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직업특성상 공휴일도 일을 한다. 토요일에도 근무를 해야 된다. 내 휴무에 공휴일이 겹치면 아주 횡재한 달이다. 또 다시 말하지만 대체공휴일이 누구보다 싫은 엄마 중 하나다. 항상 마음 한편에 미안함이 자리하고 있다. 우리아이들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라서 별 이상함을 못 느낀다. 어린이집 가는 날, 아빠회사 안가는 날, 그 다음날이 엄마 회사 안가는 날 이렇게 알고 있다. 휴가도 맞추기가 쉽지 않다. 미리 정해 놓지 않으면 다른 사람에게 뺏기는 경우가 생긴다. 그래도 어떻게는 시간을 마련해서 놀러가려고 한다.
우리아이들은 다른 집에서 자는 날을 정말 좋아한다. 다른 집은 펜션이나 호텔인데 가기 전부터 들떠있다. 토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별 다른 하는 거 없이 잠만 자고 일요일에 오는데 그래도 좋단다. 여유가 되는 달은 되도록 많이 놀러가려고 노력한다. 즉흥적으로 우리 오늘 어디 갈까? 라고 말하면 알아서 모든 리스트를 뽑아두시는 좋은 복이아빠가 있어서 어디든 편하게 갈 수 있다. 어디론가 놀러 가게 되면 나는 평소에 잘 찍지도 않는 아이들 사진을 굉장히 많이 찍는다. 그래야 나중에 내가 일을 하는 워킹맘 이여도 너희들을 위해 이렇게 여기저기 쏘다녔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거라는 희망을 가진다. 나름대로 잔머리를 굴린다.
아이들은 어디서 무엇을 하느냐가 중요하지 않다. 누구와 시간을 보내느냐가 중요하다. 그저 엄마와 함께 있는 게 좋다. 어린이집 쳇바퀴 속에서 보내다가 하루 이틀밖에 엄마랑 보낼 수 있는 시간이 없다. 함께하는 시간이 많이 생기길 간절히 바라고 있다. 크면 달라진다고 선배맘 들이 말해주어서 빨리 크길 바라고 있다. 그런 마음 뒤편에 우리아이들에게 좋은 추억을 많이 만들어주고 싶다. 엄마는 너희와 보내는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알려주고 싶다.
여행이라는 단어를 사전적으로 보면 ‘일이나 유람을 목적으로 다른 고장이나 외국에 가는 일’ 이라고 되어 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여행은 어디를 꼭 가야될 것 같지 않았는가. 해외는 한번쯤 다녀 와줘야 여행을 다녀온 티가 난다고 생각한다. 비행기 정도는 타줘야 된다는 생각에 제주도 또한 많이 간다. 차로 갈 거리는 그냥 바람 쐬러 다녀온 것이라고 한다. 물론 한 번씩 계획을 잡고 해외로 제주도로 멀리멀리 다녀올 수 있다. 하지만 우리가 생각하던 여행과 사전적 의미로 보는 여행은 완전히 다르다. 사전은 다른 고장에 가는 것 자체를 여행이라고 본다. 이게 맞다 고 생각한다. 토요일 저녁에 급하게 경기 광주에 사는 내가 인천으로 가는 것도 다른 고장에 가는 것이기에 여행이라 볼 수 있다. ‘고장’ 이란 마을이라는 말과 같다. 여행을 어렵게 생각 할 필요도 없다.
가끔 주변에서 볼 수 있는 허세심한 엄마들이 있다. 살기 힘드네, 여유가 없네 하면서도 비행기도 많이 타고 전화만 하면 자기 어디 놀러 가있다고 자랑한다. 평범한 서민인 나는 정말 여유도 없고 힘들기에 이해할 수 없다. 워킹맘이 무슨 돈이 넘쳐나서 매번 해외로 여행을 가는지 나는 정말 궁금하다. 여행을 왜 그렇게 밖에 정의를 내릴 수밖에 없는지 그들에게 물어 보고 싶다. 그러면서 나에게 아이들과의 좋은 추억 만들기를 강요한다. 나는 지금도 잘 하고 있는데. 나와 우리 아이들은 그저 옆 마을에 가서 놀면 그게 여행인데 말이다.
우리 아이들은 서울을 도시라고 생각한다. 서울 롯데월드를 가면 마냥 행복한 여행을 즐기고 오는 것이다. 서울 인사동을 가도 아주 먼 여행인 셈이다. 그저 엄마와 함께하는 순간을 소중히 간직 할 수 있으면 그것이야 말로 여행의 묘미 아닌가. 꼭 비행기를 태워줘야 여행을 하는 것이라는 생각은 그만 두는 게 좋다. 정신건강에 해롭다. 아이들은 집 앞 슈퍼를 그저 엄마랑 함께 가는 것도 여행이라고 생각 할 수도 있다. 형편에 맞는 여행을 가면된다. 돗자리 싸들고 한강에서 뛰어 놀고 맛있는 김밥 한줄 먹으면 우리 아이들은 그게 행복이다.
엄마의 기대치에 맞는 여행이 아닌 아이들이 원하는 여행을 가자. 어떤 아이들이 ‘엄마 유럽이라는 곳에 프랑스라는 곳이 있는데 저는 그곳에 가보고 싶습니다’라고 말하겠는가. 내가 가고 싶은 곳을 생각해서 아이들을 위한 여행이라 덮어씌우지 말자. 우리 아이들에게 한번 진지하게 물어보자. 어디에 가고 싶은지. 아이들 대답은 생각보다 정말 간단하다. 마트, 슈퍼, 장난감가게, 수영장, 키즈카페 등등 아이들의 대답은 이리도 간단하다. 엄마가 사서 고민할 필요도 없다. 아이들이 원하는 곳에 가면 된다. 조금 더 여행의 의미를 붙이고 싶으면 그냥 다른 동네 차로 한 시간 거리쯤 계산해서 가서 신나게 놀고 오고 거기서 밥을 먹고 오면 된다. 아이들에게는 그 곳은 내가 알던 곳이 아니기에 새로운 곳을 엄마와 함께 같다온 장소로 기억할 것이다. 그렇게 가까운 곳부터 천천히 둘러보자.
