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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정다희 Jun 24. 2019

큰 마트에 다녀왔어요



 고객으로 만나 지금은 친한 언니로 지내는 은정언니는 아이들 또래가 비슷해서 정말 자주 만난다. 우리는 일주일에 많게는 7일 적게는 5일정도 통화를 한다. 어제도 전화해놓고 전화 와서 대뜸 잘 사냐고 물어본다. 일요일마다 뭐할 거냐고 전화가 온다. 내 대답은 거의 하나다. 특별한 일이 있지 않으면 마트에 간다. 통화 할 때마다 언니가 거기에 전세 냈냐고 할 정도로 자주 간다. 이변이 있지 않은 이상 매주 간다고 보면 된다.

 가서 아이들과 늦은 아침을 먹고 투어를 시작을 한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그리고 옆에는 동물원도 있어서 정말 좋다. 아침을 먹고 나서 서점에서 필요한 것들을 구매한다. 책들이나 아이들 색칠공부정도 구매하고 밑에 대형마트를 가던 지 중간에 커피를 마시던지 할게 태산인 곳이다. 길하나만 건너면 동물원도 있다. 조금 더 가면 미사리조정경기장도 있다. 우리아이들에게 더할 나위 없는 지상낙원이다. 아이들은 자기들이 사는 것도 아닌데 마트를 지나치게 좋아한다. 아마 자기들이 돈을 벌어서 사야 되는 때가 와도 마트를 맹목적으로 좋아할지는 의문이다.

 나는 내가 갈 목표지를 정한 후 둘러볼 틈도 없이 그곳을 향해서 직진한다. 반면, 우리 아이들은 사람 관찰하는 것을 좋아한다. 그래서 그런지 아이들은 가면서 이사람 저사람 다 구경한다. 밥을 먹다가도 3테이블 건너편에 아이 머리띠가 자기 것과 같다고 좋아한다. 밥을 먹다가 혼나는 아이를 보면 자기도 모르게 감정이입이 되는지 아무 말도 안하고 있는 내 눈치를 슬쩍 본다. 걸어가다가 엄마 저기 봐요 하는데 도통 찾을 수가 없다. 나랑 가방이 똑같은 사람이란다. 엄마랑 모자가 똑같은 아저씨도 있단다. 또 걷다보면 내가 아주 싫어하는 놀이를 한다. 선을 밟지 않고 콩콩 뛰는 것이다. 손을 잡고 온 체중을 실어서 콩콩 뛰어대면 팔에 알통이 절로 생기는 기분이다. 기분이 좋아서 신나서 온몸으로 표현을 해댄다. 대형마트 가기도 하고 동물원도 가기도한다. 하루 종일 돌아다닌다. 이제 집에 가자는 소리가 나올 때가 되면 쿨 하게 집에 간다. 얼마나 많은 에너지를 소모하는지 집에 다와 갈 즈음엔 넉 다운이 되서 코까지 골며 잔다. 아침부터 나가서 오후 4시 5시정도에 들어오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일들이 있었는지 모른다. 그런데 우리 아이들은 주말이야기 발표시간에 아주 신나는 얼굴로 딱 한 가지 말을 한다. 중간과정을 다 빼먹고 “큰 마트에 다녀왔어요.” 종합장을 보면 한 달에 두 번은 큰 마트 이야기다. 정말 가끔 큰 마트에 가서 아이스크림을 사먹었다 정도이다.

 이런 아이들이 한 가지 꼭 강조 하는 게 있다. ‘엄마랑’ ‘아빠랑’ 이다. 무엇이 되었든 엄마랑 아빠랑은 빠지지 않고 말한다. 가족이 함께하기에 자기들에게도 의미가 있었던 모양이다. 별다른 것을 하지 않아도 함께 했다는 것에 만족을 한다. 바라는 것은 음료수나 아이스크림 사먹기, 색칠공부사기 정도로 소소하다. 이런 소소함에 아이들은 힐링을 하고 재충전을 한다.

 

 이런저런 핑계를 대면서 집에만 있었던 때도 있다. 엄마가 오늘은 너무 피곤하니까 집에서 좀 쉬자고 이야기하면 대답은 잘하지만 표정을 숨기지는 못 한다. 가장 바쁜 시즌 2주정도 집에서 아이들이 좋아하는 디즈니 채널과 디즈니 영화를 틀어주고 나는 누워만 있었다. 마음으로는 미안했지만 도저히 귀찮아서 어떠한 것도 하기 싫었던 때다. 아침에 10시 11시까지 잠을 잤다. 주말에 집에서 한발자국도 움직이지 않았다. 월요일오후 주말이야기 사진과 아이들이 종합장에 그린 그림이 알림장 앱에 올라왔다. 그 그림을 본 이후에 나는 늦잠을 자도 9시는 넘지 않으려 노력한다.

 ‘집에 있었어요.’라는 제목에 깜깜한 방에 나는 누워있고 아이들의 손엔 스마트 폰 그리고 티비를 보는 모습을 그렸다. 그 사진을 본 이후에 아이들도 늦잠을 자주면 함께 자는데 아이들이 일어나면 같이 일어나서 그날 뭐할지 물어본다. 주변 워킹맘들에게도 전화를 걸어 오늘 뭐할지 물어보고 시간이 맞는 사람이 있으면 함께 어디라도 간다. 지금까지 그래왔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마트 하나에 행복해 하던 아이들인데 내가 힘들다는 이유로 아이들에게 상처를 준 것 같아 며칠이고 마음이 쓰인 것을 생각하면 더 잘 해주고 싶다.

