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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범수 Mar 11. 2019

과로? 성병? 입술 물집 난 당신의 비밀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에 대한 오해와 진실

특히 겨울철, 기력은 떨어지고 독감까지 걸렸다 치면 어김없이 찾아오는 반갑지 않은 손님 하나. 약을 발라 '번들번들' 해진 입술로 다니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은데 바로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이다. 워낙 눈에 잘 띄는 곳에 생기기 때문에 "피곤해서 그래"라고 일일이 설명해야 하는 것도 불편하지만, '성병의 일종'이라는 주변 인식은 부끄러움마저 들게 한다. 

◆헤르페스… 성병인 것과 성병이 아닌 것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1형과 2형이 있다. 1형은 통상 입이나 입술, 코 주변에 작은 물집을 만든다. 2형은 성기나 항문 주변에 모습을 드러낸다. 위치의 차이만큼 감염 경로도 다르다. 1형은 감염된 사람과의 키스, 입 주변 상처를 통한 감염, 면도기나 수건 등을 공유하면서 전파된다. 대부분 '나도 모르게' 몸속으로 바이러스가 들어오는 식이다. 반면 2형은 성접촉으로 전파된다.

하지만 100% 그런 건 아니다. 2형이 입술에도, 1형이 성기에도 나타날 수 있다. 이런 교차 감염은 증가 추세다. '구강성교' 때문이란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헤르페스 바이러스 감염증은 현재 의학 수준으로 치료할 수 없다. 몸 안으로 들어온 바이러스는 신경세포 속에 잠복하는데 이때는 아무 증상을 내지 않는다. 그러다 면역기능이 저하되거나 감기 등 열이 나는 질환, 스트레스 등 자극을 받으면 바이러스가 재활성화되면서 피부 밖으로 상처를 낸다. 한번 들어온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잠복과 발현을 평생 반복한다.

◆평생 치료 안돼… 그때그때 약으로 대응해야

일단 물집이 잡히면 입술이든 성기든 짧게는 3∼4일에서 길어야 한 달 이내 저절로 낫는다. 대부분 흉터를 남기지 않으며 전신으로 번지는 것도 아니므로 크게 걱정할 것은 없다. 다만 딱지가 생겼을 때는 2차 세균 감염이 생길 수 있고 딱지를 잡아 뜯으면 흉터가 생길 수 있다. 

치료는 증상을 완화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항바이러스제(연고나 알약)를 사용하면 통증이나 불편함이 감소되고 지속기간은 줄어든다. 항바이러스제는 의사의 처방으로 받을 수 있고 약국에서 바로 구입할 수도 있다. 약국에 가서 '아시클로버(aciclovir) 연고 주세요'라고 하면 된다. 아시클로버는 성분의 이름으로 제품명은 회사마다 다르다. 헤르페스 감염증 말고도 단순한 바이러스 감염에 흔히 쓰이는 약이다. 반면 '상처'를 치료하겠다며 흔히 스테로이드가 혼합돼 있는 상처치료제 연고를 바르는 경우가 있는데 전혀 도움이 안 된다. 오히려 상태를 나쁘게 만들 수 있다. 


통증이 있다면 성기 쪽의 경우 따뜻한 물에 좌욕을 하면 가라앉는다. 물기를 말릴 때도 수건보다는 헤어 드라이를 이용하면 불편함을 최소화할 수 있다.

◆성인 절반이 감염…"죄의식 가질 필요 없어"

헤르페스는 일종의 '성매개 감염병'이라는 인식 때문에 감염 사실을 숨기거나 성생활을 극도로 제한하는 경우가 많다. 2형 헤르페스 바이러스의 경우 성교로 인해 전염되며 파트너가 많을수록, 성교 경험 기간이 길수록 감염 위험이 올라가는 건 분명하다. 

하지만 성인 남성의 20%, 여성의 25% 정도가 이 바이러스를 보유할 정도로 매우 흔한 질병이다. 때문에 바이러스 전파를 막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지만 스스로 '죄의식'에 빠질 필요는 없다.

감염을 막거나 전파를 예방하는 방법은 콘돔 사용과 안전한 성생활 외에는 딱히 없다. 헤르페스에 감염된 사람과 성관계를 맺어야 할 때는 반드시 콘돔을 사용하도록 한다. 상대방이 현재 잠복기에 있어도 전염된다. 증상이 나타난 상태라면 전염력은 더 강해진다. 

본인에게 증상이 나타나 있다면 전파를 최소화하는 행동을 한다. 키스나 성접촉은 삼간다. 특히 입술에 물집을 달고 유아에게 뽀뽀를 하는 식의 행동은 매우 위험하다. 면역력이 약한 신생아나 유아에게 헤르페스는 심한 고열을 동반한 염증을 발생시킬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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