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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범수 Mar 11. 2019

건강한 사람은 좀 짜게 먹어도 될까?

"소금 덜 넣어 건강해질까" 문제는 짠 정도가 아니라 소금의 양  

한국인이 너무 짜게 먹는다는 건 주지의 사실인데, 이 부분에 대해선 좀 면밀히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 우선 미주나 유럽 나라 식당에 가보면 한국인조차 '못 먹을' 정도로 음식이 짠 경우가 많다. 그런데 왜 통계치에선 한국인 나트륨 섭취량이 세계 최고 수준이라는지 잘 이해가 안 된다. 이 부분은 누군가 좀 연구해줬으면 좋겠다. 또 한 가지 눈여겨봐야 할 건, 음식을 싱겁게 먹어야 고혈압에 좋다는 일반적인 '건강 상식'이 과연 실생활에서 유용한가 여부다. 나트륨 섭취가 혈압을 상승시키는 건 분명한 것 같은데, 그렇다면 '얼마나 줄여야' 비로소 혈압이 '떨어지는 효과'를 볼 수 있느냐가 중요하다. 특정 연구에 따르면 혈압을 의미 있게 낮추기 위한 나트륨 감소량은 한국인이 감당할 수 있는 수준을 훨씬 넘어선다. 즉 웬만큼 싱겁게 먹어선 건강엔 별 도움도 안 되고 괜히 입맛만 버릴 뿐이란 것이다. 그렇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답이 없는 건 아니다. 


소금과 건강과의 상관관계는 복잡하고 흥미롭다. 적으면 죽지만 많으면 위험하다. 전문가들이 권하는 '적당량'은 현실에서 적당하지 않다. 과잉섭취가 위험하냐 아니냐도 학계의 의견이 갈린다. 심지어 "건강한 사람은 소금을 많이 먹을 때 오히려 더 건강하다"는 결론을 내리는 연구도 있다. 전문가들의 논쟁 속에 일희일비하다가는 '죽도 밥도' 안 된다. 그들의 논쟁이 조만간 결론을 도출할 가능성도 희박해 보인다. 결국 우리의 살 길은 우리가 찾는 수밖에 없다.

◆"소금 많이 먹어도 괜찮다"는 반가운(?) 소식

통상 소금 과잉섭취는 고혈압을 유발하고 뇌졸중 위험을 높인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소금 섭취가 최소한 건강에 나쁘지 않다는 반대 연구도 흔한 편이다. 유럽 연구팀이 시행한 한 연구가 대표적이다. 연구팀은 사람들의 소변에서 나트륨 수치를 잰 다음 8년 정도 건강상태를 관찰했다. 결과를 보니 나트륨 수치가 가장 높은 그룹의 심장질환 발생 및 사망 위험이 반대 경우보다 오히려 낮았다. 기존에 알려진 것과 정반대다. 

연구팀은 나트륨 수치가 가장 높은 그룹의 혈압이 조금 높았다는 점에서 소금량을 줄여 혈압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기존 가설에는 동의한다고 했다. 하지만 높은 혈압이 궁극적으로 심장질환이나 사망을 높이는 데까지 이어지지 않았다는 차원에서 "나트륨에 민감하지 않은 건강한 사람의 경우 소금의 (나쁜) 효과는 과장된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 연구가 발표되자 미국 소금 업체들의 모임은 이런 내용의 환영 입장을 발표했다. "소금 섭취량 감소가 심장질환 증가로 이어진다(소금을 적게 먹으면 건강에 나쁘다)는 기존 연구결과를 확증하는 것이다."

◆소금, 줄인다고 줄여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소금을 덜 먹는 게 좋다'는 의료계의 정설이 쉽게 흔들릴 것 같지 않다. 미국심장학회가 만들고 한국 전문가들이 받아들인 적정한 나트륨 섭취량은 하루 1500mg이다. 세계보건기구(WHO)는 2000mg을 제시한다. 한편 한국인은 하루에 평균 4600mg 정도 먹는다. 조언을 충실히 따르려면 소금을 3분의 1 정도 줄여야 하는데, 이것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환자에게는 '싱겁게 드세요'라고 말하지만, 사석에선 "너무 심한 정도만 아니라면 '마음 편한 식사'가 건강에 좋을 것"이라 말하는 의사도 많다. 한국 음식에서 소금을 절반으로 줄일 경우 이를 문제없이 받아들일 사람은 흔치 않기 때문이다. 소금을 마음껏 먹을 '핑곗거리'는 또 있다. 충분한 만큼 소금 섭취를 줄이지 않으면 고혈압이나 합병증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주장이다. 즉 하루에 나트륨을 1500∼2000mg 수준으로 낮출 것이라면 몰라도, 그렇지 않다면 괜히 스트레스만 받고 건강상 도움은 별로 없을 것이란 이야기다. 이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소금 섭취를 줄이자는 '막연한' 권고는 현실적이지 못하다는 주장이 제기됐지만 '대세'에 묻혀 빛을 보지 못했다. 

◆이미 혈압이 높다면 '고민하지 마세요'

위에 언급된 유럽 연구가 '상대적으로 젊고 건강한 사람'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은 눈여겨보아야 한다. 높은 나트륨 수치가 혈압을 상승시키는 것은 분명해 보이는 만큼, 이미 고혈압 환자이거나 심장질환 위험이 높은 노인의 경우 다소 힘들더라도 소금 섭취를 크게 줄여야 한다.

이무용 동국의대 내과 교수는 "고염식 섭취는 야간과 아침 혈압을 더 많이 상승시키는데 이는 고염식이 심혈관 질환 발생을 일으키는 한 가지 기전임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야간과 아침 혈압이 상승하면 주간 혈압이 상승할 때보다 뇌졸중 등 심뇌혈관계 질환 발생 위험이 더 높아진다. 

또한 고염식이 혈압에 주는 영향은 건강한 사람보다 이미 고혈압을 가진 사람에게 더 크다. 고혈압 환자의 경우 더욱 적극적인 혈압관리와 저염식 식단이 추천되는 이유다.

◆싱겁게 많이 먹으나, 짜게 적게 먹으나

엇갈리는 결론은 헷갈리지만, 의료계의 정설을 거스르면서까지 도전적으로 살 필요는 없다. 반면 소금 섭취를 현실적으로 어떻게 줄일 것인가 방법을 찾는 것은 오롯이 자신의 몫이다. 이런 측면에서 수용자 입장을 친절히 배려한 보고서는 참조할 만하다. 즉 싱겁게 먹으며 괴로워하느니 차라리 그대로 먹되 음식 섭취량을 줄이자는 것이다.

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가 작성한 보고서에 따르면 한 끼에 먹는 배추김치를 절반으로 줄일 경우 하루 평균 약 450mg라는 '엄청난' 양의 나트륨을 줄일 수 있다. 한국인이 배추김치로 섭취하는 나트륨의 양은 전체의 20%에 달한다. 

김치 다음으로 나트륨 섭취에 기여하는 것은 음식 제조에 들어가는 소금과 간장, 된장이다. 이는 국물 요리에서 국물을 먹지 않고, 절인 음식 섭취를 조금 줄임으로써 해결할 수 있다. 라면을 먹더라도 국물을 버린다면 소금 섭취가 40% 줄어든다. 국과 김치 중 1가지만 선택해 식단을 꾸리는 방법도 있다.

손숙미 가톨릭대학교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싱겁게 먹더라도 먹는 양이 많으면 섭취량은 변하지 않는 만큼 어떻게 '식생활'을 변화시키느냐가 소금 섭취량 조절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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