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들어 서글퍼진 남자는 비뇨기과를 찾는다. 발기부전과 전립선, 힘 빠진 남자를 더 비참하게 하는 질환들이다. 비아그라를 감히 '혁신'이라 부를 수 있는 건, 이 골치 아픈 녀석들 중 한 놈을 말끔히 해결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남은 건 전립선. '젊은이의 암'을 챙기느라 바쁜 보건당국의 무관심 속 전립선암은 "내가 알아서 찾아야 하는" 사각지대에 방치돼 있다. 전립선암, 누가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조금 쉬운 암 그러나 늦게 발견되는 암
인구 노령화와 서구식 식습관의 산물인 전립선암은 빠르게 증가하는 종류다. 환자가 많아지니 의술도 발전해 초기 전립선암은 완치율이 대단히 높다. 그런데 현실에선 이야기가 좀 달라진다. 대한비뇨기과학회와 대한비뇨기종양학회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국내 5개 대학병원에서 치료받은 전립선암 환자의 50%는 2기 이상 병기였던 것으로 나타났다. 좀 더 위중한 사람이 모이는 병원이란 점을 감안해도 꽤 높은 수치다. 안한종 대한비뇨기종양학회 회장은 "건강검진을 받다가 암을 발견한 사람과 증상이 생겨 병원을 찾은 사람을 비교해보면 건강검진 쪽 상태가 훨씬 좋은데, 이는 전립선암 검사가 조기발견에 큰 도움이 된다는 걸 방증하는 결과"라고 말했다. 전립선암은 전립선특이항원검사(PSA)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정상치인 3ng/ml보다 높게 나오면 암을 의심한다. 수치가 높다고 무조건 암은 아니다. PSA는 전립선비대증 등 다른 요인으로도 올라갈 수 있다.
◆55세 넘으면 검진 때 PSA 추가해야
학술단체들은 55세가 넘으면 2년마다 한 번씩 PSA를 받아보라고 권장한다. 좀 더 까다로운 전문가는 50세를 권하기도 한다. 하지만 전립선암은 한국인 대표 암 5가지에 들지 않기 때문에 국가암검진 대상에 포함되지 않는다. 본인이 알아서 선택하고 검사를 받아야 한다. 다만 비용이 1만 원 수준으로 저렴한 편이니, 50세(혹은 55세)가 넘으면 연례 검진 때 잊지 말고 PSA를 추가하는 게 좋다.
전립선암을 겪은 직계가족이 있는 사람은 더 주의해야 한다. 40세부터 2년에 한 번 받는다. 아버지나 형제가 전립선암에 걸렸을 경우 본인의 위험은 정상인에 비해 2∼2.5배 높다. 아버지보다는 형제 쪽 영향이 더 크다. 그러나 전립선암이 주로 '서양인의 암'으로 인식돼 온 탓에 실제 검진율은 상당히 낮다. 우리나라 50세 이상 남성의 15% 만이 PSA를 받고 있다. 미국은 75%에 달한다.
◆생존율, 미국은 99% 한국은 86% '왜?'
이런 결과는 암 치료성적에도 나쁜 영향을 미친다. 우리나라 각종 암 생존율은 미국이나 유럽에 비해 조금 높거나 비슷한 수준이지만, 유독 전립선암만은 결과가 좋지 않다. 국가암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립선암 5년 생존율은 86.2%다. 미국은 99%다. 이런 차이는 PSA가 일반화되지 못해 초기 환자의 비중이 낮은 데서 비롯하는 것으로 보인다. 상대적으로 완치가 쉬운 암이지만, 4기에 발견된 전립선암은 5년 생존율이 50%를 넘지 못한다. 늦은 발견은 생존율뿐 아니라 치료 후 삶의 질도 훼손한다. 전이가 됐거나 생명을 위협하는 전립선암을 수술하면서 성기능이나 요실금과 같이 '목숨과 직접 관련 없는' 사안을 일일이 고려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현실적으로 전립선암 환자의 70%가 이런 경우에 해당한다고 한다.
◆고지방 음식이 주범…건강식단이 생활 속 예방법
일상생활에서 전립선에 보다 많은 관심을 두는 것도 중요하다. 전립선암은 뚜렷한 증상이 없기 때문에 스스로 발견해내기는 쉽지 않다. 주로 소변기능에 이상이 생기는 정도다. 하지만 소변 이상은 전립선비대증 등 다른 질병의 증상과 비슷해 구분하기 어렵다.
나이와 유전 두 가지 통제 불가능한 요인을 제외하면 식생활 개선이 가장 효과적인 예방법이다. 어떤 음식이 전립선암을 유발하는지 명확히 알려져 있지 않지만, 상대적으로 북미와 유럽 쪽 발병률이 높다는 점에서 '고지방 식단'이 주범으로 꼽힌다.
반면 쌀이나 콩, 채소류 섭취가 많은 아시아 등 타 지역에선 상대적으로 드문 질병이다. 때문에 서구식 고지방 식단보다 야채ㆍ채소류 위주의 건강식단을 선택하는 것은 전립선암뿐 아니라 각종 성인병을 예방하는 길이니 선택하지 않을 이유가 없다.
※전립선암 Q&A
*검진에서 PSA 수치가 높게 나왔다. 앞으로 어떤 절차를 밟게 되나
PSA 수치는 암뿐 아니라 전립선에 염증이 생겼거나 비대증 때문에도 올라갈 수 있다. 일단 수치가 정상보다 높게 나오면 조직검사나 직장수지검사, CT, MRI 검사 등을 받게 된다. 검사에서 정상으로 나왔다 해도, 일단 PSA 수치가 높게 나온 적이 있다면 예전보다 더 자주 PSA 검사를 받을 필요가 있다.
*전립선암 수술법이 다양한데, 어떻게 선택하나
수술은 크게 3가지다. 표준 수술법은 배를 열고 의사가 암을 제거하는 방식이다. 배에 조그마한 구멍을 뚫어 암을 제거하는 복강경수술법도 있다. 로봇 팔을 이용한 로봇복강경 수술은 가장 최신 수술법이다. 어떤 수술법을 선택하느냐는 기본적으로 주치의의 숙련도, 경험, 환자의 요구에 따라 결정된다. 3가지 중 복강경수술법은 잘 시행되지 않는 편이며, 개복수술과 로봇수술은 어떤 것이 더 좋은 결과를 낸다는 증거는 없다. 회복기간, 흉터 등 측면에선 로봇이 유리하지만 가격이 비싸다.
*수술을 받으면 성기능을 상실하거나 요실금이 생길 수 있다던데
요실금은 70% 정도 환자에서 생긴다. 이 중 대부분은 1년 내 회복된다. 그 사이 기저귀를 차거나 약물치료, 운동치료를 받아야 한다. 성기능 보존 여부는 발기신경을 보존할 수 있는 종류의 암이냐 아니냐에 따라 결정된다. 수술범위가 작은 초기일수록 신경을 살릴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사람마다 신경 분포가 달라 일률적으로 말하긴 어렵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