쐬었다.


남은 며칠은 이제 안에서,

밀린 넷플릭스 드라마를 정주행 하고

사놓고 안 한 게임 하나도 정주행 할 예정이다.




사회생활 첫 시니어를 맡게 돼,

부담스럽지만 내겐 일종의 기회다.


그래서 남은 마지막 하루는

고객사 정보를 찾아보고 직무 서적을 읽고

연락처 정리를 하며

다시 도비가 될 준비를 할 것 같다.




자유의 몸이 된 도비는

아마 진정 원하는 일을 하러 떠나지 않았을까.


'회사, 일, 도비 = 노예'라는 프레임에서 벗어나

내가 직무와 회사를 선택한 이유를

돈 외에 한 단계 스텝업하여 찾을 수 있다면

그것도 일종의 자유이지 않을까.


어쨌건 난 내 일을 좋아하니까.




마음의 짐을 벗어버리고

드디어 진정한 휴식을 가지게 된 나는


정말 오랜만에,

글을 쓰면서 웃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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