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지니어가 노무사가 되기까지
회사에서 왜 나오셨어요?
회사 다닐때가 좋아요, 아님 지금이 좋아요?
내 이력을 확인한 사람들은 백이면 백 이렇게 묻는다.
아직도 극심한 취업난이다보니 삼성, 한화이력을 보면 으레 '왜 그 회사를 관두었는지'가 궁금하신 것 같다. 또 지금 내가 너무 바빠보여서 왜 더 편안한 생활을 두고 힘든 길을 선택했는지를 궁금해하기도 하신다.
그 질문에 대답하기에는 너무 많은 일이 있었기에 한번에 대화로는 끝낼 수 없어서 '좋은 것도 있고, 덜 좋은 것도 있죠 허허'하고 끝내고 있다. 그래도 언젠가는 정리해서 말하고 싶었던 주제였기에, 여기에 담아본다.
'기업보다 전문직이 더 좋아요'라는 말을 하려는 것이 아니다.
나에게 더욱 맞는 옷을 찾아가는 여정이라고 보는 것이 더 정확하다.
노무법인에 채용 노무사로 있는 기간동안의 연봉은 이전 회사에서 받던 연봉액수를 뛰어넘은 적이 한번도 없었고, 당연히 연말 보너스를 받아본 적도 받을 것이라는 기대도 한 적이 없다. 연장근로는 어떠한가. 회사의 관리를 받으면서 하는 연장근로는 매 시간마다 10만원 정도의 시급으로 들어왔지만, 노무법인에서는 저녁 11시, 12시에 퇴근해도 '자발적인 연장근로'가 되어 한번도 정산받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기계를 만드는 것보다 사람과 대화하는 것을 더 좋아하고, 설계상의 문제로 내가 해결할 수 없는 사항에 대해 설득하는 것보다 현재의 상황에 대해 내가 직접 해결하는 것을 좋아하고, 연차가 늘어나더라도 사람을 관리하는 것이 아니라 내 역량을 키우는 것을 더 좋아한다.
내가 직업으로 선택하고 업무를 수행할 때 가장 행복한 일, 그 일을 찾아가는 여정에서 나는 노무사라는 직업을 선택했다.
사회 초년생, 첫 회사에 입사하고 얼마 되지 않은 시점, 회사 앞에 있는 회사명패를 보며 가슴벅차 했던 순간이 아직 생생하다.
회사에 들어오기 위해 했던 나의 모든 노력, 그걸 이루었다는 뿌듯함, 여기서도 적응을 잘해보자는 다짐이 섞인 감정은 그 당시에도 '이순간을 영원히 기억하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순간부터 내가 퇴사를 결심하는 과정, 노무사를 준비하는 과정, 초년기 노무사의 우당탕탕 여정을 기록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