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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열매달 Jun 25. 2020

끊임없는 고민, 많아지는 생각

평범한 일상을 공유하다.



 한 학기가 마무리되어간다. 이제 한 번의 보강 수업, 한 번의 블록 세미나, 두 개의 소논문 작성 과제만 하면 한 학기가 끝이 난다. '퇴사를 했다'는 글의 마지막에는 마치 출사표처럼 30대의 대학원 적응기에 대해 종종 올릴 수 있을 것이라 이야기했지만 그러지 못했다. 핑계를 대보자면 일단 과제가 너무 많았다. 발표와 과제물이 끝없이 진행되는 과정이었다. 사실 위의 핑계는 30이라면 70은 따로 있다. 공부를 하면 할수록 글을 쓰는 것에 대한 무게와 어려움이 느껴졌기 때문에 쉬이 글을 쓰지 못했다.



 이번 한 학기 나에게 남은 질문은 연구자로서 가져야 할 책임의식, 역할,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관한 것들이다.

이번 학기 나는 3과목의 수업을 들었다. 그중 한 과목의 수업은 수업 전날이 되면 걱정스러운 마음에 잠도 쉽게 들지 못했다. 한 학기 동안 나를 제일 힘들게 했고, 읽어야 할 논문과 책이 너무 많았다. 문제는 그것을 수업시간에 당당하게 나누지 못했다. 이상하게 그 수업에서는 입 한 번 떼는 것이 그렇게 어려웠다.



내가 지금 정확하게 알고 말을 하는 것일까? 나는 제대로 이해를 했나?




 3시간 동안 계속된 생각이 나를 위축되게 만들었다. 물론 가끔씩(아주 정말 가끔씩) 나의 의견을 나누기도 하였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말 수업자료를 두 번, 세 번 읽고 내 생각을 정리하는 작업을 해야지만 가능했다. 그렇기에 나에게 제일 도움이 됐던 수업인 것은 확실하다. 석사 1차 시기에 이 수업을 만나 한편으로는 다행이라는 생각도 든다. 이 수업을 받지 않았더라면 지금 나는 이런 생각을 하지 못했을 테니까.



 지난 시간에 선생님께서는(사실 다른 학생들은 편하게 선생님이라고 말하지만, 나는 어색하기만 하다. 그래서 교수님이라고 이야기하다가 지금은 조금씩 선생님이라고 호칭을 바꿔 말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중이다.) 다크 웹에 대해 질문했다. '다크웹이 뭐죠?' 학생들은 말한다. 일반인이 접근할 수 없는 웹 입니다. '그러면, 웹은 몇 가지 층으로 나눠질 수 있죠?' ......... 계속된 질문이 이어진다. '이번에 다크웹이 수면 위로 오르게 된 사건은 뭐죠? 왜 다크웹이 문제가 되었을까요? 무엇이 문제죠? 국제 공조가 이뤄진 계기는 뭘까요? 여기서 발생한 사건은 sex explotation과 sex extortion중에 무엇이죠? 그렇다면 딥 웹(Deep web)에는 뭐가 있을까요? 딥 웹에서 벌어진 대표적인 범죄 사건은 무엇이죠?현실에서 무엇이 더 큰 문제를 일으키고 있나요?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수많은 질문을 했고 우리는 명확한 답을 하지 못했다. 선생님께서는 말했다.


 '연구자는 추상적인 단어로 설명해서는 안됩니다. 누군가 추상적으로 말을 했더라도 문장 하나하나 단어 하나하나를 이해하고 조사해서 나에게는 정확한 개념으로 입력이 되어야 해요. 이 작업 이후에 추상적으로 설명하는 것이 가능한 거예요.'


 이 수업을 통해 나는 정확하게 개념을 알고, 이해하고, 정리하는 것이 상황과 사건을 보는 명확한 시각을 갖게 되는 것임을 배웠다. 바다 밖으로 나와있는 빙산이 아닌, 바닷속에 존재하고 있는 빙산의 덩어리를 이해해야 한다는 것. 누구나 추상적으로는 다 이야기할 수 있다. 다크웹이 3가지 레이어로 존재하는 층 중 하나이고 이 세 가지의 층은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다는 것을 이해하지 못해도 다크웹에 대해서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러나 연구자는 그러면 안된다는 것을. 연구자는 끝까지 조사하고 이해하는 작업을 계속 거쳐야 한다는 것을. 기존의 연구들과 자료들을 읽으면서 늘 비판적인 사고를 가져야 함을 배웠다.








 한국 사회에서는 '비판적인 시각'을 기르는 교육을 하지 않는다. 그저 수용하고 받아들이는 교육을 한다. 그래서 질문을 생각하는 것도, 비판적인 시각을 갖는 것도 너무 어렵다. 나는 그 교육을 받아온 사람이고, 사실 비판적인 시각을 갖고 논문을 읽는 연습이 너무 힘들다. 물론 너무 이상한 내용의 글이나, 알맹이가 없는 글, 논지를 한참 벗어나는 논문은 읽으면서 보이기는 한다. 그러나 아무리 잘쓴 논문이라도 보완점은 존재한다. 어떤 부분이 부족한지, 어떤 것이 이 논의에 빠져있는지. 그 속에 들어있는 것은 무엇인지. 본질은 무엇인지에 대한 이해와 연습을 하기 위해서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연구해야 함을 배우고 있다.


 이번 방학 때는 한 학기 동안 공부했던 것을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계속 부족함을 느끼고 있는 언어 공부를 해야 할 것 같다.(이번 학기 참고해야 했던 영어 논문과 책들... 너무 힘든 시간이었다. 파파고가 없었더라면 정말 큰일 날 뻔했다.) 학과에서 진행하는 독일어 특강과, 외부에서 진행하는 사회이론 강좌 신청도 했다. 정말 해야 할 것들이 많지만!!! 일단 과제가 끝나고 얼른 방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해야 될 일들은 산떠미면서 여전히 방학이 기다려지고, 설레는 철없는 32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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