 며칠이 지나고 아이에게 물어봤다. “엄마가 일 안하는 날에 어떻게 해주면 좋겠어?” 아이의 대답은 간단했다. “엄마랑 같이 놀고 싶어요.”마트를 가고 싶다, 키즈카페를 가고 싶다, 전부다 땡 이였다. 그저 엄마랑 같이 놀고 싶었던 것이다. 나는 아이들과 함께 노는 방법을 아직 많이 터득하지 못했다. 같이 요리하기, 종이접기 정도다. 더 이상 노는 방법을 연구하지 않는 이유가 있다면 솔직히 놀이를 집에서 하고나서 치울 엄도가 나지 않는 것도 한몫 한다. 나가서 세상구경 시켜 주는 게 내 정신 건강과 아이들 신체활동에 더 좋을 듯 해서 되도록 밖으로 나가는 방법을 선택했다. 우리아이들이 좋아하고 행복해 할 만한 방법이 있다면 집에서 신나게 놀아주면 된다. 나만의 방법으로 우리아이들의 주말이야기를 가득 꾸며주자. 아이들은 많은 것을 바라지 않았다. 가족이라는 존재가 필요 했던 것뿐이다. 함께 시간을 보낼 가족이 필요 했었던 것이다.

 

 나는 해산물을 굉장히 좋아한다. 특히 회, 조개구이를 가장 좋아한다. 하루는 일하다가 너무 먹고 싶어서 즉흥적으로 소래포구에 가자고 했다. 일이 끝나고 오후8시에 출발 해야 된다. 복이아빠는 다음날 아이들 놀이기구도 탈 겸 목적지를 월미도로 가자고했다. 나야 땡큐지. 호텔 체크인을 한 후 횟집에 가서 푸짐하게 먹었다. 아이들도 오랜만에 나와서 기분이 한껏 들떠 있었고 나또한 오랜만에 바닷바람을 맞으며 회를 먹으니 기분이 최고였다. 월미도의 밤 빠질 수 없는 불꽃놀이도 했다. 아이들은 신나서 방방 뛰고 난리였다. 그런 모습을 보니 힐링이 절로 되었다. 선선한 바닷바람을 느끼며 산책을 하다가 아이들이 졸려 해서 아이스크림을 쥐어주고 호텔로 들어갔다. 역시나 바로 넉 다운을 해버린 아이들 덕분에 오랜만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며 좋은 시간을 보냈다.

 아침에 일어나서 놀이기구를 태우기 전에 뭐라도 먹여야 해서 앞 편의점에서 김밥과 컵라면 그리고 도시락을 사들고 와서 간단하게 아침을 먹였다. 그리고 바라고 바라던 놀이기구를 5가지나 탔다. 일정의 강행군은 계속 이어졌다. 차이나타운에 동화마을이 있다고 해서 구경을 하고 여행의 마지막을 장식하려고 갔다. 구경 중 해가 너무 뜨거워서 아이들 모자를 각각 오천원씩 주고 샀다. 아이스크림도 사먹었다. 집에 가기 전 차이나타운에 왔으니 자장면을 먹어야 한다면서 음식점에 들어갔다. 나랑 복이아빠만 열심히 먹고 집에 가는 차 안에서 아이들은 완전 떡실신의 끝을 보여줬다.

 다음날 아침부터 차이나타운에서 본 중국여자 머리를 해 달라 그러질 않나, 모자가 예쁘게 써졌는지 거울을 10번 넘게 확인했다. 말할 거리가 많아서 너무 신났던 것이라고 생각했다. 아이들이 행복해 하니 오랜만에 갔다 오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 좀 더 자주 가줘야겠다 라는 생각으로 파이팅 있게 일을 시작했다. 오후에 알림장 알람이 울려서 들어가 봤는데 우리 아이들에게 또다시 한번 배신감을 느꼈다.

 ‘아빠가 아이스크림 사줬어요. 아침에 엄마가 작은 마트(편의점) 김밥이랑 음료수 사줘서 먹었어요. 아빠가 모자 사주셨어요.’ 결국, 기승전마트 다. 우리 아이들은 마트가 그렇게 좋은가보다. 그래서 나는 요즘 아이들과 자주 마트를 간다. 덕분에 멀리 가서 놀고 오는 것 보다 돈이 절약 되서 나도 좋다. 아이와 무엇을 했건 어떤 것을 했든 중요한 게 아니다. 그저 함께 했음이 중요하다. 아이가 공놀이를 좋아하면 공놀이를 최선을 다해서 해주면 된다. 그림그리기를 좋아하면 함께 옆에서 그려주면 된다. ‘시간이 없다’ ‘돈이 없다’는 핑계는 접어두자. 커피한잔 아끼면 버스비가 생긴다. 버스투어라도 하면 된다. 학교운동장이나 동네 공원은 공짜다. 그곳에서 신나게 같이 달려주면 된다. 어린이도서관에서 동화책 읽어주는 것도 공짜다. 아이들과 해줄 것들은 흘러 넘쳐나고 있다.

 하루는 할머니랑 도서관에 가서 책도 보고 사진도 찍었지만 마지막 머핀이 아주 강렬했는지 “도서관 마트에 갔어요.”라고 나한테 말해 주었다. 정말 기승전마트의 끝판 왕 들이다. 그래도 이 아이들이 기억하는 순간에 내가 그리고 가족이 함께 했음에 감사한다. 마음 저 밑바닥에 있는 귀차니즘의 민낯을 덮으려는 핑계부터 없애고 하나씩 시도해보자. 당신은 아이들의 주말이야기 제목을 무엇으로 장식해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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