일주일을 어림이집, 학교 또는 집안에서 보내는 아이들에게 그 정도 보상은 해줘야 된다고 생각한다. 물론 나도 일주일 내도록 일하고 집안일 하느라 힘들다. 하지만 워킹맘의 아이들은 4시정도에 하원 하는 아이들과 다르다. 하원 하는 아이들을 바라보면서 엄마가 오기를 기다린다. 우리아이들이 친구들은 이미 다 하원한 원에서 엄마가 퇴근하기를 기다리는 것이 당연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아이들은 감사하게도 그 긴 시간을 묵묵히 견뎌 내주고 있다. 엄마가 자기를 데리러 올 거라는 믿음 하나로 참고 있다. 몇 번이고 현관을 바라보면서 얼른 엄마가 오기만을 기다린다.
다음날 일찍 하원 하는 아이들이 쫑알쫑알 어린이집 끝나고 키즈카페 갔네, 마트를 갔네, 뭐를 했네, 줄줄 말하는 동안 워킹맘의 아이들은 꿀 먹은 벙어리마냥 들어 주고만 있어야 된다. 그런 상황들을 묵묵히 견뎌 내주고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그렇지 않은가? 자기가 우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순간 왕처럼 군다. 그 순간 그 아이들은 왕이 된 셈이다. 일장연설을 늘어놓는 친구들을 바라보며 부러움을 슬쩍 아무렇지 않은 척 이라는 감정과 바꿔치기한다. 일찍 하원 하는 친구들 중에는 엄마들끼리 친해서 하원 후에도 서로 만나 놀 수 있다. 그 아이들은 갑자기 다음날 단짝이 되어서 나타난다. 분명 어제까지만 해도 나와 친했는데 한명이 더 끼어들고 어제의 재미있었던 일들을 나열한다. 어린이 집이나, 베이비시터 선생님께 맡겨져 있던 아이들은 역시나 꿀 먹은 벙어리가 되겠지. 아이들은 우리 엄마는 일을 해서 난 저렇게 놀 수가 없다는 생각을 이미 하고 있다. 그래도 그 친구들과 신나게 놀기 위해 다가가는 용기를 낸다. 이런 워킹맘의 아이들에게 일주일에 하루 또는 이틀의 엄마와 함께 하는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깨닫길 바란다. 우리 아이들이 모르는 게 아니라 단지 속이 깊어 우리에게 표현을 하고 있지 않을 수도 있다. 마냥 밝은 아이라 우리 아이는 안 그럴 거예요 라는 소리는 집어넣자. 우리가 쉬는 그 하루 이틀에 우리 아이들이 신나서 떠들 수 있는 경험을 만들어 줘야 된다. 나도 우리엄마가 이렇게 놀아준다고 나도 가족과 이렇게 놀고 친구들과 이렇게 논다고 신나게 이야기 할 수 있게 해 주는 게 워킹맘의 의무다.
나는 거의 기계적으로 일요일이면 밖으로 나간다. 나가서 뭐라도 한다. 우리아이들에게 일주일을 버틸 수 있는 기억을 심어 준다. 너는 더 행복한 아이라고 끊임없이 알려준다. 엄마가 사랑한다고 끊임없이 알려주면서 엄마와 함께 하는 좋은 시간을 계속해서 만든다. 의외로 정말 간단하고 쉽다. 그저 엄마와 함께하길 바란 아이들은 작은 것 하나에도 행복해 한다. 마트만 다녀와도 우리아이들의 주말 이야기는 아주 화려하다. 그렇게 월요일 아침 주말이야기 나누는 시간에 우리 아이들의 기를 빵빵하게 살려주고 있다. 주말에 엄마와 아빠와 한 일들을 신나서 떠들 딸을 생각하면 나도 신이 난다. 주말이야기 시간 사진을 보면 우리 딸은 항상 신이 나있다. 주말동안 한 것 들을 그림으로 표현하는 시간이 있다. 선생님의 글씨로 우리아이가 발표한 것들을 써주시는데 가끔 서운하다. 정말 많은 것들을 했는데 자기들이 가장 즐거웠던 기억만 장황하게 말하는 것 같다. 그래도 우리 아이들의 종합장에 그려진 모습들은 행복했음을 절로 느끼게 해주는 그림들이여서 감사하다. 우리아이들은 이렇게 하루 이틀의 행복으로 또 한 주간을 견뎌내고 있다.
전업주부가 직업인 분들이라면 굳이 주말에 여기저기 안가도 된다. 평소에도 아주 잘해 주실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워킹맘 이라면 지금부터라도 우리 아이들에게 좋은 기억 좋은 여행을 선물해주자. 일주일에 한번 있는 기회를 그냥 날려버리기엔 아이들에게 너무 미안하지 않은가. 아이들에게 우리는 힐링을 선사해줄 의무가 있는 엄마다. 아이들이 지치지 않도록 끊임없이 노력해야 된다. 잘 견뎌내 주고 있는 아이들이다. 잘 참고 있는 아이들이다. 여행을 떠나자. 아이들이 원하는 그 곳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