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iving with Cancer' 4편, 간암과 함께 살아가기
"간암은 아주 특별한 암입니다. 이게 무슨 말이냐면요…."
한 번 나빠지면 돌이킬 수 없는 간. 이식이 아니면 완치가 불가능하다는 간암. 대부분 이렇게 알고 있다. 하지만 백승운 삼성암센터 간암센터장과의 1시간 반에 걸친 인터뷰는 간암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불식시키기에 충분했다.
"10년 전 할머니 한 분이 찾아오셨는데 4기 간암이었죠. 폐로 전이가 왔고 간경화도 심한 상태였습니다. 3개월도 못 사실 것 같았어요. 의사로서 아무것도 해줄 게 없었던 거죠."
자각 증상이 거의 없는 간암은 이렇듯 말기에 발견되는 일이 흔하다. 지금은 많은 치료법이 개발됐지만 10년 전만 해도 4기 간암은 그저 '하늘의 뜻'에 맡기는 게 현실이었다. 그런데….
"세 달 후 다시 오셔서 검사를 해보니 그 많던 폐 쪽 전이가 말끔히 없어진 거예요. 물론 아무 치료도 받지 않았죠. 면역시스템이 저절로 암을 이긴 거예요. 그렇게 5년간 사시다가 재발이 와서 고주파 치료를 했습니다. 지금도 가끔 오시는데 10년 넘게 건강하세요."
◆한국, 간암의 길목을 막아서다
"풀만 먹다 보니 암이 사라졌다.", "지리산에서 원시인처럼 1년 지낸 후 완치됐다." 이런 뜬구름 잡는 이야기가 아니다. 백 센터장에 따르면 간암은 다른 암과 달리 기적 같은 '성공사례'가 흔한 종류다. 면역기능이 회복되면 스스로 관해(寬解, 증상이 감소한 상태)가 올 가능성이 높다는 의미다.
실제 백 센터장이 경험한 '극단적인' 예는 꽤 많았다. 폐 전이가 온 환자에게 먹는 항암제를 썼더니 22개월 만에 종양이 모두 사라진 이야기 등 의사들도 '희한하다'라고 무릎을 칠 만한 그런 일들이다. 그렇다고 간암을 무조건 '운'에 맡겨야 한다는 뜻은 아니다. 간암은 다른 암과 달리 충분히 '예측 가능한' 특징을 갖고 있다. 그리고 그 핵심은 '선별검사'라는 매우 독특한 접근방식에 있다.
◆"간암이 사라지고 있다"
위암을 예로 들어보자. 조기발견을 위해선 일정 나이가 된 모든 국민이 검사를 받아야 한다. 하지만 간암은 특별히 위험한 집단이 있고, 이들에게만 선별적인 검사가 이뤄진다. 간암은 정상 간을 가진 사람에게서 거의 나타나지 않는다. BㆍC형 간염 환자, 간경화 환자가 간암으로 발전한다. 이들은 6개월에 한 번씩 검사를 받는다.
이런 '선별검사'는 한국과 일본에서만 적극적으로 시행된다. 두 나라의 간암 예후가 좋은 이유다. 간암의 길목을 차단하고 있기 때문에 조기발견에 도움이 되고, 간암이 생기더라도 '간 기능이 건강한' 상태에서 발견하므로 치료 성적이 좋을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백 센터장은 "간암 치료에 결정적인 사건은 간염치료제(항바이러스제)의 개발이다. 모든 환자들이 이 약으로 간을 관리하기 때문에 간부전(간 기능이 저하된 상태)을 가진 간암 환자가 감소하게 된 것"이라고 말했다. 간부전이 오면 수술이 불가능하고 여러 치료방법에도 제한이 따른다. 간염치료제가 일반적이지 않을 때 치료를 포기하는 환자가 많았던 이유다. 그는 또 "선별검사와 간염치료제의 광범위한 사용으로 간암은 갈수록 감소할 것이 분명하다"며 "이 추세대로라면 현재 발생 3위인 간암은 조만간 6위권 밖으로 밀려날 것이 확실하다"라고 말했다.
◆간암, 포기하면 안 되는 또 다른 이유
최후의 방법인 '간이식'에도 많은 발전이 있었다. 간이식으로 인한 사망률은 현재 무시해도 좋은 수준이다(약 1%). 각종 면역억제제의 개발, 수술 후 관리법 향상도 간암을 치료 가능한 질병으로 만들었다. 더욱 희망적인 것은 여기에 또 다른 무기가 하나 더해질 가능성이다. 현재 유일한 간암치료제인 '넥사바'를 뛰어넘는 항암제가 개발 막바지 단계에 와있다.
백 센터장은 "이 약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나오면 간암 치료율은 훨씬 높아질 것"이라며 "간암은 전 세계적으로 그 치료법이 완벽하게 표준화된 분야이기 때문에, 어떤 상황에서도 좋은 예후를 기대할 수 있으므로 의료진의 치료를 잘 따르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라고 말했다.
■간암 환자의 영양관리
간은 소화ㆍ흡수된 음식물을 체내 필요한 성분으로 바꾸어주는 기관이다. 간질환이 생기면 영양소 대사, 소화, 흡수 기능이 저하돼 영양불량이 되기 쉽다. 또 간암을 치료할 때(간동맥화학색전술, 고주파열치료, 방사선치료, 전신적 항암요법 등) 입맛이 변할 수 있고 메스꺼움, 구토 등이 발생할 수 있다.
간암 환자에게 영양 측면에서 제한은 별로 없다. 다만 간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약(한약, 양약 포함)은 매우 주의해야 한다. 술을 피하는 건 기본이다. 항바이러스 약물이 필요한 사람도 반드시 복용법을 지켜야 한다. 지방간이 되면 악영향을 주므로 되도록 고지방 음식은 피하는 게 좋다. 극단적으로 피하라는 게 아니라 '적정 체중'을 유지할 정도의 건강식이면 된다.
#식사법=충분한 영양섭취가 중요
-어떤 식품도 한 가지만으로는 모든 영양소를 얻기 힘들다. 탄수화물ㆍ단백질ㆍ지방ㆍ비타민ㆍ무기질 등 영양소가 함유된 다양한 식품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하다. 단 건강기능식품이나 민간요법은 기본적으로 피하되, 정 섭취를 원할 경우 의사와 반드시 상의한다.
#특별한 조절이 필요한 경우
1) 복수가 동반된 경우: 싱겁게 먹는 게 필요하다(저염 식사).
2) 간성 혼수가 동반된 경우 :어육류 등 단백질 식품을 제한한다(저단백 식사).
-회복된 경우에는 점차 단백질 섭취량을 늘린다. 간성 혼수 발병 위험이 높은 경우에는 육류보다는 생선ㆍ두부ㆍ콩류ㆍ계란 같은 식물성 단백질 위주로 적당량 섭취한다.
3) 당뇨가 동반된 경우 : 단 맛이 나는 식품의 섭취를 제한한다(당뇨 식사).
-단당류(설탕, 꿀, 사탕 등) 섭취 및 필요 이상의 과식도 혈당 상승의 원인이 되므로 주의한다.
<아시아경제. 2011년 11월 3일 자.>